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2012. 4. 11. 참가인에 입사하여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2022. 9. 30. 정년퇴직한 사람이다.
원고는 참가인이 2022. 9. 30. 정년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이후 자신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지 않은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를 신청하였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3. 2. 원고에게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고 참가인이 원고의 촉탁직 재고용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D).
참가인은 이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6. 14. 원고에게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 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은 만성적인 인력 충원의 필요로 인하여 소속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정년퇴직 이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두었고, 실제로 그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대다수의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촉탁직 재고용을 실시하였는바, 원고에게도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참가인이 별다른 합리적인 이유 없이 원고가 통상임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고도 이를 취하하지 않았다는 점만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촉탁직 재고용을 거절한 것은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보아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관련 법리
근로자의 정년을 정한 근로계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 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다275925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정년퇴직하게 된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두41727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9 내지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3 내지 7호증, 을나 제4 내지 7, 11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를 포함한 참가인 소속 근로자 8명은 2015. 8. 31. 참가인이 지급한 후생복리비용을 포함하여 통상임금을 재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지급 차액 상당의 수당 지급을 구하는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여 2016. 7. 12. 승소판결을 받았고(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15가단11494호), 이에 대한 참가인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제1차 통상임금 소송’이라 한다). 위 소송의 결과로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약 1,000만 원 상당(소송비용 제외)을 지급받았다.
다른 참가인 소속 근로자 10명 역시 2015. 10. 21. 같은 취지로 주장하면서 참가인을 상대로 미지급 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였다(이하 ‘제2차 통상임금 소송’이라 한다). 그러나 위 10명이 조합원으로 속한 E노동조합 F지부(G)와 참가인은 2017. 2. 4. ‘통상임금 소송을 한 근로자는 소송을 취하하고,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한 근로자와 통상임금 소송을 하지 않은 근로자는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이에 따라 위 10명은 2017. 5. 17.경까지 모두 소 취하서를 제출하여 제2차 통상임금 소송이 그대로 종결되었다. 참가인은 위 10명 중 일부 인원들에게 ‘정년퇴직 후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참가인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근로자 3명과는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고용할 것을 약속하는 합의를 하였다.
한편, 참가인은 2020. 6. 3. 원고에게 2020. 6. 11. 자로 정년(만 60세)이 도래함을 통보하고 해당일에 근로관계를 종료하였다. 원고는 위 정년퇴직이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기각 판정을 받았고, 중앙노동위원회도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원고는 재차 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2021. 8. 20. 원고가 단체협약에 규정된 ‘노조전임자’에 해당하므로 노조 대표자 임기 만료일(2022. 9. 30.)에 근로기간이 종료된다는 이유로 승소판결을 받았고(이 법원 2020구합89858호), 이에 대한 피고 및 참가인의 항소,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참가인은 원고의 노조 대표자 임기가 만료한 2022. 9. 30. 이후 원고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가인은 원고와 함께 제1차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였던 H의 촉탁직 재고용 요청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가인 소속 버스 운전기사 25명 중 정년퇴직 이후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된 인원은 총 5명인데, 그중 3명(I, J, K)은 제2차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취하한 사람들이고, 나머지 2명(L, M)은 참가인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 외에 참가인 내에서 촉탁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버스 운전기사로 N가 있는데, 그는 최초 입사 당시부터 만 60세의 정년을 넘어 촉탁직 근로자로 신규 채용되었던 사람이다.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참가인과 원고 사이의 근로계약이나 참가인의 취업규칙 등에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존재하거나 참가인의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원고가 정년 도달 후 촉탁직 근로자 재고용에 관한 기대권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기대권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참가인의 취업규칙 제15조는 ‘사원의 정년은 만 60세<1>가 도달하는 날로 한다. 