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상시 약 3,8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가전제품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참가인들은 원고 회사에서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중 2021. 1. 4.자로 지점장 보직이 해임되고 근무내용 및 근무장소 변경 인사명령을 받은 사람들이다. 참가인들의 입사일 및 위 보직해임 및 인사명령 전 직책, 직급과 임금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1>
원고는 2019년부터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지점장들에 대하여 직무역량 향상과정을 거친 뒤 새로이 평가하여 그 중에서 우수 자원을 재차 지점장으로 보임하는 취지의 '직무역량 향상과정'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위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된 지점장들은 타 지점에 정기적으로 파견 근무를 가서 상품 관련 교육을 받고 직접 판매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2021년에 실시된 직무역량 향상과정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이하 이를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원고는 ① 2년 평균 고과 하위 15%, ② 당해연도 역신장, ③ 당해연도 매출 달성률 하위 30%, ④ 당해연도 매출 이익액 달성률 하위 30%에 모두 해당하는 지점장을 이 사건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하였고, 전체 지점장 448명 중 참가인들을 포함한 23명을 '2021년 직무역량 향상과정'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원고는 2020. 12. 17.부터 2020. 12. 21.까지 참가인들을 포함하여 위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들에게 인사이동 및 직무변경이 있을 것임을 통보하였다.
원고는 2021. 1. 4. 참가인들에게 아래 표 기재와 같이 기존 지점장 보직에서 해임하고(직급은 유지) 역량강화팀으로 파견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하였다(인사명령 제2020-433, 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고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대상자 평가를 함에 있어, 이 사건 인사명령 당시에는 '월별·분기별·반기별 평가를 하며 평가결과 최우수인 경우 지점장 보임, 우수인 경우 세일즈리더 전환, 미흡인 경우 역량강화 교육 파견유지'라는 방침을 정하였다가, 2021. 6. 8. 아래와 같은 구체적 교육과정 및 평가기준을 세웠다.
참가인들은 2021. 3. 19.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보직해임 및 부당 인사발령 구제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6. 1. 위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이에 원고가 2021. 7. 13.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9. 7. 위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15 내지 21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제 1 내지 3, 6 내지 12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오프라인 유통사업의 침체 및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지속적인 오프라인 매장 수익 악화에 직면하였고, 오프라인 운영 지점 수도 감소하였다. 이러한 지점 수 감소에 따라 지점장 수도 감소할 수밖에 없었는데, 원고는 이러한 지점장들을 곧바로 판매업무에 투입하기보다 다른 우수지점의 노하우를 습득하게 하는 등 역량 향상의 기회를 제공한 뒤 기존의 경험과 역량을 제고하여 다시 지점장으로 임명하고자 하였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이러한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고, 원고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대상자들을 선정하였으며, 급여 산정의 기초가 되는 직급은 그대로 유지하고 출퇴근 거리 및 과거 근무하였던 지점의 제외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배려하여 대상자들의 생활상 불이익을 최소화하였다. 더불어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 전 대상자들에게 개별통지서 교부 및 지사장 면담의 형태로 위 프로그램 진행 예정 사실 및 상세 내용을 알렸으므로 신의칙상 협의절차도 성실히 준수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인사발령은 그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참가인들이 감수해야 할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으며, 원고는 위 인사발령 과정에서 참가인들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으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인 사업장에서의 인간존엄을 보장하려는 헌법의 취지와 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 없는 전직은 금지되며, 전직처분을 하는 자가 그 정당한 이유의 존재에 대한 궁극적 증명책임을 부담한다.<2>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직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12. 22. 선고 97누5435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참조).<3> 그러나 위와 같은 판례에서 종합적 고려요소로 제시된 사정들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법문의 대원칙 하에서, 현실세계에서 다양한 모습을 띄고 이루어지는 전직처분의 위법성, 즉 정당한 사유 유무를 판단할 때에 주로 고려되어야 할 사정들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즉, 위와 같은 '일본식 권리남용론'은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는 데에 주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정에 불과할 뿐이고, 그 자체로 정당한 이유의 유무 판단에 관한 증명책임의 부담기준 및 위법성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다.<4>
한편, 업무능률 증진, 경제적 수익성 제고 등과 같이 추상적, 일반적인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한 모든 형태의 전직처분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고, 해당 전직처분이 실제로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어야 업무상 필요에 따른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된 사실에 을나 제13 내지 3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전보의 업무상 필요 정도 및 그로 인한 참가인들의 생활상 불이익 정도,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인사발령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전보명령이 위법하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온라인 상거래의 활성화 및 코로나19의 확산 등으로 원고의 오프라인 매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지점장 보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지점 수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고가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지점장들에 대하여 직무역량 향상과정을 거친 뒤 그 중 일부를 재차 지점장으로 보임하는 '직무역량 향상과정'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 자체가 위법·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사건 인사발령의 근거가 된 이 사건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선정되면, 참가인들과 같이 판매사원이 주로 이수하는 상품교육을 받고 실제 판매 업무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등 일반 판매사원과 동일한 일을 하게 된다. 이처럼 대상자에게 일반 판매사원과 같은 보직으로 전환되는 불이익이 가해지는 이상 그 선정기준을 더욱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① 2년 평균 고과 하위 15%, ② 당해연도 역신장, ③ 당해연도 매출 달성률 하위 30%, ④ 당해연도 매출 이익액 달성률 하위 30%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런데 ② 내지 ④의 기준은 '당해 연도'의 실적만을 근거로 한 것인데, 가전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원고 지점의 특성상 주변 상권의 발전 및 신축 아파트 단지의 당해 입주여부 등에 따라 판매량 변동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지점장들은 원고의 인사명령에 따라 근무지가 변동되기도 하므로(참가인들 대부분은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근무지 변동을 겪었다), 1년 동안의 실적만을 기준으로 위 프로그램 이수가 필요한 지점장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원고는 지점 내에서 지점장 외 판매부장, 판매전담, 경리를 두고 있고, 판매부장은 지점장 관리 업무의 일부를 보조하는 역할을 겸한다. 그런데 참가인들은 모두 지점장 직책을 맡고 있었다가 이 사건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사실상 판매부장이 아닌 일반 판매사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지점장 관련 업무에서는 처음부터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참가인들과 함께 이 사건 프로그램의 대상자가 된 U은 지점의 운영 및 개선·발전방향과 관련된 의견을 제시하였다가 판매원으로서의 매출을 하는 것이 본인 업무인데 왜 업무내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냐는 식의 질책을 받기도 하였다.
