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2. 5. 선고 2023구단6207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B생)는 C 주식회사 등에서 근무하면서 분진에 노출된 자로, 2017. 2. 15. 일산병원 폐기능 검사 이후 2017. 2. 24. 만성폐쇄성폐질환(COPD<1>,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다.

나.

원고는 2018. 7. 3.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을 원인으로 최초요양급여를 신청하여 2020. 2. 10. 요양승인을 받고, 2020. 2. 20. 장해등급(제3급 제4호)에 따른 장해급여 91,527,480원(해당 지급기간 2017. 3. 1. ~ 2020. 1. 31.)을 지급받는 등 2020. 2.경부터 2021. 7.경까지 합계 139,935,200원의 장해급여를 지급받았다.

다.

피고는 2022. 1. 26. 원고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하여 2008. 4. 29.부터 2017. 2. 24.까지 지속적으로 진료 및 검사를 받았는바, 위 상병 진단이 확인된 날은 폐기능 검사일인 2008. 5. 6.로 볼 수 있고, 이 경우 2008. 4. 29.부터 시간적·의학적 연속성이 인정되는 2008. 4. 29.이 직업병 확인이 된 날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원인으로 한 장해급여청구권은 위 2008. 4. 29.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되는바, 원고가 요양급여신청을 한 2018. 7. 3. 당시 이미 3년이 소멸시효가 도과하였다'라는 이유로 요양급여승인취소 및 이미 지급한 장해급여 139,935,200원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하는 결정(이하 위 요양급여승인취소를 '이 사건 제1처분'이라 하고, 부당이득징수결정을 '이 사건 제2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2, 3, 7, 8,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각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제1처분 관련

주위적으로, 이 사건 상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서 장해등급을 규정한 바 없으므로, 원고가 특별진찰을 받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장해등급이 결정된 2020. 2. 20. 비로소 구체적인 장해급여청구권이 발생하므로,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된다.

예비적으로, 원고는 2017. 2. 24.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기 전까지는 본인의 질병을 천식이라고 알고 있었고, 피고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장해등급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을 시행한 2014. 5. 1. 이전에는 원고가 장해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존재하였으므로, 피고의 만성폐쇄성폐질환 업무처리 지침이 시행되어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가 소멸한 2014. 5. 1. 이후 처음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은 2017. 2. 24.부터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기산된다.

2)

이 사건 제2처분 관련

설령, 이 사건 상병을 원인으로 한 원고의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장해등급결정 및 장해급여를 지급할 때 이미 시효완성사실을 알았으므로, 이는 소멸시효이익의 포기에 해당한다.

피고는 2020. 2.경부터 2021. 7.경까지 원고에게 매월 장해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원고에게 장해급여청구권의 시효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원고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으므로, 이 사건 제2처분은 소멸시효 남용에 해당한다.

또한 비법률전문가인 원고로서는 소멸시효에 관한 문제점을 인식할 수 없었던 점, 이 사건 상병의 특성상 치유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점, 원고가 고령으로 계속된 호흡곤란 증상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점, 이 사건 제2처분으로 형성되는 재정상 이익 외에 특별한 공익상 필요성은 인정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제2처분은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된다.

나.

판단

1)

이 사건 제1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2. 9. 1. 법률 제111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2>, 이하 '구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112조 제1항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는바(구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2항, 민법 제166조 제1항),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해근로자의 업무상 재해가 산재보험법령이 규정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피고에게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두42634 판결 참조).

구 산재보험법 제57조에 따른 장해급여의 경우, 장해상태가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2011. 12. 30. 대통령령 제23468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53조 제1항 [별표 6]에서 정한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보상연금 또는 장해보상일시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근로자의 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위 대법원 2018두42634 판결의 취지 참조).

