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0. 13. 선고 2022구합75488 판결

부당징계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2002. 11. 20. 설립되어 상시근로자 약 90명을 사용하여 D과 E 등 사무소 및 창고에서 복합운송주선업(국제운송 주선과 서비스업 등), 통관업 및 창고업 등을 경영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03. 9. 1. 참가인 회사에 입사하여 E사무소에서 수출업무파트 선임(대리)으로 근무하던 중 2022. 1. 6. 감급 처분을 받고, 2022. 1. 24. D사무소로 배치전환된 사람이다.

나.

원고가 근무하던 E사무소는 수입팀과 수출팀으로 나누어져 있고, F 소장의 관리·감독하에 운영되고 있다. 수입팀은 G 대리가, 수출팀은 원고가 각 팀을 관리하였다.

다.

수출팀 소속 H 사원은 2021. 11. 25. 지게차 작동미숙으로 화물손상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발생시켰고, 2021. 11. 26. 아래와 같은 내용의 반성문을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확인서'이라고 한다)

<생략>

라.

원고는 2021. 11. 26. 10:30경 F 소장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H에게 경위서를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고, H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관한 정식 경위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하여 이를 받았다.

마.

H은 2021. 11. 26. 18:00경 참가인 회사의 고충처리위원인 부장 L에게 '원고가 자신에게 그동안의 업무상 과실에 대해 서면으로 작성하고, 마지막에는 한 번 더 어길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까지 적어 제출하도록 지시했다'는 취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였다.

이에 참가인은 2021. 12. 2. 외부 노무법인에 ① 경위서 외에 반성문을 개인적으로 제출케 하는 행위 및 이를 이용하는 행위, ② 면박을 주는 등의 언어폭력 다수, ③ 카풀 및 퇴근 후 차량 이동 요구행위, ④ 개인정보 수집 행위와 같이 4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의뢰하였다.

바.

참가인은 2021. 12. 13. 원고에게 '직장 내 괴롭힘 조사 통지서'를 교부하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왔다는 사실과 관련 조사가 진행될 예정임을 통보하였다. 원고는 2021. 12. 20. 조사기관으로부터 이 사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관한 조사를 받고 이를 부인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사.

조사기관은 2021. 12. 27.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관련 조사를 종료하고, 참가인의 조사의뢰사항 중 '① 경위서 외에 반성문을 개인적으로 제출케 하는 행위 및 이를 이용하는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는 보고서를 참가인에게 제출하였다.

아.

참가인은 2022. 1. 6. 원고가 참석한 가운데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징계위원회에서 노동조합 측 참석위원 전원은 징계의결서에 서명을 거부하고 퇴장하였고, 참가인은 '징계위원회의 의결결과가 가부 동수인 경우 의장이 결정권을 갖는다'는 단체협약 제31조 제2항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감급 2월의 징계를 의결한 후 같은 날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감급처분'이라고 한다).

자.

참가인은 2022. 1. 14. 원고의 근무장소를 H과 분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하에 2022. 1. 24.자로 참가인 회사의 D사무소로 배치전환 하는 인사발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배치전환'이라고 한다).

차.

원고는 2022. 6. 14.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감급처분 및 배치전환이 부당하다며 부당감급 및 부당배치전환 구제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3. 15.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2022. 4. 2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6. 21. 위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1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H에게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였고 이는 그 내용상 사실확인서일 뿐 반성문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고가 개인적으로 부당하게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하여 H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을 하였음을 근거로 한 이 사건 감급처분 및 배치전환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달리 보더라도 그 징계양정이 과다하여 위법하다.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이 사건 감급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사고나 비위행위 등을 저지른 근로자에게 시말서를 제출하도록 명령한 경우, 그 시말서가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사고 등에 관하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죄문 또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내심의 윤리적 판단에 대한 강제로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시말서 제출명령은 업무상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6605 판결 등 참조). 원고가 H의 사용자는 아니지만, 업무상 상급자로서 하급직원에게 일정한 업무상 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므로, 원고에 대하여도 위 법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4 내지 10호증, 을나 제18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각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확인서는 이 사건 사고를 발단으로 원고가 개인적으로 지시한 '반성문'에 해당하고, 원고가 정당한 징계권한 없이 그간의 잘못에 관한 반성문을 스스로 작성하게 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 이 사건 확인서가 이 사건 사고 관련 사실확인서라거나 F 소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확인서에 이 사건 사고와 관계있는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고 위 사고 발생 전 H의 업무실수나 원고에게 지적받은 내용이 반복 기재되어 있다. 위 확인서는 이 사건 사고를 발단으로 원고가 H에게 "지금까지 나한테 했던 행동들, 행위들에 대해서 종이에 써서 가지고 와라. 마지막에는 '한 번 더 어길 시 어떻게 할 것이다'라는 말도 꼭 들어가고"라고 하여 작성되었는데, 이는 단순히 이 사건 사고가 어떤 경위로 발생하였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문서의 작성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있었던 업무상 과책을 기술하고 이에 대한 반성의 내용을 작성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원고는 다른 곳에 보여주지 말라는 H의 부탁에 이 사건 확인서를 서랍에 넣어 놨고, 자신만 알고 가지고 있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위 반성문을 받은 다음 F 소장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와 관련 경위서를 받으라는 지시를 받자 H으로부터 별도의 사고 경위서를 추가로 받았는데, 위 사고경위서에는 이 사건 확인서와 달리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재되어 있다.

