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화물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소외 D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는 원고와 같은 개별 운송사들과 운송도급 기본계약을 체결하여 전국 E 점포에 식료품, 공산품 등 각종 상품을 공급하는 회사이다.
참가인은 2021. 9. 30. 설립된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개별 운송사들과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표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소외 회사가 운영하는 물류센터로부터 상품을 인수하여 전국 각지의 E로 배송하는 지입차주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에는 원고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지입차주 일부도 포함되어 있다.
참가인은 2023. 4. 21. ‘물류센터 별 차량 증ㆍ감차 및 운행 편수’ 안건에 대하여 소외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한편 원고에게 이와 관련된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위 공고를 하지 않았다. 이에 참가인은 2023. 5. 30. 원고가 교섭요구 공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시정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6. 8. 참가인 소속 조합원인 지입차주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위 시정신청을 인용하였다(경기F).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2023. 7. 24. 위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여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중앙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 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 소속 조합원으로 원고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배송기사(이하 ‘이 사건 배송기사’라 한다)들은 그 소득을 원고에 의존하고 있지 않고, 원고로부터 업무수행에 관한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지 않으며, 독립된 사업자로서 세금을 납부하거나 비용을 부담하면서 다른 업무를 자유로이 수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물론이고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참가인은 원고와 무관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이고,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실질적,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않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들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나아가 원고 내 지입차주들 중 참가인 소속 조합원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원고는 현재 소외 회사를 비롯한 다수의 화주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므로, 먼저 교섭창구의 단일화 절차가 선행되어야 원고에게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발생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가 참가인의 2023. 4. 21. 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주체라고 명시하고(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본문), 근로자에 관하여 직업의 종류를 묻지 않고 임금ㆍ급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노동조합법 제2조 제1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노무제공계약이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ㆍ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ㆍ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ㆍ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제1조),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 내용이 다르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3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3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소외 회사는 원고를 포함한 10여 개의 개별 운송사들과 2년 단위로 전국 E 점포에 각종 상품을 공급ㆍ운송하기 위한 운송도급 기본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여 운송업무 일체(이하 ‘이 사건 배송업무’라 한다)를 위탁하고 있다. 원고와 소외 회사가 2022년 1월경 체결한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략>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지급하는 용역료는 계약서에 첨부된 ‘용역비 정산 기준’에 상세히 규정되어 있었다. 위 기준에 따르면, 용역료는 ‘용차료’, ‘유류비’, ‘통행료(주차료 포함)’의 3가지 항목으로 구성하여 월 단위로 정산하는데(제1조), 용차료는 월 기준 운행일수의 충족을 기준으로 차종마다 정해진 금액(2.5톤 차량의 경우 약 320만 원에서 11톤 차량의 경우 약 550만 원)을 기본적으로 지급하되, 특정 일자에 2편수(배송을 위한 운행을 2회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를 초과하여 배송을 한 경우 지급되는 ‘추가 운행 가산금’, 2점포를 초과하여 배송한 경우 지급되는 ‘경유 수수료’ 및 장거리 운행, 새벽배송, 이고(물류센터에서 다른 물류센터로 배송하는 행위) 등의 경우에 지급되는 ‘별도 수수료’ 등이 가산될 수 있었고(제3조), 유류비의 경우 운행거리, 차종별 기준연비 및 기준 유가 등을 기준으로 한 산식에 따라 산정한 금액이 지급되었다(제4조).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들과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표준 위ㆍ수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이들로 하여금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에 따른 배송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생략>
이 사건 위탁계약은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지급받는 보수 및 수당 등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별로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에 따라 정산한 금액을 소외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다음 이 사건 위탁계약 제5조 제1항에 따른 관리비 명목으로 매월 20만 원 정도를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이 사건 배송기사들에게 지급하였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지급받은 금액은 고정급에 해당하는 월 기본 운송비에 더하여 추가 배송 운송료, 유류비, 통행료 등의 금액이 포함되어 매월 합계 400만 원 내지 500만 원 정도에 달하였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통상적으로 1주에 6일, 하루에 2번씩(이를 ‘2회전 배차’라고 한다) 이 사건 배송업무를 수행하였고, 이를 위해 새벽 5시경까지 소외 회사 물류센터에 출근하여 하루에 대략 7~8시간 정도를 일하였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배송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지입차주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었다. 소외 회사 소속 근로자들은 해당 대화방에 차량별 일일 배차표를 전송하는 등으로 배차 관련 공지사항 및 배송업무의 수행과 관련된 사항들을 공유하거나 지입차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실시하여 왔고, 물량 증가에 따라 추가 운송업무를 수행할 지입차주를 모집하거나 명절 연휴 등에 따른 휴무일을 지정하고 새벽배송 대상자를 지정하는 등의 업무 관련 사항도 위 대화방에 공지되었다.