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아래와 같은 기간 동안 배관공으로 근무하면서 파이프용접, 절단, 철거, 사상, 조립작업 등을 수행하였다.
원고는 2019. 4. 23. 상세불명의 기관지 또는 폐의 악성 신생물, 상세불명 쪽 폐의 기타 장애(이하 "이 사건 상병")를 진단받았다.
피고는 이 사건 상병이 원고가 수행한 위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2020. 2. 18.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를 승인하면서, 이 사건 쟁점사업장의 임금을 토대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평균임금을 산정한 다음 이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 따른 평균임금과 비교하여 더 큰 금액인 산재보험법상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휴업급여를 원고에게 지급하였다.
원고는 B㈜에 근무할 당시의 임금을 평균임금으로 적용하여 휴업급여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022. 7. 21. 피고에게 평균임금 정정신청 및 보험급여 차액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2022. 8. 9. 이 사건 쟁점사업장의 임금을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평균임금 정정불승인 및 보험급여 차액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내지 5, 7 내지 12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B㈜에서 30년 넘는 기간을 근무하였고 당시에는 보호장구 등 작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였고 석면(2009년부터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되었음) 등에도 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해물질 노출에 따른 폐암의 발병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잠복기간이 있다는 점까지를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의 주된 원인이 된 사업장은 이 사건 쟁점사업장이 아니라 B㈜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가 B㈜에 근무할 당시 임금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 휴업급여를 지급하였어야 함에도, 원고가 이 사건 쟁점사업장에 근무할 당시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 휴업급여를 지급한 것은 위법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상 장해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하여 지급하는 것이고, 휴업급여금은 평균임금의 70%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되어 있다(산재보험법 제52조).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은 대체로 근로자가 장기간 근무하였던 곳이므로 그 임금수준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와 평균임금 산정 기준이 된 사업장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내용과 연혁 등에 비추어 보면, 직업병에 대한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을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원칙적으로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두60380 판결 참조).
이 사건 상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업무에 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6호증, 을 제 4, 5호증의 각 기재, 진료기록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38년이 넘는 기간 동안 B㈜, ㈜C 및 이 사건 쟁점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노출된 각종 유해가스와 용점흄, 석면 등을 흡입함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위 작업장은 모두 원고의 상병과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으로 판단함이 상당하다{원고가 B㈜에서 수행한 업무만이 이 사건 상병 발생의 주된 원인이고, ㈜C 및 이 사건 쟁점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는 이 사건 상병 발생에 경미한 요인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가 이 사건 상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 중 마지막 사업장인 이 사건 쟁점사업장의 임금을 기준으로 원고의 평균임금을 산정한 것은 적법하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가 B㈜에서 근무한 기간은 30년을 넘을 뿐 아니라, 위 근무기간 동안 석면에도 많이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보호장구나 환기등 작업환경이 현재와 비교하여 열악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B㈜에서 근무하는 동안 폐암 유발 유해물질(납, 크롬, 카드뮴, 니켈, 망간 등 성분이 포함된 용접 흄 그리고 석면 등)에 가장 많이 노출되었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지만 원고가 ㈜C, 이 사건 쟁점사업장에 근무한 기간 역시 6년 정도에 이르는 기간으로서 짧지 않고, 당시 원고가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나 원고가 노출된 용접흄 등의 유해물질은 B㈜에서의 근무 당시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는바, 원고가 ㈜C, 이 사건 쟁점사업장에 근무하는 동안에도 폐암 유발 유해물질에 상당 부분 노출되었던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직업성 폐암의 경우 유해물질에 노출된 다음 잠복기를 거쳐 발병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긴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노출된 물질의 종류, 노출 강도와 기간, 개인의 건강상태나 흡연 여부에 따라 폐암의 발병까지 이르는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유해물질에 노출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내에 축적된 유해물질이 증가하고, 세포의 돌연변이나 DNA 손상이 축적되어 암세포가 발생하고 몸의 면역기능에 의하여 파괴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암세포가 증식될 위험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원고의 경우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18. 3.경에서 2019. 2.경 사이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진료기록 감정의는 '원고가 업무수행과정에서 노출된 석면, 용접 흄(납, 크롬, 카드뮴, 니켈, 망간 등), 그리고 38갑년의 흡연력 등이 모두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직업성 유해물질이 폐암을 일으키는 데에는 누적 노출기간도 중요하게 작용하는바, 원고가 ㈜C과 이 사건 쟁점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수 있는 용접 흄(E연구소의 분류에 따르면 그룹1 발암물질임)에 노출되었던 이상 원고가 B㈜, ㈜C, 이 사건 쟁점사업장에 근무한 기간 모두 이 사건 상병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원고가 B㈜에서 근무하는 동안 유해물질 노출 정도가 가장 심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B㈜ 외에도 ㈜C과 이 사건 쟁점사업장에서의 배관공 근무이력은 모두 이 사건 상병의 발병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관련 증거를 살펴볼 때 위 감정의의 의견은 충분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달리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신뢰성이나 객관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호성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