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 8. 18.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 중 피고 보조참가인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8호증, 을가 제1, 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요지
이 사건 재심판정은, ① 참가인이 사무실에서 음주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릴레이 파손의 동기로 볼 수 있는 동료 직원과의 다툼 사실은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 점, ② 공장 CCTV 영상에 의하더라도 참가인이 ‘헤라’(바닥이나 면에 붙은 것을 긁을 때 사용하는 도구)를 가지고 릴레이 주변에서 이동한 장면은 확인되나 릴레이를 파손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 장면은 확인되지 않고, 더욱이 참가인은 시설과장으로 릴레이 주변에 CCTV가 설치된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고의적으로 릴레이를 파손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한 점, ③ 원고는 참가인이 현장 확인 시 기계고장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도 릴레이 고의 파손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하나, 기계 구입이 30년 정도 되었음을 고려할 때 ‘기계고장은 일상적인 부품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고장으로 생각해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참가인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이 음주 후 릴레이를 고의 파손하였다는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징계사유 인정 여부)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행정재판은 반드시 검사의 무혐의 불기소처분 사실에 대하여 구속받는 것은 아니고, 법원은 증거에 의한 자유심증으로써 그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누493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9~29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참가인이 2023. 2. 9. 야간에 음주 후 릴레이를 고의 파손한 사실에 관한 고도의 개연성은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문제가 된 릴레이는 외부의 플라스틱 케이스 부분이 외력으로 손상되고 그 내부의 전선이 단락된 형태로 파손되었는데, 특히 플라스틱 케이스 부분에는 뾰족한 물체로 수차례 긁힌 듯한 흔적이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된다. 즉, 릴레이 파손은 기계적인 작동 오류 등과 같이 인위적 개입 없이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일어난 사건임이 분명하다.
관련된 기계가 2023. 2. 9. 업무시간까지도 별다른 문제 없이 작동하다가 2023. 2. 10. 새벽부터 고장이 확인되었으므로, 해당 릴레이가 2023. 2. 9. 저녁부터 2023. 2. 10. 새벽 업무를 개시하기 이전까지의 어느 시점에 파손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23. 2. 9.경 해당 공장 사무실에서는 퇴근 무렵부터 참가인과 다른 근로자 3명이 술자리를 가졌고, 그중 2명은 20:00경, 나머지 1명도 21:37경 현장을 이탈하였는데, 여럿이 함께 있었음을 고려하면 그 시점까지 릴레이가 누군가의 외력에 의해 고의적으로 파손되었을 가능성은 상식적인 차원에서도 충분히 배제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장을 촬영한 CCTV 영상 사진에 의하면, 참가인이 마지막으로 21:41경 사무실을 떠났다가 다시 21:51경 사무실로 들어온 이후, 단자함을 열어 릴레이를 빼고 21:53경 릴레이와 헤라를 든 채 CCTV 사각지대인 캐비넷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한 다음 약 2분 후 다시 단자함 옆으로 이동하여 릴레이를 꽂아놓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후 기계 고장이 확인될 때까지 사무실에 출입하여 릴레이에 접근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보이므로(동작이 감지되지 않아 CCTV 자체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이 술자리 이후 혼자 사무실에 들어와 있는 시간 동안 릴레이를 파손하였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이 의심스러운 상황에 관하여 참가인은 단지 릴레이 고장을 확인하고 이를 새것으로 교체하였을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한다. 그러나 직원들 진술에 의하면 당일 저녁까지 릴레이 고장이 있었던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는 점, 당시 야간에 기계가 작동을 멈추고 꺼져 있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릴레이 쪽에 불빛이 작동하여 고장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설명 자체가 수긍되지 않는 점, 정말로 고장난 릴레이를 교체하였다면 단자함 내에 정상 작동하는 릴레이가 부착되어 있고 고장난 릴레이가 캐비넷과 같은 장소에 보관되어 있어야 할 것인데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초래된 점, 캐비넷에 교체를 위한 정상 릴레이가 보관되어 있었는지도 의문인 점, 참가인이 정말로 고장 문제로 릴레이를 교체하였다면 기계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 다음날 아침 기계 고장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 참가인이 릴레이 고장 또는 교체 등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의 위와 같은 해명은 도저히 그대로 납득하기 어렵다.
원고가 참가인을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하였으나 증거불충분(혐의없음)의 불기소결정이 이루어졌는데, 그 핵심적인 근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릴레이파손 흔적의 형태가 범행도구로 지목되었던 헤라에 의해 생성되었을 개연성이 희박하다는 감정결과를 제시하였고, 이에 따라 참가인이 약 2분에 미치지 못하는 동안 헤라 외의 다른 도구를 찾아 릴레이를 손상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당초 헤라를 범행도구로 지목하였던 것은 CCTV 영상에서 참가인이 릴레이와 헤라를 함께 들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기 때문일 뿐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참가인이 헤라와 릴레이를 들고 캐비넷이 위치한 CCTV 사각지대로 이동하여 약 2분간 머물러 있었음을 고려하면, 참가인이 그 시간 동안 헤라가 아니라 캐비넷에 보관된 송곳, 드라이버 등과 같은 다른 도구(경찰 현장검증결과 캐비넷에 해당 도구들이 보관된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보인다)를 이용해 릴레이를 파손하였을 가능성이 여전히 배제되지 않고, 릴레이의 크기, 파손 형태 등에 비추어 이는 2분 정도의 짧은 시간 내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보이며, 이러한 수법은 ‘릴레이의 손상 부위는 송곳 등과 같이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태의 도구에 의해 생성되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에도 그대로 부합한다. 이처럼 불기소결정의 근거가 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에 모순되지 않는 방향으로 참가인이 릴레이를 파손하였을 개연성이 여전히 높다고 보이는 이상, 구체적인 범행방법, 고의 유무 등 전체적인 피의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려진 불기소결정을 근거로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조차 곧바로 부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아울러 위 불기소결정에 대하여는 현재 재정신청 사건이 계속 중이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의 징계사유가 인정되므로, 이와 달리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이 사건 재심판정은 징계양정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을 하지 않았으나, 시설과장 지위에 있던 참가인이 고의로 회사 시설을 파손하고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참가인과의 신뢰관계가 크게 훼손되어 더 이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해고의 징계양정이 과중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원고가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청구한 것이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등으로 인정된 경우 사용자는 징계를 무효처분하고 재심 청구 또는 행정소송 및 상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단체협약 제46조 제1항, 제3항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① 위 단체협약 조항은 구체적인 분쟁을 전제로 이미 발생한 사용자의 권리를 포기하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분쟁 발생 전에 일률적으로 사용자의 불복ㆍ재판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노사간 합의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31조 제1항,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 점, ② 참가인 등이 ‘원고가 위 단체협약 조항 위반을 위반하여 이 사건 재심청구 및 행정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2조 제2호 다.목의 죄가 성립한다’고 고발한 사건에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이 외부법률자문의견을 받아 위와 같은 이유에서 불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였고, 광주지방검찰청 검사도 2024. 6. 12. 원고에 대하여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하였던 점, ③ 원고가 이 사건 재심을 청구한 것이 위 단체협약 조항 위반에 해당하여 어떤 민ㆍ형사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그것만으로 원고의 권리구제이익이 부정되어 이 사건 재심청구가 곧바로 부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재심판정의 이 부분 판단도 타당하지 않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참가인이, 나머지는 패소한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이상덕
판사 오민관 방민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