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은 원고가 소외 회사의 물류센터에 현장관리자를 상주시키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나, 원고를 비롯한 상당수의 개별 운송사들은 실제로 현장관리자를 파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 설립 이전에 이 사건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지입차주들은 협의체인 G단체(이하 ‘차주회’라 한다) 등을 조직하여, 2020년경부터 소외 회사 및 원고를 비롯한 개별 운송사들과 물류센터 이전 및 그에 따른 차량조정, 각종 수당이나 유급 휴무의 결정 등 이 사건 배송업무의 수행과 관련된 각종 제반 조건에 관하여 수차례 업무합의서를 체결하여 왔다.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소속된 참가인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여야 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의 소득은 주로 원고에게 의존하고 있었고, 해당 수입은 노무 제공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었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배송업무에 대한 운송비 및 제수당을 지급받고 있는데, 여기에서 원고가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가져가는 지입료 20만 원을 공제한 금액은 운송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통상적으로 수령하는 금액과 유사하다고 보인다. 또한,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통상적으로 월 4~5회의 휴무를 제외하고는 1주에 6일씩 매일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하루 평균 7~8시간에 달하는 배송업무 수행시간을 감안하면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이 사건 배송업무와 무관한 별개의 추가적인 노무 제공을 통하여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지급받는 운송비 등 외의 다른 수입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설령 별도의 노무 제공을 통하여 일부 추가 소득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액수는 상대적으로 소액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소득의 주요 부분을 원고와의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에 의존하고 있음이 분명하고, 특히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지급받는 운송비는 ‘월 기본 운송비’로 기준 운행일수만 채우면 차종에 따라 정해진 금액이 지급되는 고정급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원고로부터 얻는 수입은 배송업무에 투입한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노무 제공에 따른 대가의 성격도 일정 부분 겸유하고 있다고 보인다.
원고가 보수를 비롯하여 이 사건 위탁계약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원고가 부동문자로 작성해둔 정형화된 형식의 ‘위수탁계약서’에 차량번호와 서명 등의 사항만을 자필 기재하는 방식으로 일률적으로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왔다. 이 사건 위탁계약 자체에는 구체적인 근로조건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이 사건 배송기사들의 휴무일, 업무내용 등은 원고와 소외 회사가 체결한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 이미 결정되어 있었고, 이 사건 배송기사들을 비롯한 배송기사들은 모두 원고와 근로조건에 대한 독립적인 협의 없이 위 내용을 그대로 적용받아 대부분 동일한 형태로 근무하였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지급받는 운송비 등의 보수 조건들 역시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에 첨부된 용역비 정산 기준에 의하여 사전에 확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 위탁계약은 원고의 경우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계약을 위반하는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상호 간의 합의가 없더라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배송기사들에 관하여는 상호 간의 합의가 아닌 다른 사유에 근거한 계약해지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물론 이 사건 배송기사들을 비롯한 지입차주들이 차주회 등을 조직하여 소외 회사 및 원고 등의 개별 운송사들과 이 사건 배송업무의 각종 제반 조건에 관한 업무합의서를 체결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해당 합의서는 위와 같이 기본적으로는 이미 확정되어 있던 용차료나 운행편수, 배차 수를 세부적으로 조정하거나 동절기 세차비 등 예외적인 수당 지급에 관한 내용을 정하는 정도에 불과하므로,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결정함에 있어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특별한 협상력을 발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기존에 원고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던 배송기사들은 위와 같은 업무합의의 방식으로 일정 부분에 한하여 다음 근로조건 협상에 간접적으로나마 의견을 반영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새로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배송업무를 수행하려는 배송기사들의 경우에는 사실상 이 사건 위탁계약의 내용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도 애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 외에는 달리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방법이 없었고, 이미 고정된 조건을 수용하여 계약을 체결할지의 여부만을 정할 수 있었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원고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원고는 개별 배송기사들과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소외 회사와 체결한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의 용역 수행을 전적으로 재위탁하고, 이를 통해 관리비, 지입료 명목으로 일정 금액 상당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을 비롯한 배송기사들이 이 사건 배송업무의 수행을 통해 제공하는 노무는 원고의 운송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또한, 소외 회사는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을 체결한 원고와 같은 개별 운송사를 통해서만 이 사건 배송업무가 수행되도록 하고 있고, 배송기사들과 직접 개별적인 운송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배송업무의 수행을 위탁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이 사건 배송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는 원고를 통해 시장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과 원고의 계약관계는 상당한 정도의 지속성ㆍ전속성을 보인다.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들 사이의 계약기간은 기본적으로 체결일로부터 2년이나, 쌍방의 계약해지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2년마다 관리비를 인상할 수 있다는 특약사항과 같이 그 자체로 장기간의 계약관계 유지를 전제로 한 여러 조항들을 두고 있었다. 