이 사건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은 지점장으로서의 역량강화에 있으므로, 적어도 대상자들을 판매부장과 같이 판매업무와 동시에 지점장 업무 일부를 수행하도록 함이 목적 달성에 부합할 것임에도, 대상자들을 일반 사원과 같이 취급한 것은 위 프로그램의 취지와 맞지는 않다.
원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 무렵 세웠던 이 사건 프로그램의 대상자 평가기준은 '최우수인 경우 지점장 보임, 우수인 경우 세일즈리더 전환, 미흡인 경우 역량강화 교육 파견유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위 기준은 어떠한 경우 '최우수, 우수, 미흡'에 해당하는지, 가령 몇 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거나 대상자들 중 상위 몇 %에 해당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어느 정도의 조건을 충족하였을 때 지점장 재보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원고는 초심판정 후인 2021. 6. 8. 평가기준을 보완하여 '평가결과 우수(95점 이상)의 경우 지점장 보임, 보통(85점 ~ 94점)의 경우 세일즈리더 이동, 미흡(84점 이하)의 경우 재입과'로 등급별 점수 기준을 명시하였으나, 이는 이 사건 인사명령 이후의 것일 뿐 아니라, 95점 이상을 받은 경우에도 지점장 T/O 확인 후 지점장 보임을 결정한다는 것으로 지점장 재보임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 특히 참가인 B는 2022년 상반기 직무역량향상과정에서 76.5점을 받았으나 '보통(85점 ~ 94점)'에 해당하는 세일즈리더로 이동하였고, 이후 V 지점장으로 다시 보임되었다. 이처럼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위 변경된 기준도 준수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운영하여, 참가인들로서는 위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수하여 고득점을 받더라도 지점장으로 재보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
참가인들은 이 사건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기존 지점장 보직에서 해임되고 직책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고, 이를 기초로 하는 업적성과금도 축소되었으며, 시간외수당 또한 지점장에서 면직책되며 고정연장시간 인정 기준이 42시간에서 22시간으로 축소되었다. 그에 따라 참가인들은 전체 임금이 약 10% 이상 감소되는 경제적 불이익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참가인들은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해 이 사건 프로그램의 역량강화팀 대상자로 선정되어 엄격한 평가가 예정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고, 일반 판매사원과 같은 판매업무를 수행하며 매출 압박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더라도 지점장으로 재보임될 수 있을지 불확실함에 따라 많은 정신적 부담감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사건 전보명령으로 인해 참가인들이 입은 유무형의 생활상 불이익이 결코 적지 않다.
원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 전에 참가인들에게 이 사건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개별통지서를 교부하고 지사장 면담을 거쳤으나, 이는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우므로 이를 두고 원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함에 있어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준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더욱이 원고는 개별통지서 교부 후 면담 과정에서 희망퇴직이 아니면 일반판매직으로 발령을 낼 수밖에 없다며 희망퇴직을 종용하기도 하였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위수현 이은경
각주1) 사원은 직급(Grade)에 따라 S1-S2-SM-SA-A -JA로 구분되고, 참가인들은 모두 간부인 SM 이상 직급이다.
각주2) 이러한 근로기준법 규정은 헌법 규정으로 하여금 현실세계에서 ‘경제 체계’를 구성하는 사적 권력의 효율성 우선의 논리가 일방적으로 ‘생활 세계’를 뒤흔들고 침식하는 현상을 막는 최소한의 선제적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고, 이로써 사적 영역에서 인간의 존엄을 보장할 수 있게 한다.
각주3)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각주4) 나아가 전보나 전직과 관련한 인사권 내지 그에 대한 업무상 필요성과 관련한 사용자 측의 상당한 재량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음은 물론이지만, 다른 한편, 업무상 필요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대칭적으로 정보를 보유하는 사용자 측에서 쉽사리 만들어낼 수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전직, 전보, 직위교체, 보직교체, 급여 체계 변화, 사무공간 배정 등 다양한 인사수단을 조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징계와 다름없거나 오히려 그 보다 더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경우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따라서 업무상 필요성이 일부라도 인정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인사권이 행사된 경위와 맥락, 인사명령의 내용이 종전 인사 관행과 비교할 때 얼마나 이례적인지 등 제반사정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그 인사권이 남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이 옳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