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9. 7. 선고 2022구합5513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당사자 지위

1)

원고는 2002. 8. 7. 설립되어 인천에 본사를 두고 부평, 창원, 보령 등 3개 사업장에 상시 약 15,0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자동차 제조업 등의 사업을 경영하는 법인이다(이하 ‘원고 회사’라 한다).

2)

J노동조합은 전국의 금속산업 및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2001. 2. 8. 설립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원고 회사 근로자 대부분이 위 노동조합 산하의 K지부(이하 ‘이 사건 지부’라 한다)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

피고보조참가인들(이하 개별적으로는 ‘참가인 B’ 등으로 지칭하고, 통틀어 지칭할 때는 ‘참가인들’이라 한다)은 원고 회사 L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참가인 B은 2021. 4. 9. 자로 징계해고되었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참가인 C, D, E, F는 각각 2021. 4. 15.부터 2021. 6. 14.까지 2개월간 정직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각 정직’이라 하고, 이 사건 해고와 합쳐 ‘이 사건 각 징계’라 한다)을 받았다.

나.

참가인들에 대한 징계 경위

1)

원고 회사와 이 사건 지부는 2020. 1. 20. L공장의 JPH<2>를 24에서 26으로, 2020. 3. 2. 26에서 28로 각 증산 시행하였다. 원고 회사는 2020. 5. 8. 제19차 부서협의에서 이 사건 지부에 32JPH로 증산을 요구하였으나, 2020. 8. 19. 제23차 부서협의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2)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지부에 2020. 8. 26. 부로 L공장의 JPH를 30으로 변경하겠다고 통보하였고, 이에 이 사건 지부는 2020. 8. 25. 원고 회사에 노사 간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JPH 증산 강행에 대해 다시 판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3)

원고 회사는 2020. 8. 26. 06:00부터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JPH 변경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였고, 이에 참가인들을 포함한 이 사건 지부의 대의원 및 집행부 간부 33명(참가인들은 L공장 대의원이고, 나머지는 이 사건 지부 집행부 간부이다)은 같은 날 06:50경부터 원고 회사의 30JPH 증산을 저지하기 위해 L공장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07:35경 안돈줄<3> 절단 등의 상황으로 작업이 중지되고 작업자들 상당수가 항의의 표시로 조퇴를 하여 작업자 부족 등의 이유로 생산라인 가동을 재개하지 못하다가 09:12경 임시 휴업조치가 취해졌다.

4)

이 사건 지부 간부들의 위 행위와 관련하여 인천지방법원은 2021. 12. 15. 아래와 같이 참가인들을 포함한 14명에게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발령하였고(2021고약15550호), 위 약식명령이 위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는데, 그 범죄사실은 [별지 1] 기재와 같다.

5)

원고 회사가 참가인들에게 이 사건 각 징계를 하면서 징계사유로 삼은 내용은 ‘참가인들을 포함한 직원 33명은 2020. 8. 26. 06:50경부터 JPH 조정에 대한 항의 목적으로 L공장 임원실 및 생산부문 부사장 집무실에 침입하여 이를 점거하고 그 과정에서 공동으로 재물손괴, 폭언, 협박 등을 행사하는 등으로 말미암아 회사에 재산상의 막대한 손해를 입힘’(기물파손, 사내폭행으로 인한 규율질서 문란)이고, 근거 규정은 단체협약 제53조 제2호 및 제9호이며, 참가인별 구체적 행위 내용은 아래와 같다.

연번 참가인 행위 내용

6)

그 외에 공동으로 재물을 손괴한 이 사건 지부 집행부 간부 Q, U은 정직 1월의, N, O, P, R, S, T, M은 감봉의 징계를 받았다.

다.

재심판정 경위<4>

1)

참가인들은 이 사건 각 징계가 부당해고 및 부당징계에 해당한다며 2021. 7. 2.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다.

2)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각 징계는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절차에 하자가 없다. 이 사건 해고는 징계양정이 적정하여 정당하나, 이 사건 각 정직은 양정이 과하여 부당징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여 참가인 B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기각하고, 참가인 C, D, E, F의 부당징계 구제신청은 인용하였다.