다만, 정년에 도달한 자라 하더라도 회사의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 회사의 결정에 의해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고 하여 참가인에게 업무상 필요에 따라 촉탁직 재고용을 할 수 있다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정년퇴직자에 대한 촉탁직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촉탁직 재고용 여부를 심사하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절차에 관한 별다른 규정 역시 마련하고 있지 않다. 원고가 참가인과 체결한 근로계약이나 참가인이 체결한 단체협약에도 촉탁직 재고용에 관한 별다른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년은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에서 정한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근로자의 근속 의사나 능력에 관계없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하기로 정한 제도로서 근로계약은 정년이 도래하면 당연종료됨이 원칙이므로, 정년 후 재고용은 종전의 근로관계를 단절하고 새로운 근로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채용은 사용자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인정되는 영역이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은 “사업주는 정년에 도달한 사람이 그 사업장에 다시 취업하기를 희망할 때 그 직무수행 능력에 맞는 직종에 재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사용자에게 정년 후 재채용에 관한 ‘노력의무’를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보더라도 참가인의 경우와 같이 내부적으로 정년퇴직자의 촉탁직 재고용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의 재채용에 대한 재량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 소속 버스 운전기사 25명 중 정년퇴직하였다가 촉탁직으로 재고용된 근로자는 총 5명인데, 그중 3명은 제2차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한 사람들이고, 2명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원고와 같이 참가인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취하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소송 결과에 따른 경제적인 이익을 얻은 반면, 통상임금 소송을 애초에 제기하지 않았거나 중간에 소송을 취하한 사람들은 그 소송결과에 따른 경제적인 이익을 직접 받지 못하는 대신 참가인과의 사이에 향후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는 특별한 이익을 향유하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고 보이므로, 양자는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와 같이 5명의 정년퇴직자가 촉탁직으로 재고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참가인 내에 정년퇴직자에 대한 촉탁직 재고용 관행이 성립되어 있다고 할 수 없고, 원고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거나 이를 취하하여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하는 근로자들과 마찬가지의 기대권을 가진다고 볼 수도 없다.
위와 같이 통상임금 소송의 제기 및 취하 여부에 따라 범주를 나누어 촉탁직 재고용 관행의 유무를 살펴야 한다는 것은 양 범주의 근로자들에게 서로 다른 이익이 부여되었음을 근거로 하는 것이므로, 이는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통상임금 소송의 제기가 정당한 근로자의 권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촉탁직 재고용을 하여 줄 테니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해달라는 요청 자체를 받은 사실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당시 제1차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 다수가 소속된 노동조합의 대표자 지위에 있었던 점 및 참가인이 근로자들에게 소송 취하를 권유한 것이 경제적인 사정 때문인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참가인이 원고가 소속된 노동조합에만 소송 취하를 권유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뒷받침할 만한 별다른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 나아가 참가인이 당시의 경제적인 사정과 응소의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소송 취하자 또는 미제기자에 대해 촉탁직 재고용의 이익을 부여하는 합의를 한 것이 그 자체로 무효라거나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는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L의 경우 제2차 통상임금 소송이 제기된 2015. 10. 21. 이전인 2015. 9. 22. 정년퇴직하여 2015. 10. 6. 이미 촉탁직으로 재고용된 사람이라는 이유를 들어, 해당 사례는 통상임금 소송의 제기 및 취하 여부를 불문하고 촉탁직 재고용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근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L는 제1차 통상임금 소송 제기 이전인 2014년경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이를 취하한 다음 다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촉탁직 재고용에 관한 합의를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하나의 사례만을 들어 정년퇴직자의 촉탁직 재고용에 관한 관행이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원고는 촉탁직으로 입사하여 촉탁직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온 N의 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종전의 근로관계를 단절하고 새로운 근로관계를 형성하는 정년 후 재고용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정년 이후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사람의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를 정년 이후 최초의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 유무가 문제되는 원고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심용아 오민관
각주1) 참가인은 단체협약을 통해 2021. 1. 1.부터 정년을 만 63세로 변경하기로 합의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