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 10. 선고 2022구단57087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과

가.

원고는 2002. 11. 25. B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2003. 1. 25.부터 2020년곁 무렵까지 위 사업장 안산서부지점에서 판매 영업직으로 근무하였다.

나.

이 사건 사업장 직원들은 2020. 4. 17.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근무시간 중 이탈한 비위행위 등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고, 더 이상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우며, 다만 고용보험급여나 퇴직위로금이 지급될 수도 있음을 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다.

이 사건 사업장은 2020. 5. 6.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원고를 2020. 5. 20.자로 해고한다고 의결하고, 그 무렵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2020. 6. 4. 열린 재심 징계위원회에서도 원고에 대한 해고를 의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라.

원고는 2020. 8. 12.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2020. 10. 8. 원고의 위 구제신청이 기각되었고, 이에 불복하여 2020. 11. 12.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2021. 1. 25. 재심신청도 기각되었다. 이후 원고는 2021. 6. 9.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 사건 사업장을 상대로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2021가합541337), 2023. 2. 10. 청구기각 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에 항소하여 현재 서울고등법원 2023나2010106호로 항소심 계속 중이다.

마.

원고는 2021. 8. 10. C병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소견을 받고, 2021. 8. 18. 위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요양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22. 3. 10. 원고의 증상 등에 부합하는 상병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아니라 ‘적응장애’인데, 원고가 설령 이 사건 해고를 비롯한 징계절차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적응장애를 일으킬 정도라고 볼 수 없어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신청에 관하여 불승인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 을 제3, 7, 10, 16, 17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 측에서 원고를 징계해고할 것이나 고용보험급여 등을 받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회유를 시도한 이 사건 통보로 큰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었고, 징계절차를 비롯한 이 사건 해고과정에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따라서 원고가 받은 정신적 충격이나 스트레스는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외상 후 스트레스를 진단받게 되었으며, 이 사건 해고가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업무관련성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요양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원고의 상병

가)

갑 제4, 5호증, 을 제1, 2, 3, 8, 9, 10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D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의 상병을 ‘외상 후 스트레스’가 아닌 ‘적응장애’라고 본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는 질병으로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외상으로 작용할 만큼 충격적인 외상성 사건에 의해서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원고가 겪은 이 사건 해고나 이를 사전에 통지한 이 사건 통보가 ‘거의 모든 사람에게 외상으로 작용할 만큼 충격적인 외상성 사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⑵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핵심적 증상은 그 원인된 사건과 관련이 있는 자극에 대한 지속적인 회피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고는 2020. 4. 23. E병원에서 불안증상 등으로 진료를 받으면서,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미행을 당하였고, 회사와 싸울 각오를 하고 있으며, 사직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는 말을 하였고,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통지를 한 직원을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이 사건 해고에 대하여 불복절차를 거치는 등 위 사건에 대응하고 구제절차를 적극적으로 도모하였던바, 원고가 이 사건 통지나 이 사건 해고를 지속적으로 회피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⑶ 이 법원 감정의는 원고의 의무기록 등에 나타난 스트레스의 원인과 경과에 근거할 때 원고의 증상은 적응장애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밝혔다. 법원의 촉탁에 의한 감정인이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정 과정을 거쳐 제출한 감정결과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중한 오류가 있다거나 상대방이 그 신빙성을 탄핵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이를 쉽게 배척할 수 없고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62, 67619 판결 등 참조), 위 감정의의 소견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다는 등 이를 뒤집을 만한 다른 자료는 없다. 오히려 피고 자문의사도 원고의 증상은 적응장애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감정의의 소견과 부합하고 있다.

나)

따라서 원고에게 나타난 상병을 적응장애로 보아 위 적응장애와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본다(이하 위 적응장애를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2)

상당인과관계 여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고 있는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에 기하여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97. 5. 23. 선고 96누18748 판결 참조),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이 인정되어야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두49122 판결 참조).

나)

앞서 든 증거, 갑 제2, 5, 6호증, 을 제4, 5, 6,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통보 및 이 사건 해고 과정에서 받았다고 주장하는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가 업무수행성이나 업무기인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⑴ 우선 이 사건 통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사업장 직원들이 원고가 근무시간 중 귀가하는 등과 같이 근로시간에 근로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비위행위로 한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라고 고지하자, 원고는 위 직원들에게 계속하여 비위행위를 묵인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위 직원들은 원고의 계속된 묵인 요구를 받고 그제서야 징계해고가 될 경우 고용보험급여를 받거나 위로금이 지급될 수도 있다고 말하였다. 따라서 위 직원들이 이 사건 통보를 하면서 원고를 협박하거나 권고사직을 강요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원고는 위 직원들을 수사기관에 강요미수로 고소하였으나, 2020. 12. 7.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위 고소사건에 관하여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이에 대한 항고도 기각되었다.

⑵ 또한 이 사건 통보나 이 사건 해고는 원고가 근무시간 중 근무장소를 이탈한 것을 원인으로 이루어진 조치이고, 이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근로계약에 기하여 이 사건 사업장의 지배·관리 아래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원고의 위 행위가 발단이 되어 이루어진 이 사건 통보나 이 사건 해고가 원고의 업무수행과정에서 발생하였다거나 업무에서 기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⑶ 물론 근로자가 어떤 재해를 입게 된 원인에 근로자의 고의 및 과실이 개입되어 있거나 설령 근로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이라도, 그 재해의 발생이 근로자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될 수 있는 일이라면 근로자의 고의 및 과실이 일부 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으나(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참조), 이 사건 해고나 이 사건 통보는 ’원고가 근무시간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임의로 귀가하였음‘을 그 이유로 하고 있다면 이를 두고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원고가 들고 있는 판결들은 모두 근로자의 업무수행 그 자체나 업무수행 과정에서 수반될 수 있는 사건을 원인으로 하여 이루어진 인사상 조치를 받은 경우에 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 사안이 달라 이를 그대로 원용할 수 없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성진

[별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