3)

원고 회사는 위 초심판정 중 부당징계 구제신청 인용 부분에, 참가인 B은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 부분에 각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4)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2. 30. ‘참가인 B, C에 대한 징계사유 중 원고 회사가 공동의 징계사유라고 주장하는, 임원실을 방문하여 기물을 파손하고 사내폭행으로 규율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부분(단체협약 제53조 제2호)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나, 나머지 이 사건 각 징계의 사유는 정당하다고 인정되고, 이 사건 각 징계는 절차에 하자가 없으나, 양정이 과다하다.’라고 판단하여 위 초심판정 중 참가인 B에 대한 부당해고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이 사건 해고를 부당해고로 인정하는 한편, 이 사건 각 정직에 관한 원고 회사의 재심신청은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라.

단체협약

원고 회사와 이 사건 지부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주요 내용은 [별지 2]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가 제1, 3, 4, 5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 주장 요지

1)

원고 회사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각 징계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가)

참가인들은 이 사건 지부 대의원으로 노동조합의 지휘에 따라 공동으로 비위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이 사건 각 징계의 사유가 전부 인정된다. 구체적으로 참가인 B, C, D의 생산라인 정지행위와 참가인 D, F, E의 재물손괴 행위는 단체협약 제53조 제2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을 때”에, 위 재물손괴 행위는 같은 조 제9호의 “사내에서 폭행, 음주, 도박, 목적 외 차량운행으로 규율을 문란케 하였을 때”에 각 해당한다.

나)

참가인들은 원고 회사가 시간당 생산대수를 상향한 데 대한 보복으로 원고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에서 범법행위를 저지른 점, 참가인 B의 안돈줄 절단으로 인하여 자동차 약 40대분의 생산손실이 발생하는 등 회사의 손실이 큰 점, 원고 회사에서 이 사건과 같은 이 사건 지부의 폭력행위가 반복되는 등으로 사업장 규율질서 및 조직문화가 훼손된 점, 참가인 B은 종전에도 유사한 비위행위로 정직 2개월을 받은 바 있는 등 참가인들의 징계전력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각 징계는 그 양정이 적정하다.

2)

피고

참가인 B, C의 징계사유 중 임원실을 방문하여 기물을 파손하고 사내폭행으로 규율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부분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그 외의 이 사건 각 징계의 사유가 존재하나, 그 양정이 과다하므로 이 사건 각 징계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

3)

참가인들

이 사건 각 징계의 사유 중 참가인들이 공동으로 재물손괴, 폭언, 협박 등을 행하였다는 부분은 증명된 바 없고, 참가인들에 대한 징계양정은 행위에 비하여 과중하므로 이 사건 각 징계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

나.

판단

1)

징계사유 존부

가)

‘L담당 사무실 항의방문 가담’ 징계사유 존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5호증, 을가 제3, 4, 5호증, 을나 제9,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각 징계의 사유 중 ‘참가인들을 포함한 직원 33명은 2020. 8. 26.

06:50경부터 JPH 조정에 대한 항의 목적으로 L공장 임원실 및 생산부문 부사장 집무실에 침입하여 이를 점거하고 그 과정에서 공동으로 재물손괴, 폭언, 협박 등을 행사하는 등으로 말미암아 회사에 재산상의 막대한 손해를 입힘’ 부분은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L담당 사무실 항의방문 가담’은 위 부분 징계사유를 요약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역시 정당한 징계사유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아래 나), 다)항에서는 원고 회사가 참가인별로 구체적으로 특정한 이 사건 각 징계의 사유가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1)

원고 회사와 이 사건 지부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제56조는 “징계사유에 대한 입증 책임은 회사에 있으며 이를 결하고는 징계할 수 없다. 또 해당 노조원이 징계의 부당함을 증명하지 못함을 이유로 징계사유 입증을 대신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징계의 정당성에 대한 증명책임이 사용자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2)

원고 회사는 2020. 9. 3. 이 사건 지부의 대의원 및 집행부 간부 33명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인천부평경찰서에 고소하였는데, 이후 수사기관에 ‘사전공모와 역할분담은 없었고, 각 행위는 우발적으로 발생하였다. 상무실과 부사장실에서만 공동손괴행위가 발생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인천부평경찰서는 2021. 3. 12.경 ① 상무실과 부사장실에서 이 사건 지부 집행부 간부인 Q, M, P, U, O, S, N, R, T이 저지른 재물손괴 행위만을 공동범행으로 판단하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재물손괴등)으로 의율해 검찰에 송치하고, ② 참가인 D, E, F의 재물손괴 행위는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단독 재물손괴 범행으로, 참가인 B, C, D의 업무방해 행위는 각 행위자의 개별적인 범행으로 각 판단하여 검찰에 송치하였으며, ③ 항의방문차 L담당 사무실에 집결한 나머지 19명에 대해서는 공모나 역할분담, 범죄가담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보아 불송치 결정(혐의없음)을 하였다.

