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0. 10. 12. 건설업(일반건설, 건축물 개·보수), 주택사업(매매·분양임대·건물관리업)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2001. 1. 26.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에 따라 건축공사업 등록을 마친 법인이다.
원고는 주식회사 B으로부터 인천 연수구 C 소재 D 사옥 및 연구소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기로 하였고(공사기간: 2018. 5. 10.~2020. 4. 9., 공사금액: 26,813,384,000원), 2018. 9.경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으로부터 타워크레인 1대를 임차하면서 E에 위 타워크레인의 설치 및 해체 작업을 하도급(계약기간: 2018. 11. 17.~2020. 1. 3., 계약금액: 70,000,000원)하였으며, E은 F이 운영하는 개인사업체인 G에 위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을 재하도급(공사기간: 2020. 1. 2.~2020. 1. 3., 계약금액: 4,485,000원)하였다(이하 E과 G에 하도급된 부분을 '이 사건 공사'라 한다).
G 소속 근로자인 H, I, J(이하 통틀어서는 '피해자들'이라 한다)은 2020. 1. 3. 08:18경 위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 상부에서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동식 크레인(330톤)으로 메인 지브<2>를 들어올리던 중 카운터웨이트<3>(약 8.5톤)의 무게로 인해 턴테이블 상부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H와 I은 지상으로 추락하여 사망하였고, 크레인 상부에 안전대를 체결하여 매달린 J은 추락한 위 크레인 상부 등에 부딪쳐 약 1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 상완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고용노동부장관은 2020. 5. 7.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원고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조치를 소홀히 한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영업정지처분을 할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2022. 1. 18. 원고에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으로 2명사망 및 1명 부상'을 이유로 건설산업기본법<4> 제82조 제1항 제7호에 근거하여 2개월(2022. 2. 1.부터 2022. 3. 31.까지)의 영업정지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처분사유 부존재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사업자"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실제로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직접적인 건설사업자'로 한정적으로 축소해석하여야 하고,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2020. 2. 18. 대통령령 제3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5> [별표 6] '영업정지 및 과징금의 부과기준'(이하 '이 사건 행정처분 기준'이라 한다) 중 제1의 마항은 '건설공사를 공동으로 도급받은 경우 영업정지 등의 처분은「그 처분 사유를 발생시킨 자」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은 E과 G가 되어야 하므로 원고를 상대로 한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
재량권 일탈·남용
설령 이 사건 처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이 경하고 형사재판에서도 E과 G의 F이 중대재해를 일으킨 당사자로서 처벌받은 점,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시공 중인 공사현장의 도급계약이 해지될 수 있고 새로운 공사에 관한 입찰 참여 및 계약 체결이나 신규 수주가 전면 중단되는 등 원고가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 명백한 반면 이 사건 처분으로 얻게 되는 공익은 사실상 미미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은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처분사유의 존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처분 사유를 발생시킨 자'이자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사업자'로서 원고에게 중대재해 발생에 관한 귀책사유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령 상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하는바, 원고는 이 사건 공사의 원청으로서 위 규정이 정한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로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령에 의하여 사업주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부담하는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와 위 법령에 따라 구체화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사업주에게 부과하는 의무는 작업현장에서 재해를 방지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구현하여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하도급업체인 E과 G만이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원고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원고의 주장과 같이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사업자'의 의미를 축소해석하여야 할 근거나 특별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민사재판이나 행정재판에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이나 행정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두28240 판결 등 참조).
원고 소속 직원인 K은 이 사건 공사 현장의 현장소장으로서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선임되었고, 원고 소속 안전관리자인 L은 위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책임 업무 전반을 담당하였으며, 원고 소속 공사부장인 M은 위 공사 현장에서의 작업을 관리·감독한 자이다.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인천지방법원(2020고단6535)은 2021. 8. 12. 원고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K의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 L과 M의 업무상과실치사상의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K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L과 M을 벌금 1,000만 원에, 원고를 벌금 2,000만 원에 각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21. 8. 20. 확정되었는데, 위 형사판결은 '㉠ 원고에게 법령에 의하여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고, K, L, M은 이 사건 공사의 사전조사 단계에서 타워크레인 해체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도급인인 원고에게는 이 사건 공사의 타워크레인 해체 업무와 관련하여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고, ㉡ 원고도 피해자들이 작업순서를 변경하여 작업을 진행하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작업순서대로 진행할 것을 지시하지 않았고 작업 진행상황 등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함에 따라 이 사건 사고를 초래하였으며, ㉢ 원고는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안전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여 관리할 책임이 있는 자임에도 타워크레인 전문업체에 하도급을 주었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는 사업주로서 K 등 원고 소속 직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방지하지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여야 하는 지위에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귀책사유가 인정된다.
이 사건 사고로 사망자가 2명 발생하였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2호,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21. 1. 19. 고용노동부령 제3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호에 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음은 분명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원고의 귀책사유가 인정되며, 고용노동부장관이 2020. 5. 7.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영업정지를 요청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 소정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업자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영업정지를 요청한 경우"에 해당한다.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실과 이 사건 처분의 경위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으로 보호하려는 공익에 비추어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커서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한 상해를 입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공사 현장 상황에 맞는 작업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비용 부담이 든다는 이유로 안전한 작업방법을 확보하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는 사업주인 원고가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여 발생한 사고로 그 위반내용도 가볍지 않다.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80조 제1항 및 [별표 6] 2. 개별기준에 따르면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여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업자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영업정지를 요청한 경우" 1차 위반시 3개월의 영업정지처분을 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피고는 원고가 최근 3년 내에 제재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는 점 등의 사정을 감안하여 [별표 6] 1. 라. 1) 나) 감경사유에 따라 1개월을 감경하여 이 사건 처분에 이른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처분이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처분의 목적은 건설산업기본법의 취지에 따라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에 있고, 그 내용도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서 정한 행정처분의 기준에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으로 입게 될 원고의 불이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현저히 크다고 할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변이섭 심용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