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8. 22. 선고 2023구합5355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여객운송업을 행하는 법인이다.

나.

원고는 2022. 7. 5. 참가인의 버스 승무원(운전기사) 채용절차에 지원하였고, 채용에 필요한 서류인 주민등록등본, 자필 이력서, 운전경력증명서, 건강진단개인표, 자동차운전면허증 및 버스운전면허증 사본, 운전적성정밀검사 종합판정표, 경력증명서 등 8종의 서류를 참가인에 제출하였다.

다.

참가인은 서류심사를 거쳐 2022. 7. 13. 원고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였는데, 면접위원은 D 전무, 노동조합 조합장 등 3명이었다. 참가인의 총무과 직원은 같은 날 오후 원고에게 전화하여 ‘2022. 7. 14.부터 노선 숙지를 위한 견습이 진행될 예정이니 내일 09:00까지 E터미널로 출근하라’고 통지하였다.

라.

원고는 참가인의 지시에 따라 지도승무원이 동승한 상태에서 2022. 7. 14.부터 2022. 7. 19.까지 5차례 견습운행(이하 ‘이 사건 견습운행’이라 한다)을 실시하였다. 참가인 소속 승무원이면서 노동조합에서 교육부장으로 불리던 F은 2022. 7. 19. 09:57경 원고에게 다음 날 예정인 견습 일정과 출근장소를 안내하면서 ‘견습 끝나고 본사 계약서 작성, 필요서류 증명사진 1장, 통장사본 1장, 주민등록등본 2통, 가족관계증명서 1통. 조합 사무실은 조합원 가입시 증명사진 2장, E배차실은 증명사진 1장. 필요하오니 미리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이하 ‘이 사건 문자메시지’라 한다)를 보냈다.

마.

참가인의 총무과 직원은 2022. 7. 19. 17:20경 원고에게 전화하여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바.

원고는 참가인이 수습기간 중인 원고에 대하여 서면에 의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본채용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이 사건 통보를 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G).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9. 23. ‘원고는 시용근로자이고, 참가인이 본채용을 거부하면서 해고의 서면통지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사.

이에 참가인이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12. 28. ‘원고와 참가인 간에 고용관계 및 시용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개정된 참가인의 취업규칙(이하 ‘취업규칙’이라고만 한다)에 의하면 채용되기 위해서는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전형 이후 3차 ‘실기시험’이 아니라 ‘신체검사’에 합격하여야 하는데, 참가인은 위 채용절차를 거쳐 2022. 7. 14. 채용확정 통보를 하였으므로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견습운행 결과 지도승무원들로부터 ‘양호 및 우수’, ‘단독운행 가능’ 등의 평가를 받아 교육부장 F이 2022. 7. 19. 원고에 대하여 견습 종료 및 본사 계약서 작성을 통지하면서 필요한 서류를 구체적으로 안내했으므로, 적어도 그 시점에는 시용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 그런데 참가인은 원고에게 해고사유 및 시기에 대한 서면통지를 하지 않은 채 본채용을 거부하는 이 사건 통보를 하였으므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

나.

채용내정통지에 의한 근로계약 성립 여부

채용내정이란 본채용 전에 채용할 자를 미리 결정하는 것으로서 그로 인해 사용자와 채용내정자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채용내정의 통지 및 최종 합격자 통보 등을 통해 사용자의 채용내정자에 대한 채용의사가 외부적·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표명되었을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0다2591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참가인의 총무과 직원이 2022. 7. 13. 오후 원고에게 전화하여 ‘노선 숙지를 위한 견습이 진행될 예정이니 E터미널로 출근하라’고 말한 것이나, 아래 다. 2) 마) 항에서 상세하게 살피는 바와 같이 참가인의 직원 채용에 관하여 권한이 없었던 F이 2022. 7. 19. 원고에게 ‘견습이 끝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것이므로 필요한 사진, 서류를 준비하고, 노동조합 가입에 필요한 사진, 서류도 함께 준비하라’는 취지의 이 사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만으로는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채용의사가 외부적·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표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시용근로관계의 성립 여부

1)

관련 법리

시용이란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21다218083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호증, 을가 제1 내지 6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증인 F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서류전형, 면접전형에 이어지는 채용절차로서 실기시험인 이 사건 견습운행을 거쳐 불합격한 것이라고 판단되고, 그 밖에 원고가 주장하는 모든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묵시적으로라도 시용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가)