(3)

원고 회사는 위 19명에 대하여 처음에는 L담당 사무실 항의방문 가담을 이유로 징계를 하였다가 위와 같은 수사기관의 판단(불송치)에 따라 재심을 통해 해당 징계를 모두 취소하여 이들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 따라서 참가인들 역시 자신이 한 개별적인 위법행위에 대해서만 징계책임을 질뿐, 구체적인 가담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이 사건 지부 간부들의 다른 일탈행위에 대해서까지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비록 참가인 B, C, D이 안돈줄을 당겨 생산라인을 정지시키는 동일한 행동을 하였으나, 이들 외에 다른 생산라인의 이 사건 지부 대의원들은 위와 같은 행동을 한 바 없다. 오히려 현장에 있던 이 사건 지부 대의원들은 원고 회사의 조사에서 안돈줄을 당겨 생산라인을 정지시킨 것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닌 우발적 행동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5>

(5)

재심 인사위원회에서 이 사건 지부 수석부지부장 W이 ‘L담당 사무실에 올라가서 X 상무 방을 점거하거나 집기를 올린 거와 CCR도 내가 맨 처음에 지시했다. 그래서 대의원들은 내 지시에 따른 거다. 그런데 왜 대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다한 것처럼 표현했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W은 위 인사위원회에 참가인들을 포함한 징계혐의자를 변호하기 위하여 참여한 것인 점, W은 2023. 4. 10. ‘노동조합 수석으로 책임을 지기 위해 나보다 지위가 낮은 대의원(조합원)들을 보호하고자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이다.’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한 점, 원고 회사가 W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한 바도 없는 등 원고 회사도 W의 말을 조합원들을 감싸기 위한 취지로 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W의 위 진술을 근거로 이 사건 지부 간부들의 행위가 W의 지휘 아래 공동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는 없다(원고 회사는 W의 위 진술 전에 이미 33명의 이 사건 지부 간부들이 공동하여 손괴행위 등을 한 것으로 판단해 징계를 하였다).

(6)

이 사건 각 징계의 사유에서 개별적으로 특정된 참가인들의 행위 외에 참가인들이 다른 사람의 비위행위에 어떻게 가담하였는지가 분명하지 않고, 오히려 참가인 B, C은 총괄임원회의실, V 상무실, L 담당 회의실 등에서 손괴행위가 있을 당시 생산라인에서 관리자들과 대치하고 있어 손괴가 일어난 현장에 있지 않았는바, 참가인들이 다른 조합원들의 비위행위를 인식할 수 있었거나 비위행위 당시 함께 있었는 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7)

다만 참가인 B은 원고 회사 조사에서 CCR 강제개방 가담에 관하여 ‘수석부지부장이 CCR이 어딘지 물어 자신이 안내해 이동해 문을 열려 했는데, 잠겨 있어 AA 조합원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말하고 두드렸다. F 대의원이 발로 문을 한 번 찼는데 열렸다.’, ‘당시 상황을 폭력행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진술에 의하면 참가인 B이 참가인 F가 CCR에 들어가기 위해 철문을 강제개방하여 손괴한 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행위가 사내에서 폭행으로 규율을 문란케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아래 다)항에서 살펴본다.

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16, 4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참가인 B, C이 안돈줄을 당겨 생산라인을 정지시킨 행위는 단체협약 제53조 제2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을 때에 해당하나, 그 외 참가인들의 행위는 위 조항의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1)

참가인 B은 L공장 메인 생산라인인 샤시6직장의 안돈줄을 당기거나 절단하는 등으로 약 85분간 자동차 제조업체인 원고 회사 업무의 가장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인 자동차 생산공정을 중단시켜 약 40대분의 생산손실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L공장의 350여 명의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으므로 참가인 B의 위행위로 원고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참가인 C은 원고 회사 조사에서 ’메인라인을 잡고 있는 대의원들만 감수하라고 할 수 없고, 내가 라인을 잡아도 메인라인에 영향을 줄 만큼의 임팩트도 없기 때문에 동참하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맞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참가인 C 역시 여러 차례 도어생산 라인의 안돈줄을 잡아당김으로써 참가인 B의 업무방해 행위에 가담하였으므로 참가인 C도 원고 회사가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은 데 대해 책임이 있다.

