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4. 4. 선고 2023구합67200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3. 3. 29. 원고에 대하여 한 부당이득징수결정처분을 취소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5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 및 피고가 2023. 3. 29. 원고에 대하여 한 업무상재해승인 취소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인 고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C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 소속 택시운전자로 근무하던 사람으로, 2017. 10. 24. 08:30경 동료의 집 소파에 누워 쉬던 중 어지러움을 느끼고 쓰려졌다. 망인은 119구급차로 대구 D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10:20경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2018. 5. 17. ‘망인은 이 사건 조합 소속 근로자로서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의 재해에 의한 사망으로 결정한다’고 하며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승인하고(이하 ‘이 사건 선행처분’이라 한다),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였다.

다.

이후 피고는 2023. 3. 29.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이 부인되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선행처분을 취소하고(이하 ‘이 사건 취소처분’이라 한다), 업무상 재해 승인을 전제로 원고에게 지급한 보험급여가 결과적으로 잘못 지급된 것이라고 하여, 2023. 3. 29.경까지 원고에게 지급된 유족보상연금 65,836,230원 중 소멸시효가 완성한 금액을 제외한 36,931,200원에 대하여 부당이득징수결정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수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0, 11호증, 을 제1, 2,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망인과 같은 이 사건 조합의 택시기사들이 이 사건 조합의 경영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배차, 출·퇴근, 사납금 납입, 임금, 퇴직금 등에 있어서 이 사건 조합의 택시기사들과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일반적인 택시기사들 사이에 차이가 없는 점, 이 사건 조합의 택시기사들에 대하여 4대보험이 가입되어 있던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망인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취소처분과 징수처분은 모두 위법하다.

2)

설령 망인의 근로자성이 부정되어 이 사건 취소처분이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그에 터잡은 징수처분까지 반드시 적법하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징수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상 필요보다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므로, 적어도 이 사건 징수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망인은 2016. 8.경 이 사건 조합에 출자하여 조합원 소속 택시기사로 근무를 시작하였다.

2)

망인을 포함한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은 개인 출자금(2,000만 원) 및 차량 구입비를 조합에 납부하여 조합과 사이에 출자계약을 체결하였고, 향후 조합원 자격 박탈 또는 조합 탈퇴가 있는 경우 차량 잔존가액과 개인 출자금을 돌려받기로 하였다. 이 사건 조합은 조합 명의로 차를 구입한 후 소속 기사들에게 차를 배차하여 운행하게 하였다.

3)

이 사건 조합 소속 기사들은 운행수입금 전액을 조합에 납부하였고, 이 사건 조합은 위 운행수입금에서 차량 보험료, 퇴직 적립금, 일반경비(조합비), 4대보험료, 범칙금, 차량 할부금 등을 공제한 후 남은 금액을 기사들에게 ‘급여 및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지급하였다.

4)

이 사건 조합은 소속 택시기사들과 출자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였는데, 망인과 이 사건 조합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5)

이 사건 조합은 소속 택시기사들에 대하여 4대보험 가입 처리를 하였으며, 매월 운행수익에서 10만 원씩을 공제하여 이를 적립하였다가 향후 조합 탈퇴 시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하였다.

6)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의 차량 운행 형태는 ‘1인 1차제’로, 출퇴근 시간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았고, 1일 근무시간은 통상 10~12시간 정도였다. 정해진 휴게시간 없이 택시기사 스스로 업무시간과 휴게시간을 조절하였다.

7)

피고는 2022. 8.경 ‘이 사건 조합 소속 운전기사들이 근로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급받았다’는 제보를 받고 그 무렵부터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일자리 안정자금 부정수급에 관해 조사를 실시하여, 2018~2022년 이 사건 조합에 지급되었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금을 부당이득으로 환수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7, 8, 9, 12 내지 18호증, 을 제3, 4,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이 사건 취소처분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 앞서 채택한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인 망인이 위 조합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없어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취소처분과 징수처분이 모두 위법하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조합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으로서, 협동조합은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업을 자율적으로 정관으로 정하여 수행할 수 있고, 그 조합원은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에 동의하고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자로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1좌 이상을 출자하여야 하며, 납입한 출자액을 한도로 책임을 진다.

