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 19. 선고 2022구합53174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B는 2000. 3. 17.경부터 대전 중구에서 ‘C’이라는 상호의 조경업체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이고, 망 D(E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B의 아버지이다.

나.

망인은 2021. 3. 11. 09:30경 C에서 관리하는 대전 동구 F 소재 농장(이하 ‘이 사건 농장’이라고 한다)에서 폐목, 고사목 등을 소각하던 중 불길이 망인의 몸으로 옮겨 붙어 신체표면의 35%에 화상을 입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당하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2021. 3. 30. 01:26경 패혈증 쇼크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이 C에서 근로자로 근무하는 동안에 발생한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것이라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C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C을 운영하는 아들의 사업을 선의로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되므로, 망인은 사업주와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를 들어 2021. 5. 26.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1. 11. 2.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7, 10, 19, 2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

가.

증명책임의 소재

원고는,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당해 처분을 내린 행정청인 피고에게 있다는 행정소송의 대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처분을 정당화하는 사정, 즉 망인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의 규정이 준용되는 행정소송에서도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의 일반 원칙에 따라 증명책임을 당사자 사이에 공평하게 분배하여야 하는 것이고, 이와 달리 행정청이 처분을 내린 주체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그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적으로 행정청 일방에게만 귀속시킬 수는 없다(대법원 2013. 1. 10. 선고 2011두7854 판결, 2016. 10. 27. 선고 2015두42817 판결 등의 취지 참조).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어떠한 권한을 행사하는 처분을 내린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 권한 행사의 근거가 되는 규정의 요건사실을 피고가 증명하는 것이 타당하나, 반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권한의 행사를 신청하였는데 피고가 그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린 경우라면, 먼저 원고가 그 권한의 행사를 신청한 근거가 되는 규정의 요건사실을 증명하고, 이에 대응하여 피고가 그 권한의 행사를 저지하거나 권한 자체를 상실시키는 규정의 요건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인바, 위에서 본 증명책임의 분배 법리에 따라 원고가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요건을, 피고가 지급의 예외사유를 각 증명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인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2조 제1항과 제71조 제1항은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사망한 경우’를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에서 망인이 위 규정의 적용 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은 원고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망인의 근로자성이 증명되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②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③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④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⑤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⑥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⑦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⑧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⑨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⑩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⑪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여러 경제적ㆍ사회적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등 참조).

2)

판 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다가 갑 제4 내지 6, 19, 22호증, 을 제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근로자의 지위에서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가)

원고와 B가 피고에게 제출한 ‘유족 및 사업장 확인서’(갑 제19호증)에 따르면, ① B는 오랫동안 원예 관련 사업을 운영한 망인의 연륜에 중점을 두고 망인을 채용하였고, ② 망인은 이 사건 농장의 총책임자로서 B와 업무를 협의하는 한편, 직접 일용직 인부들을 호출하여 작업 지시를 내렸으며, ③ B는 망인에게 작업량이나 작업속도를 그때그때의 작업 현황에 맞추어 재량으로 판단하라고 요청하였다는 것이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망인과 B가 2년 동안에 단 4차례 작성한 ‘현장 일용직 근로계약서’(갑 제4호증)의 기재와는 달리, 실제로는 B가 망인에게 이 사건 농장의 관리업무를 포괄적으로 위탁하는 위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

나)

B가 망인의 출․퇴근시간을 지정하고 그 준수 여부를 감독하였다는 정황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망인은 2021. 2. 3. B와 사이에 일용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B에게 “추워서 뿌리에 영양제를 바르기 곤란하다. 날이 따뜻해지면 작업하자”라고 말하면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갑 제19호증 제12쪽). 이에 대하여 B가 망인에게 어떠한 제재조치를 취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망인이 B의 업무상 지휘․감독에 종속되어 있었다거나 B에게 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할 것이다.

다)

B는 망인에게 보수의 대부분을 현금으로 지급하였다고 진술하면서 일부 계좌이체 방식으로 송금한 내역(을 제4호증)을 제출하였으나, 해당 내역에 나타난 송금의 간격과 액수에 어떠한 규칙성을 찾기 어렵고, 달리 망인이 B로부터 근무일수 또는 근무시간에 비례하는 임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라)

설령 원고의 주장처럼 망인이 B의 필요에 따라 가끔씩 일용직으로 고용되어 근로소득세를 공제한 임금을 수령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갑 제5, 6호증), 그동안 망인이 이 사건 농장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였던 모든 날에 반드시 임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따라서 망인과 B의 밀접한 친족관계를 아울러 고려한다면, 이 사건 사고 당일에는 망인이 임금을 대가로 받지 않고 선의로 B를 돕기 위하여 작업을 하였을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마)

B는 이 법원에 “조경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농장 내 텃밭 가꾸기 등의 농장관리업무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망인에게 부탁을 드린 것인 반면, 수목굴취 또는 식재 등 조경사업에 관한 업무는 사업주로서 망인에게 지시를 한 것이다”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였다(갑 제22호증 제2쪽).

그런데 앞서 본 ‘유족 및 사업장 확인서’에서 B는 “이 사건 사고 당일 망인에게 처음에 삽목 작업을 부탁드렸고, 이어서 이 사건 농장에 있는 폐목, 고사목 등 잡다한 쓰레기들이 미관상 좋지 않아 보여 소각해달라고 부탁드린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갑 제19호증 제10쪽).

위 각 진술을 종합하면, 특히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된 소각 작업은 B가 본연의 조경업무인 삽목 작업에 덧붙여 망인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한 농장관리업무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망인이 근로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망인은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 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와 같은 전제에서 내린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