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2. 14. 선고 2023구합52499 판결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96. 10.경 설립되어 상시 약 2,1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고객사의 물품 배송, 보관, 재고관리 등의 화물운송업, 택배업 등을 경영하는 법인으로, 개별 운손사들과 운송도급 기본계약을 체결하여 전국 D 점포에 식료품, 공산품 등 각종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주식회사 E 등 9개의 운송사들과 체결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표준 위수탁계약에 따라 원고가 운영하는 물류센터로부터 상품을 인수하여 전국 각지의 D로 배송하는 지입차주들로 구성된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수는 약 220명이다.

다.

참가인은 원고가 참가인의 2022. 4. 4.자 교섭요구(이하 ‘이 사건 교섭요구’라 한다)에 응하지 아니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22. 4. 22.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F). 이에 대하여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는 참가인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낙할 의무가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라.

이에 참가인은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2. 9. 1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12. 6. ‘원고는 참가인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로서 참가인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나, 이 사건 교섭요구에 대한 원고의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므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초심판정과 이유를 달리하되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가.

피고 본안전항변의 요지

중앙노동위원회는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초심판정을 유지하여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으므로, 원고는 구제명령을 받은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재심판정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권리의 침해나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

나.

관련 법리

1)

행정소송법 제12조는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에서 정한 법률상 이익, 즉 행정처분을 다툴 협의의 소의 이익은 개별ㆍ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0450 판결 등 참조).

2)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배제하여 원상으로 회복시키고, 그 처분으로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법률상 이익을 보호·구제하고자 하는 소송이므로, 그 위법한 처분을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누4568 판결 등 참조). 다만 행정처분 자체의 효력기간 경과, 특정기일의 경과 등으로 인하여 그 처분을 취소하여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라도, 같은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그 행정처분과 같은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거나 불분명한 법률문제를 해명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67834 판결 등 참조).

3)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제도는 근로자가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는 구체적 사실에 대하여 그것이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하고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 적절한 구제방법을 결정, 명령하는 제도로서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되는 구체적 사실이 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재심판정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재심판정 자체의 위법성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두902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이 사건 재심판정은, 원고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는 해당하나, 이 사건 교섭 요구에 대한 원고의 거부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초심판정을 유지하고 그에 불복한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참가인이 아닌) 원고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이유 중 원고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부분’을 다투는 취지의 이 사건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2)

그런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재심판정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재심판정 자체의 위법성인바, 설령 이 법원이 (이 사건 재심판정의 이유와 달리) 원고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취지로 판단하더라도 사용자가 아닌 원고로서는 참가인의 교섭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어 원고가 이 사건 교섭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재심판정과 동일하게 되어 그 결론 자체는 타당하므로, 결국 이 법원은 이 사건 재심판정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할 수 없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각주1> 따라서 원고는 그 주장 자체로 자신의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것과 같아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수 없고(엄밀히는 판정 자체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유 중 일부만 변경해달라는 것이므로), 그 당연한 결과로 이 사건 소의 이익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

3)

원고는 참가인이 이 사건 재심판정의 이유를 근거로 원고에게 재차 단체교섭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관련 사건에서 원고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전제하에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같은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거나 불분명한 법률문제를 해명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법원이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이를 취소할 수 없는 이상, 처분 자체가 ‘위법’함을 전제로 중앙노동위원회가 그 위법한 처분을 반복할 위험이 있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편 노동위원회가 판정서에 설시한 이유는 사용자, 노동조합이나 법원에 대하여 아무런 기속력을 가지지 않으므로, 원고로서는 참가인의 후속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행위<각주2>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의하여 부당노동행위라는 취지의 재심판정이 내려질 경우에는 이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법원 판결을 통하여 원고의 사용자성을 다시 판단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이 사건 재심판정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재심판정과 같은 사유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그 위법성을 확인하거나 불분명한 법률문제를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4)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원고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이유 부분을 다투기 위해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있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각주1) 마찬가지로 예컨대 근로자에 대한 부당해고 재심판정에서 징계사유를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부정하되 사용자가 징계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였다고 보아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인용한 경우, 근로자가 재심판정에서 인정한 징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위 재심판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한다면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각주2) 실제로 참가인은 2022. 8. 12. 재차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원고는 2022. 8. 18. 이를 거부하였는데, 이에 대한 참가인의 구제신청에 대하여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초심판정과 달리 원고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단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위 위원회는 원고의 교섭요구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결국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G, 갑 제4호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