(3)

참가인들은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8다41986 판결을 근거로 원고 회사가 단체협약 제53조 제2호에서 정한 막대한 손해 발생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판결은 ’위법한 쟁의행위에 따른 조업중단으로 생산이 감소하면 매출 감소 및 그에 따른 매출이익과 고정비용 상당 손해 발생을 추정하되,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하여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위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그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손해의 산정에 관하여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징계처분은 손해의 전보와는 차원을 달리하여, 기업의 공동 질서를 위반한 행위를 제재함으로써 기업질서 확립․유지를 도모하는 것이므로 위 판결의 법리가 징계처분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4)

한편, 참가인 D이 안돈줄을 당겨 생산라인을 정지시킨 샤시2직장에서는 생산손실이 초래되지 않았다. 또한, 참가인 D은 가장 먼저 생산라인을 정지시킨 후 L담당 사무실로 이동하였을 뿐, 참가인 D이 생산라인 정지에 관하여 참가인 B, C 등과 공모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참가인 D의 생산라인 가동 중단 행위로 원고 회사의 업무가 방해된 것을 넘어 그로 인한 손해가 막대하다고 막연히 추정할 수는 없다.

(5)

원고 회사가 2020. 8. 26. 이 사건 지부 간부들의 재물손괴 행위로 합계 6,064,000원의 피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되나, 이는 참가인들이 아닌, 이 사건 지부 집행부 간부들이 공동으로 한 재물손괴 행위로 발생한 피해가 포함된 액수일 뿐만 아니라, 원고 회사의 규모에 비추어 이를 막대한 손해(더할 수 없이 많거나 큰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사내에서 폭행으로 규율을 문란케 하였는지 여부

(1)

먼저 징계사유에 관한 규정인 단체협약 제53조 제9호(사내에서 폭행, 음주, 도박, 목적 외 차량운행으로 규율을 문란케 하였을 때)에서 ‘폭행’의 의미를 살펴본다. ① ‘폭행’의 사전적 의미는 ‘난폭한 행동’을 의미하는 점, ② 사내 음주 등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행위도 그 징계사유로 나란히 열거되어 있고 단체협약 제53조 제9호는 결국 회사 내 규율을 문란케 하는 행위를 징계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위 조항에서 규정한 폭행을 형법상 폭행죄의 폭행(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으로 제한할 이유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대상(신체 내지 물건)을 불문하고 회사 내 위계질서 및 평온을 해치거나 업무에 방해를 줄 수 있는 유형력의 행사는 모두 단체협약 제53조 제9호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참가인 F가 위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 참가인 D이 L담당 사무실 내 총괄임원회의실 문을 발로 걷어차 파손한 사실, 참가인 E은 V 상무사무실 집기를 파손한 사실은 모두 위 참가인들이 발령받아 확정된 약식명령에서 인정되었고, 참가인 B이 참가인 F의 CCR 강제개방에 가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러한 행위가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나 이 역시 회사 내 위계질서 및 평온을 해치거나 업무에 방해를 주는 유형력 행사로서 회사 내 규율을 문란케 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단체협약 제53조 제9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라)

소결

참가인들에 대하여 인정되는 징계사유는 다음과 같고, 그 외에 이 사건 각 징계의 나머지 징계사유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볼 수 없다.

참가인 단체협약 근거 사유

2)

징계양정의 정당성 여부

가)

관련 법리

(1)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 다만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근로자에 대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는 해당 기업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사용자가 징계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주된 징계사유, 전체 징계사유 중 인정된 징계사유의 내용과 비중,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 해당 징계처분의 종류, 해당 기업이 정하고 있는 징계처분 결정 절차, 해당 기업의 규모·사업 성격 및 징계에 관한 기준과 관행 등에 비추어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동일한 징계처분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 해당 징계처분을 유지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근로기준법 제31조에 의하여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을 다투는 소송에서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가 부담하므로, 인정되는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에 대한 증명책임도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57318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와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0호증, 을가 제2호증, 을나 제2, 3,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원고 회사가 참가인 B에게 해고, 참가인 C, D, E, F에게 해고를 제외하고 가장 무거운 징계인 정직 2개월로 각각 징계양정을 정한 것은 참가인들에 대하여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하여 그 정도가 현저히 무거워 징계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1)