②

망인을 포함한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이 사건 조합과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실제 택시기사들의 근무 여부와 출, 퇴근 시간은 자율적이었고,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것처럼 근무시간이 ‘근무일수 25일, 09:00 출근, 18:00 근무종료’로 제한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조합이 택시기사들의 운행 시간이나 운행 장소 등에 대하여 특별한 관리나 제한을 가하고 있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으며, 위 조합에서 마련한 취업규칙이 실제로 택시기사들에게 적용된 사례도 찾아볼 수 없다.

③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에게는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임금이 지급된 것이 아니라, 각자 운행한 차량에 대한 운행수입금에서 차량 구매할부금, 보험료, 유류비, 수리비, 퇴직 적립금, 조합 운영비 등을 공제한 금액이 전적으로 개인 보수로 지급되었다. 이와 같이 지급되는 보수는 근로 자체의 대가라기보다는 영업실적과 운행비용에 따른 정산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인다.

④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근로소득세 원천신고가 이루어진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합의 이사장이 ‘조합원들을 택시기사로 등록하기 위하여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여야 했고, 이에 따라 형식적으로 산재보험 등 가입 및 소득신고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한바 있는 점, 택시기사들에 대하여 근로소득으로 신고된 금액과 실제로 정산 지급된 금액도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사정만으로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이 사건 조합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⑤

이 사건 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업무와 관련하여 이 사건 조합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조합의 택시에는 차량운행내역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타코미터‘가 부착되어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이 사건 조합의 감독 하에 있던 것이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차량에 부착된 타코미터가 수입금 정산 등에 활용되었다는 점을 넘어, 위 조합이 타코미터를 통하여 택시기사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였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마.

이 사건 징수처분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84조 제1항은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은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제1호의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여야 한다. 이 경우 공단이 제90조 제2항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청구하여 받은 금액은 징수할 금액에서 제외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3호에서 ‘그 밖에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가 있는 경우’를 들고 있다. 이러한 규정의 내용과 취지, 사회보장 행정영역에서의 수익적 행정처분 취소의 특수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당사자로부터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는 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그 보험급여의 수급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의 귀책사유가 있는지,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액을 용이하게 원상회복할 수 있는지,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는 처분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상 필요의 구체적 내용과 그 처분으로 말미암아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내용 및 정도와 같은 여러 사정을 두루 살펴,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는 처분을 하여야 할 공익상 필요와 그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의 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그 공익상 필요가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보험급여를 받은 당사자로부터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는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산재법상 각종 보험급여 등의 지급결정을 변경 또는 취소하는 처분과 그 처분에 기하여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는 처분이 적법한지를 판단함에 있어 비교·교량할 각 사정이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지급결정을 변경 또는 취소하는 처분이 적법하다고 하여 그에 기한 징수처분도 반드시 적법하다고 판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두27159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채택한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징수처분으로 얻게 될 공익상의 필요가 원고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징수처분은 위법하다.

①

원고가 망인의 사망에 관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함에 있어서 피고에게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적극적으로 피고를 기망하였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고,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 지위에 있지 않은 원고가 그 계약 관계를 알기도 어려웠다고 보이는바, 원고에게 이 사건 선행처분 및 그로 인한 유족급여 부당수급에 관한 고의나 중과실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

피고는 유족급여 등 신청에 대하여 형식적 심사 외에 실질적 심사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하므로, 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조사 및 판단은 피고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원고가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함에 있어서 피고에게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적극적으로 피고를 기망하였다는 사정도 없는바, 피고가 이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하여 착오로 이 사건 선행처분 및 이에 대한 유족급여 지급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원고 측에 돌릴 수 없다.

③

피고는 이 사건 선행처분이 있었던 때로부터 약 4년 10개월이 경과한 후에서야 이 사건 선행처분에 기하여 피고가 지급한 유족급여를 부당이득금으로 징수하는 이 사건 징수처분을 하였다. 그동안 원고에게 이미 지급된 유족급여 중 절반 정도에 대하여 이미 부당이득징수권 소멸시효가 완성되기도 하였다. 이 사건 징수처분에 따라 반환하여야 할 유족연금액은 약 3,600만 원으로 적지 않은바, 원고에게는 예상치 못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인다.

④

위와 같이 이 사건 선행처분 과정에서 원고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의 착오나 업무상 과실이 상당 부분 개입되어 있다고 보이는 이상, 이 사건 징수처분에는 잘못 지급된 유족급여액을 부당이득금으로 징수함으로써 형성되는 재정상 이익 이외에 특별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희(재판장) 김형준 송연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