3)

원고는 1979년생(당시 43세)으로 2003. 9. 1. 참가인 회사에 입사하여 근속연수만 약 20년에 달하고, 당시 대리 직급으로 E사무소에서 소장 다음으로 상급자였으며, 수출업무파트의 선임 역할을 담당하였다. 반면 H은 1985년생(당시 37세)으로 2021. 4. 23.에 입사하여 갓 7개월 정도 근무한 신입직원에 불과했으므로, 원고가 H에 비해 지위 및 관계상 우위에 있었음이 명백하다. 원고가 이러한 지위에서, 정식 징계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고와 관계없이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한 반성문을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부당한 업무명령에 해당한다. 원고는 이 사건 확인서를 받은 이후 "그러니까 열이 받아서 내가 말을 해서 그렇게 받긴 받았는데 일단은 그냥 있어"라는 등, 평소 H과 좋지 않던 차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자 홧김에 이 사건 확인서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보여, 위 확인서 작성 지시 경위에는 일부 개인적인 감정이나 동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4)

원고는 F의 지시로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나, 원고는 본격적인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전인 2021. 12. 6. "내가 이거 가지고 (누구에게) 보여주고 그러진, 그런 적은 없어. 내가 이거 가지고, 누구한테 가가지고 뭐, 막 이렇게 막 내용 보라고, 이렇게 이 정도는 아니야. 아무리 내가 열이 받아도 니하고 나하고 그냥 내가 받아만두겠다", "이게 나도 정신적으로 이런 씨··· 그러니까 열이 받아서 내가 말을 해서 그렇게 받긴 받았는데 일단은 그냥 있어"라고 말한 점, 원고는 이 사건 조사과정에서도 "이 사건 반성문 작성을 지시한 것은 공식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요청한 것이다"라고 답변하고 피신고인 최종의견서에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를 종합할 때 원고는 F이 아닌 스스로의 판단 하에 이 사건 확인서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F은 원고의 이 사건 소제기 후인 2022. 10. 4. 본인이 원고에게 이 사건 확인서 작성을 지시하였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으나 이는 앞서 본 제반 사정 및 F은 사건 공론화 직후 E사무소장 직위에서 회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수립하여 보고하도록 지시받자 '피해자가 자신의 불리한 처우를 예상해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였다'는 취지로 보고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

다.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감급처분이 적정성을 갖추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 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감급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정당하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H은 업무과정에서 종종 원고의 질책을 받아왔으나, 이 사건 확인서 제출 요구 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볼 때 이러한 요구는 H에게 많은 정신적 고통을 준 것으로 보인다. H은 2021. 11. 29. 중등도 이상의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의 상병진단을 받았다.

2)

참가인은 징계의 종류로 견책, 감급, 출근정지, 강등, 정직, 징계해고를 두고 있고, 감급은 그 중 2번째로 경한 징계처분에 해당한다.

3)

원고는 이 사건에 이르러서도 크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참가인으로서는 근무기강의 확립 및 건전한 조직문화 함양을 위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4.

이 사건 배치전환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 내용 ·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 다만,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 등을 할 수 없는데(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해당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처분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업무상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직처분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전직처분 등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고,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이유의 유무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처분 등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53744 판결,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2다28675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은 직장내 괴롭힘이 발단이 된 것으로 원고와 피해직원인 H을 분리할 필요가 크고, 참가인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원고에 대한 배치전환을 명령한 것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② 이 사건 배치전환 이후 원고의 근로시간과 임금은 기존과 동일하고, 업무난이도 또한 E사무소보다 높지 않아 보이는 점, ③ 원고의 주소지는 M인데, 기존 근무장소는 E인 반면 이 사건 배치전환으로 원고가 근무하게 된 장소는 D로서 출퇴근상의 큰 불이익은 확인되지 않는 점, ④ 참가인의 L 부장은 이 사건 배치전환에 앞서 원고에게 이 사건 배치전환의 필요성을 설명하였고, 원고도 특별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배치전환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배치전환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에도 위법이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이은경 김민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