요양급여청구권의 경우에는 요양에 필요한 비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날의 다음 날, 즉 요양을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진행한다고 할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질병이 계속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가 요양급여의 신청을 한 때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넘는 부분에 대한 요양급여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더라도 3년 이내의 부분 및 장래 발생할 부분에 대한 요양급여청구권은 위 요양급여신청으로 인하여 시효의 진행이 중단된다(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누2318 판결 참조). 그런데 구 산재보험법 시행규칙(2008. 7. 1. 노동부령 제304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5호는 '치유'를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비롯한 구 산재보험법의 요양급여, 재요양, 장해급여 등의 각 규정 내용과 그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요양 중인 근로자의 상병을 호전시키기 위한 치료가 아니라 단지 고정된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치료만 필요한 경우는 치료종결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7두36618 판결 등 참조).

나)

원고의 주위적 주장에 관한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6, 7, 8호증,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의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회신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최초로 폐기능검사를 받은 2008. 5. 6. 당시 이 사건 상병으로 더 이상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렀고, 그 이후 이 사건 상병을 확진받은 2011. 12. 6. 비로소 위 상병을 원인으로 한 장해급여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위적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는 2008. 4. 29.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하 '일산병원'이라 한다)에 내원하기 시작하여 그 무렵부터 2017. 2. 15.까지 다음 표의 기재와 같이 12회에 걸쳐 폐기능검사를 받았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는 '위 각 검사의 적합성·재현성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3회 이상의 검사 결과 또는 FVL Ecode가 없기는 하나, 위 각 검사결과가 긴 시간동안 비교적 일관되고, 폐용적 검사까지 시행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일산병원에서 시행한 위 각 폐기능검사는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산병원 주치의는 2008. 4. 29.부터 2011. 5. 13.까지 11회에 걸친 외래진료 당시 원고에 대해 기관지 천식으로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 법원에 회신하였다.

②

원고는 2008. 4. 29.부터 2011. 5. 13.까지 11회에 걸쳐 일산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보았고, 2011. 6. 10.부터 2017. 2. 15.까지 45회에 거쳐 위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보았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는 "일산병원 주치의가 2008. 4. 29.부터 2011. 5. 13.까지 작성한 외래진료기록지에 따르면, 당시 주치의는 원고에 대해 기관지 천식으로 진단하였다. 그러나 2011. 12. 6.부터 2015. 7. 10.까지 작성된 외래진료기록지에는 원고에 대한 진단명으로 '이 사건 상병 및 천식'이, 2015. 9. 4.부터 2017. 2. 15.까지 작성된 외래진료기록지에는 '이 사건 상병 및 파괴된 폐' 등이 기재되어 있다"고 회신하였다.

③

피고의 '만성폐쇄성폐질환 업무처리 지침(2014. 5. 1. 시행, 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에 의하면, FEV1 결과가 30% 이상 55% 미만인 경우 장해등급 제3급 제4호에 해당하는바, 일산병원에서 2008. 5. 6.부터 2017. 2. 15.까지 시행한 각 검사결과에서 모두 위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수치가 확인된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는 원고가 받은 폐기능검사 결과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폐기능검사 결과 수치가 2008. 5. FEV1 36.3% → 2017. 2. 43.88%로 약간의 호전이 있지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로 보이지 않는바, 긴 시간동안 비슷한 수준의 폐쇄성 장해를 보이는 등 일관성이 있어 증상이 고정된 상태로 볼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④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진폐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치료를 하더라도 치유되지 않고 시간이 가면서 악화될 수 있는 질병이라는 특성 및 앞서 본 산재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치유'의 개념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일산병원에서 폐기능검사를 받기 시작한 2008. 5. 6.에 증상이 고정된 상태, 즉 치유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⑤

한편, 원고의 일산병원 주치의가 2008. 4. 29.부터 2011. 5. 13.까지는 원고에 대한 진단명을 기관지 천식으로 보았다가 2011. 12. 6. 최초로 원고에 대한 진단명을 '이 사건 상병'이라고 판단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을 원인으로 한 장해급여청구권은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위 상병의 증상이 있음을 확진 받은 때 성립되었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두7374 판결 참조)고 봄이 타당하다(피고는 이 사건에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상병 최초 진단일에 앞서 이와 시간적·의학적 연속성이 인정되는 2008. 4. 29.을 재해일자로 보아 그 무렵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5조 제2, 3항의 '직업병이 확인된 날'에 관한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각 규정이 원고의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에 대한 직접적인 적용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고, 경험칙상 환자가 의사로부터 진단받지도 않은 상병에 대해 증상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에게 요양신청 등을 할 수 있음을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고의 예비적 주장에 관한 판단