참가인과 노동조합이 2022. 6. 28.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단체협약’이라고만 한다)은 제51조 제2항에서 ‘직원이 될 자는 서류전형(1차), 면접전형(2차), 실기시험(3차)에 합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취업규칙 제9조 제2항 역시 같게 규정하고 있었으나, 2022. 6. 28. 개정된 취업규칙은 ‘실기시험(3차)’이라는 문구를 ‘신체검사(3차)’로 개정하였다.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이 있는 사용자가 근로기준에 관하여 단체협약에 정한 내용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경우, 이에 관하여는 근로자의 묵시적인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개정된 취업규칙이 단체협약에 우선하여 유효하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는 아직 채용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한 신규채용기준을 정하는 경우에도 달리 볼 수 없다. 그러나 개별 지원자에 따라 채용절차 중 ‘실기시험’과 ‘신체검사’ 중 어느 것이 더 합격에 유리한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채용절차 중 일부를 위와 같이 변경하는 것이 반드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개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상위 규범인 단체협약 제51조 제2항에 의하여,<2> 원고에 대한 채용절차가 진행된 2022. 7. 무렵 참가인이 직원을 신규 채용할 때 거쳐야 하는 3차 전형은 ‘실기시험’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설령 개정된 취업규칙이 적용되더라도, 원고가 건강진단개인표가 포함된 서류를 참가인에 제출하여 서류심사를 통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신체검사’에 합격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나)

취업규칙 제11조 제2항은 직원으로 채용되는 경우 참가인으로부터 근로조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근로계약서에 서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시용근로자로 채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볼 것이다. 그러나 원고는 서류심사를 통과한 다음 2022. 7. 13. 면접전형을 거쳐, 위 취업규칙 조항에서 정한 바와 달리 별도의 근로조건에 대한 설명이나 근로계약서에 대한 서명·날인 없이 다음 날인 2022. 7. 14.부터 곧바로 5일 간 이 사건 견습운행을 하였다. 이처럼 원고에 대한 채용절차는 앞서 본 단체협약이 명시한 방식인 ‘서류전형, 면접전형, 실기시험’ 순으로 진행되었다.

다)

이 사건 견습운행은 5일 동안 원고와 지도승무원이 동승하고 요금을 지불한 승객이 탑승한 상태에서 정해진 노선에 따라 진행되었다. 그런데 ① 위 견습운행은 지도승무원이 동승한 상태에서 안전하고 복잡하지 않으며 사고의 위험이 적고 손님이 적은 곳은 구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위 견습운행 구간 중 대부분을 운행한 것은 지도승무원이고 원고가 운행한 구간은 많아야 20~30% 정도에 불과하였던 점, ③ 실기시험의 통과 여부는 지도승무원이 아니라 그 의견을 취합하여 참가인의 H 과장이 결정하였던 점, ④ 지도승무원들은 H에게 원고에 대하여 대부분 ‘운행 중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한다. 개인적인 전화통화를 한다. 운전이 서투르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였고, H은 그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통보를 한 점, ⑤ 원고가 제출한 견습일지(갑 제4호증)는 원고가 견습운행 당시 가지고 온 양식에 맞추어 지도승무원들이 작성하여 다시 원고에게 교부한 것일 뿐이고 참가인에 제출되지도 않은 점, ⑥ 취업규칙 제10조 제2항은 ‘신규 채용자는 의무적으로 3개월을 수습기간으로 하며, 이 기간에는 정식 직원과의 임금에 차이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시용근로자로 채용된 경우 별도의 수습기간을 거치면서 일정한 임금을 지급받는 것을 전제하고 있음에도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아무런 금품을 지급받지 않은 점, ⑦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과거와 마찬가지로<3> 이 사건 견습운행을 하면서 실기시험이라고 생각하였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견습운행은 시용근로자에 대한 업무적격성 평가라기보다는 시용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 단계인 채용절차로서의 실기시험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참가인은 신규 채용 시 실기시험(3차)을 통과한 이후 별도의 ‘대표이사 면접’을 거치도록 하고 있었고, 실제로 대표이사 면접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는 등 그것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참가인이 이 사건 견습운행 이후 대표이사 면접 전에 원고에게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이 사건 통보를 한 것은 원고가 실기시험(3차)에서 탈락하였다는 취지로 보기에 충분하고, 원고가 과거 참가인에 근무한 기간을 포함하여 버스 운전기사로서 상당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보기는 어렵다.

마)

F이 2022. 7. 19. 원고에게 ‘견습이 끝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것이므로 필요한 사진, 서류를 준비하고, 노동조합 가입에 필요한 사진, 서류도 함께 준비하라’는 취지의 이 사건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있으나, F은 참가인의 노동조합 교육부장으로서 신규 입사자들의 운행에 필요한 기본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이었을 뿐 직원 채용에 관하여 권한이 없었으므로(F을 포함한 지도승무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결정할 권한은 H에게 있었다),<4> 이 사건 문자메시지는 원고에 대하여 실기시험 합격을 통보하거나 시용근로자에 대한 본채용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히 향후 만약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될 경우 필요한 사진, 서류 등을 안내하여 준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바)

원고가 주장의 근거로 드는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두55859 판결은 ‘약 2주 동안 84~86개 정도의 노선에 대해 숙지하고, 이후 약 3주 동안 본기사를 태우고 운행 연습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여 상해를 입은 견습기사와 버스회사 간의 시용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안인데, 위 합산 약 5주의 기간은 일반적인 버스 운전기사로서 갖추어야 할 자격이나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에는 그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볼 수 있는 반면(원심판결인 대구고등법원 2019. 10. 11. 선고 2019누2320 판결 참조) 이 사건 견습운행은 불과 5일밖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전제되는 사실관계를 달리하는 위 판례를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

라.

소결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