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 19. 선고 2022구합6007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19. 8. 1. 설립되어 상시 1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도시가스업무대행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21. 5. 3. 원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에 입사하여 가스설비관리원으로 근무하였다.

다.

참가인은 2021. 6. 23.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제출하였고, 원고는 2021. 6. 25. 이 사건 사직서를 수리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라 한다).

라.

참가인은 2021. 9. 10.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의사표시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구제신청’이라 한다). 그러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11. 5.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이 사건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D).

마.

참가인은 2021. 12. 3. 초심판정서를 송달받고, 이에 불복하여 2021. 12. 10.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2. 11.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은 비진의의사표시에 해당하고, 원고는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참가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원고는 재심판정서를 2022. 3. 3. 송달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재심판정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이 사건 구제신청의 부적법

이 사건 사직서 중 ‘앞으로 본 사직에 관하여 민·형사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부분(이하 ‘이 사건 문구’라 한다)은 참가인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부제소합의로서 유효하다. 따라서 이 사건 구제신청은 부제소합의에 해당하는 이 사건 문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2)

해고의 부존재

참가인이 원고에게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진의에 기한 것일 뿐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참가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관계 법령 및 원고의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참가인은 2021. 5. 3. 원고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원고에 입사하여 가스설비관리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2)

참가인은 2021. 6. 18. 원고에게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해고를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참가인이 객관적으로 과도한 업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없음을 설명하고 참가인의 해고 요구를 거부하였다.

3)

원고 대표자 E은 2021. 6. 21. 09:14경 사무실에서 원고 실장 F이 배석한 가운데 참가인에게 ‘어차피 본인이 해고를 해 달라고 했었으니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이야기하였고, 이에 대해 참가인이 ‘사직서는 쓰지 않을 것이니 해고를 해 달라.’고 이야기하자 ‘그렇게 하자. 근무일자는 오늘까지로 하자.’고 이야기하였다. E, F과 참가인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4)

참가인은 2021. 6. 22. 출근하지 않은 채 E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5)

참가인은 2021. 6. 23. 원고 사무실에 출근하였는데, E은 모친상 때문에 부재중이었다. 참가인은 원고 부장 G와 대화를 나눈 뒤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원고 측에 제출하였는데, 참가인과 G가 나눈 대화의 요지(이하 ‘이 사건 대화’라 한다)는 아래와 같다.

6)

참가인은 2021. 6. 24. 원고 사무실에 출근하였고, 11:00경부터 11:46경까지, 14:28경부터 16:50경까지 각 계량기 교체 업무를 수행하였다.

7)

E은 2021. 6. 25. 모친상을 마치고 원고 사무실에 복귀하여 09:16경부터 09:21경까지 참가인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참가인에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하였고, 이 사건 사직서를 수리함으로써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이 사건 구제신청의 적법 여부

이 사건 문구는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일종의 부제소합의에 해당한다. 그러나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에 대하여 이 사건 구제신청을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에 따른 공법상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 당사자 사이에 그에 관한 부제소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할 것인바(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두1259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문구는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참가인은 이 사건 문구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에 대하여 구제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구제신청은 적법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가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은 비진의의사표시에 해당하고, 원고는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이에 어긋나는 갑 제8호증의 기재는 믿지 아니한다),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참가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이 사건 대화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2021. 6. 23. 원고 사무실에 출근하여 원고에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G가 모친상으로 부재중인 E에게 전화하였고, E이 G에게 ‘참가인을 못 믿겠으니 사직서를 서약서로 받아라.’라고 지시(이하 ‘이 사건 지시’라 한다)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참가인은 G가 E으로부터 이 사건 지시를 받은 뒤 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사직서를 징구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참가인의 주장은 이 사건 대화 과정에서 G가 참가인에게 한 “자기(E)가 사표 써라 했는데 안 쓰고 해고해달라는 사람을 우리를 이용을 해서 사표를 쓰게 만들어서 퇴사를 시켜.”, “지금 이게 떳떳하신 행동이시냐고. 결국에 이렇게 하려고 그러면 나도 속이고 실장도 속인 거냐.”, “그렇게 하면(이 사건 사직서 수리하면) 안 되지. 그러면 이 사람은 완전히 진짜 정말 인간쓰레기인 거야.”라는 이야기에 부합하여 신빙성이 있다. 이러한 G의 이야기는 G가 E으로부터 이 사건 지시를 받았다고 전제할 때에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2)

이 사건 대화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은 원고에서 계속 근무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G의 이야기에 따라 E과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생각으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사건 대화 과정에서 G는 “이거는 깨진 신뢰를 붙이기 위해서 하는 거다.”, “믿음의 증거로 사직서를 받았는데 그걸 수리를 했다? 그러면 내가 더 실망할 것 같은데, 일단. 그건 말이 안 되잖아. 그렇게 하면 안 되잖아. 우리를 이용해서 이렇게 하면 안 되잖아. 그럼 어느 직원이 대표를 믿겠어요?”라고 이야기하였고, 참가인 또한 “서약서 그런 개념이지 사직서가 지금 제가 수리를 해달라는 그런 사직서의 내용은 아닌 거라는 말씀이시잖아요.”라고 이야기하였는바, 참가인이 진정으로 원고에서 퇴사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고 볼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참가인이 2021. 6. 22.까지 계속하여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였던 점,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인 2021.

6. 24.에도 출근하여 계량기 교체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였고, 2021. 6. 25.에도 출근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3)

원고는 참가인이 계속 근무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내심의 의사와 달리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대표자 E이 G에게 참가인으로부터 사직서를 서약서로 징구하라는 이 사건 지시를 한 이상, 참가인이 진정으로 원고에서 퇴사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았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의사표시의 효력이 의사의 흠결, 사기, 강박 또는 어느 사정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을 경우에 그 사실의 유무는 대리인을 표준하여 결정하는바(민법 제116조 제1항), 원고 대표자 E이 G에게 참가인으로부터 사직서를 수령하도록 지시함으로써 그 수령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 이상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 의사표시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는 G를 표준으로 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G가 참가인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의사표시임을 알고 있었던 이상, 원고의 선·악의를 불문하고 참가인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

(4)

결국 참가인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은 내심의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서 상대방인 원고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아무런 효력이 없다.

(5)

그럼에도 원고는 2021. 6. 25. 모친상을 마친 뒤 사무실에 출근하여 이 사건 사직서를 수리함으로써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를 하였는바,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참가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3)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의 적법 여부

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에게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등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참가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의하여 참가인에게 그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를 함에 있어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따른 절차를 거쳤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소결론

결국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석(재판장) 최승훈 김규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