실제로도 배송기사들이 별도의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대부분 원고와의 계약관계가 자동 연장되었고, 그에 따라 5회 내지 6회 이상 계약을 갱신하면서 10년 가까운 장기간에 걸쳐 원고와 계약관계를 유지한 배송기사들도 있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에서 정한 바와 같이 운행하는 차량의 외부에 소외 회사가 지정한 광고 도색을 하여야 하고 그 이외의 일체의 부착물을 부착할 수 없었으며, 이 사건 배송업무의 수행 도중에는 반드시 정해진 기준대로의 복장을 착용하여야 했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1주에 6일, 하루 평균 7~8시간씩 이 사건 배송업무를 수행하였고, 당일 할당받은 배송물량을 모두 처리하여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다른 배송업무 등에 종사할 여력이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특히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은 사전에 정한 통상의 운행시간 이외에도 조기 운행 또는 추가 운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명시하고 있으며, 대체기사 투입에 드는 비용은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모두 부담해야 하므로 대체기사를 고용할 유인 자체가 크지 않은바, 사실상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상당 부분 전속된 상태에서 이 사건 배송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인다.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지휘ㆍ감독관계가 존재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소외 회사가 체결한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 및 각종 부속합의 등에 따라 배송기사들의 개별적인 배송구역, 근무일정, 근무내용이 사실상 정해져 있었으므로,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원고 및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소외 회사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배정받은 배송구역에 정해진 물량과 일정에 맞춰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고, 업무내용과 관련하여 별다른 재량이 없었다.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은 배송차량의 운행 경로 역시 출발지와 도착지 사이의 최적경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도로 상황 및 교통상황을 감안하여 부득이 우회하여 운행한 경우에도 운행일지를 통해 원고를 거쳐 소외 회사에게 사후에 이를 확인받아야 하며 그 사유가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 손해배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고도 규정하고 있었다. 나아가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은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들에 대한 사용자의 지위에서 배송기사들에게 위탁업무의 내용, 장소, 시간, 수행방법 등을 지정하여 상시 지휘ㆍ감독, 관리를 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투입인력들과의 근로 약정에 따른 급여, 복리 혜택, 교육 등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첨부된 ‘업무범위 및 수행절차’ 부속서를 통하여 배송차량의 투입, 관리, 배송기사의 배치 등에 관하여 관리ㆍ감독을 하여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명시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위탁계약도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소외 회사의 사업장 내에서 일으킨 문제 등을 사유로 하는 계약해지권을 원고에게 부여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설령 원고가 현장대리인을 물류센터에 파견하거나 이 사건 배송기사들에게 개별적인 배송업무의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들 사이에는 소외 회사에 대한 원고의 책임을 전제로 하여 적어도 일정한 수준의 지휘ㆍ감독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에 대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정형화된 형태로 상차, 배송, 하차 등의 노무를 제공하여 이 사건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배송기사는 원고와 위탁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운송료의 책정은 물론 여타의 근로조건을 정하는 데에 충분한 교섭력을 갖추고 있지 않고, 노무 제공의 조건에 관하여 교섭할 수 있는 여건조차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참가인이 설립되기 이전까지 배송기사들은 정식 노동조합이 아닌 차주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근로조건에 관한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할 수 있었을 뿐이다. 배송기사들은 업무내용상 각종 사고나 질병 등 산업재해에 대한 노출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경제적ㆍ사회적 안정성의 보장이 열악하고, 배송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는 개별 운송사들과 사전에 정해진 기준대로의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배송기사들 소득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운송료는 사실상 원고와 소외 회사 사이에서 체결된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이 정한 기준 및 소외 회사가 개별 배송기사들에게 배정하는 월별 배송물량 등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위탁계약은 원고에게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유를 근거로 한 일방적인 계약해지권을 부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배송기사들이 배송을 거부하고 파업 등의 단체행동을 할 경우 원고가 전화 및 구두 통보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더하여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의 성격과 내용, 노동조합법이 위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정의’ 규정이 특정 사업자에 대한 소속을 전제로 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고용 이외의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제공자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정한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원고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원고와 경제적ㆍ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집단적으로 단결함으로써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이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고, 이는 설령 이 사건 배송기사들의 전속성 및 원고의 지휘ㆍ감독 정도 등이 비교적 높지 않다거나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하여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자신들의 비용으로 배송차량을 유지ㆍ관리하는 등 독립적인 운송사업자의 성격을 일부 가지고 있어 근로기준법에 규정한 근로자의 요건을 모두 갖추지는 못하였다고 보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된다.
원고는, 설령 원고에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소속된 참가인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는 먼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이후에야 비로소 발생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1항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하여 규정한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소속된 원고 사업장 내에는 참가인 외에 다른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다고 보인다(을가 제6호증).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심용아 오민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