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5. 11. 선고 2021구합7731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5. 2. 3. B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5. 2. 3.부터 2020. 4. 30.까지 이 사건 회사에서 택시운전 근로자로 근무하였다.

나.

한편, 이 사건 회사와 C노동조합 이 사건 회사 분회(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는 2019. 1. 1. 소정근로시간을 1일 4시간, 1주 24시간으로 하는 ‘2019년 노사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다.

원고는 2020. 5. 21.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장에게 고용보험 수급자격 인정신청을 하여 소정급여일수 270일, 구직급여일액 30,060원(1일 소정근로시간 4시간으로 산정한 금액)의 수급자격을 인정받았다.

라.

원고는 2020. 7. 2. 피고 서울관악지사장에게 원고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으로 정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확인청구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청구’라 한다).

마.

피고는 2020. 7. 29. 원고에게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은 실제 근로시간이 아닌 법정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의미하는데, 소정근로시간을 1일 4시간으로 정한 이 사건 합의서의 효력이 적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청구에 관한 불인정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바.

원고는 2020. 10. 26. 고용보험심사관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0. 12. 29. 기각되었고, 2021. 3. 30. 위 기각 결정에 불복하여 고용보험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2021. 5. 12. 기각되었다. 고용보험심사위원회는 2021. 6. 4. 원고에게 재심사 청구 기각 사실을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회사의 택시운전근로자 급여 체계는 택시운전근로자의 1일 소정근로시간이 8시간 이상임을 전제로 하고 있고, 원고는 실제로 이 사건 회사에서 하루에 8시간 이상 근무하였으며, 1일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정한 이 사건 합의서는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여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려고 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무효인 이 사건 합의서를 근거로 원고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고용보험법 제45조 제4항은 구직급여의 산정 기초가 되는 임금과 관련하여, 평균임금이 1일 소정근로시간에 최저임금법을 적용한 금액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 금액을 구직급여의 산정 기초가 되는 임금일액으로 하고, 이 경우 이직 전 1일 소정근로시간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구 고용노동법 시행규칙(2022. 12. 9. 고용노동부령 제3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1조의2 제1항 제1호는 수급자격자의 소정근로시간이 일(日) 단위로 정해진 경우 해당 소정근로시간을 이직 전 1일 평균 소정근로시간으로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고용노동부예규인 ‘급여기초임금일액 산정규정’ 제3조 제1항은 ‘이직 전 1일 평균 소정근로시간이 소수점 이하로 산정된 때에는 올림하여 정수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각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항고소송에 있어서 당해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그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처분청에 있지만, 처분청이 주장하는 당해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은 정당하고, 이와 상반되는 예외적인 사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상대방에게 그 책임이 돌아간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두15005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2, 3,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적법성이 증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피고는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노동조합이 작성한 이 사건 합의서를 바탕으로, 이 사건 합의서에서 정한 1일 소정근로시간인 4시간에 대해 구 고용노동법 시행규칙 제91조의2 제1항과 급여기초임금일액 산정규정 제3조 제1항을 적용하여 원고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판단하였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사용자와 근로자는 법정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와 택시운전근로자가 합의하여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가능하고, 소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이 반드시 일치해야만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택시를 운행한 시간과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이 사건 합의서가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이 사건 합의서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할 수도 없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3. 1. 20.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이 사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사건(2021가합112612호)에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합의서가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데, 달리 이러한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라)

택시운전근로자는 차고지에서 배차를 받은 순간부터 차고지로 차량을 반환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보내게 되고, 정해진 노선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운행 여부, 운행시간, 운행장소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 여부를 지휘·감독할 방법이 없으며, 운행기록장치 등에 기록된 출고·입고시간, 영업시간, 빈차시간, 정지시간 등의 내용만으로는 근로자들이 실제로 근로한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이 사건 합의서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1일 소정근로시간이 4시간을 초과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정용석

판사 김규현 김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