사회보장수급권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실체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객관적 사정이 발생하면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의 형태로 발생하고,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방법‧기준에 따라 관할 행정청에 지급 신청을 하여 관할 행정청이 지급결정을 하면 그때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권으로 전환된다. 급부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우선 관계 법령에 따라 행정청에 그 지급을 신청하여 행정청이 거부하거나 일부 금액만 지급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 그 결정에 대하여 항고소송을 제기하여 취소 또는 무효확인 판결을 받아 그 기속력에 따른 재처분을 통하여 구체적인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따라서 사회보장수급권의 경우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행정청이 속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한 당사자소송이나 민사소송으로 급부의 지급을 소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위와 같이 사회보장수급권은 추상적 형태의 권리와 구체적 형태의 권리로 나뉘고, 이들 각각의 권리행사는 그 목적과 방법이 서로 다르다. 개별 실정법에서는 그 권리행사의 방법을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각각의 권리행사기간은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구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는 각각의 권리 단계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규정으로 권리행사기간을 규정한 경우인데, 이런 경우에는 추상적 권리를 구체적 권리로 전환하기 위한 권리행사와 구체적 권리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권리행사에 대하여 각각의 권리가 발생한 때를 기산점으로 하여 같은 기간 규정을 적용하게 된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두4726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소멸시효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하고,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추상적 장해급여청구권은 이 사건 상병에 의한 증상이 고정된 이후 최초로 위 상병을 진단받은 2011. 12. 6.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기산되는 이상, 이 사건 지침이 위 소멸시효 기산일 이후인 2014. 5. 1.부터 시행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장해급여 청구권을 행사하는데 법률적 장애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위 예비적 주장도 이유 없다.

2)

이 사건 제2처분에 관한 판단

가)

피고가 원고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였을 때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시효이익의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다56187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는 2020. 2.경부터 2021. 7.경까지 원고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였다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재해일을 2011. 4. 13.로 정정하고 장해급여 차액을 지급해달라는 장해급여청구서를 받았다가 그제야 소멸시효 도과 사실을 인식하게 된 점, 이에 피고는 지체없이 이 사건 각 처분을 내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사실을 알고 시효이익을 포기할 의사로 원고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행정상의 법률관계에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기초하여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위 견해표명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하여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0두8684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착오로 인해 원고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였던 것일 뿐 시효이익을 포기하겠다는 공적 견해를 표명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착오에 따른 명백히 하자있는 처분을 처분청 스스로 취소할 수 없다고 한다면 산재보험급여를 받는 근로자 사이의 형평성을 저해하게 되고, 이러한 산재보험급여는 1회의 지급으로 종료되는 것도 아니어서 산재보험의 적지 않은 재정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이 사건 제2처분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터 잡은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3두8332 판결 참조). 한편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일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서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한 그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가 객관적으로 시효 완성 이전에 장해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법률상 장애사유가 있었다거나 위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다는 등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정당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②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인 원고를 보호하는 것은 산재보험법의 입법취지상 당연한 요청이나, 다른 한편으로 원고의 급여수급권이 산재보험법이 정한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는 것 또한 당연하고, 원고에 대하여 잘못 지급한 장해급여의 환수를 결정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인희

각주1)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각주2) 산업재새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지급 등을 위한 결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권자가 보험급여지급청구권을 취득할 당시, 즉 그 지급 사유 발생 당시의 법령에 따르는 것이 원칙인바(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4두12957 판결 참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이 치유된 이후 이 사건 상병을 최초 진단받은 2011. 12. 6. 위 상병을 원인으로 한 장해급여청구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 당시 시행되던 법령이 적용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