원고 회사는 참가인들에 대한 징계통지서(재심 포함)의 징계사유 및 양정사유에 ‘공동으로 L담당 사무실을 항의방문하여 집기를 파손하여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힌 사실’을 ‘생산라인 정지로 재산상 막대한 손해를 입힌 사실’보다 중요하거나 적어도 대등하게 기재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 B의 CCR 강제개방 가담을 제외하고는 참가인들이 공동으로 재물손괴를 하였다는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고, 참가인들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는, 이 사건 지부 집행부 간부들이 공동으로 저지른 재물손괴 비위행위의 경우 행위 내용이나 이에 대한 처벌 수위 등에 비추어 그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으며, 원고 회사가 집기 등 파손으로 재산상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참가인들에 대하여 인정되지 않는 징계사유가 이 사건 각 징계의 사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볼 수 없다.

(2)

종래 L공장의 JPH 조정은 노동조합과 합의를 거쳐 시행되었고, 원고 회사와 이 사건 지부는 사건이 일어난 2020. 8. 26.경 JPH 증산에 관한 의견 차이로 분쟁상태에 있었다. 사건 당시 작업자 상당수가 사전 계획 없이 항의의 표시로 조퇴를 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지부의 30JPH 증산 저지 활동은 원고 회사 근로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참가인들은 이 사건 지부 조합원의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대의원이었다. JPH 증산은 시간당 작업량 등 작업환경에 관한 것으로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바, 당시 원고 회사가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이를 시행하기로 하여 노사 간에 충돌위험이 컸다. 즉, 이 사건 각 징계에서 참가인들에 대하여 인정되는 징계사유는 노동조합에 의하여 조직화된 근로자들의 항의 의사를 공동으로 표명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충돌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당초부터 노동조합이 폭력행위를 기획․지도하여 노동조합의 의사를 강요하는 것에 근로자들이 공동으로 가담하는 비위행위와는 그 제재 필요성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제재 수위도 그에 상응하도록 정하여야 한다.

(3)

안돈줄 절단으로 생산라인이 정지됨으로써 발생한 차량 40여 대의 생산손실로 인해 원고 회사가 약 8,600만 원 상당의 고정비용을 지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지부는 참가인들의 비위행위 직후인 2020. 9. 1. 이번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원고 회사와 30JPH 시행을 합의하였는바, 위와 같은 생산차질은 근로 밀도 강화를 통한 추가 생산으로 만회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생산량의 회복은 손해를 경감하려는 원고 회사의 적절하고 합리적인 노력에 근로자들의 협력과 노동이 함께 더하여짐으로써 달성되는 것이므로 이를 오로지 원고 회사의 노력으로 손해가 회복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4)

참가인들은 모두 15년 이상 원고 회사에서 근속하였고, 참가인 D, F는 이 사건 전에 징계전력이 없으며, 참가인 E은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만 1회 있다.

(5)

참가인 F에게 인정된 징계사유의 비위행위 횟수가 많으나, 이는 모두 단독으로 물건을 손괴한 데 그친 것이고, 참가인 F에 대한 형사처벌 내용과 수위 등에 비추어 그 비위행위 정도가 함께 처벌받은 이 사건 지부 간부들과 비교하여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

(6)

참가인 B이 2011. 3. 31. 안돈줄을 당겨 생산라인을 정지시켜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유사 징계전력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비위행위는 원고 회사 부평 소재 공장 작업자의 우측 검지가 기계에 협착되는 안전사고가 발생한 데 대하여 원고 회사 관리자가 사고가 난 기계의 이상 여부만을 확인한 후 공정을 재가동시키자, 참가인 B이 후속 안전조치 시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에서 생산라인을 정지시킨 것으로,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위 사고는 작업자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같은 날 참가인 B에 의해 생산라인이 정지된 후 위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이 실시되었다), 9년 이상 전에 발생한 것이다.

(7)

원고 회사는 2020. 7. 안돈줄을 당겨 23분간 생산을 중단시켰던 AB에 대해서 정직 14일의 징계를 한 바 있는데, 안돈줄을 이용한 생산 중단이라는 중요사실관계가 동일한 두 사건 간에 해고와 정직 14일이라는 양정의 차이를 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여지가 있다.

(8)

참가인 C의 경우 서브 공정 또는 대기가 있는 공정으로 전체 생산라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라인의 안돈줄을 잡아당겨 생산을 정지시킨 것이고, 생산손실도 발생하지 않았다.

3)

소결

이 사건 각 징계는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바, 이와 결론을 같이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므로 원고 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 회사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변이섭 심용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