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0. 17. 선고 2023구합81534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3. 4. 20. 원고에 대하여 한 정보 부분공개 처분 중 ‘원청 기업명’, ‘하청 기업명’에 대한 비공개 부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피고에게 2022. 1. 1.부터 2022. 12. 31.까지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에 관하여 재해별로 담당 지방관서, 지방청, 사업장의 업종, 재해발생일, 재해발생 접수일, 원청 기업명, 하청 기업명, 사고발생 현장주소, 사망자(명), 부상자(명), 재해자, 담당감독관, 사고발생형태, 행정조치 내역, 송치의견, 기타 정보 등(재해자 및 담당감독관의 성명은 성만 공개하고 이름은 복자 처리해도 무방)을 공개할 것을 청구하였다.

나.

피고는 2023. 4. 20. 원고에게 원고가 청구한 정보 중 담당 지방관서, 지방청, 업종, 재해발생일, 재해발생 접수일, 사고발생 현장주소, 사망자(명), 부상자(명), 발생형태 등 자료는 공개하나, ‘원청 기업명, 하청 기업명, 담당 감독관, 행정조치 내역, 송치의견’ 자료는 피의사실을 포함하고 있어 공개될 경우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되므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 제9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재해자 정보’는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같은 법 제9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각 비공개 결정하였다(이하 ‘원청 기업명, 하청 기업명’을 ‘이 사건 정보’라 하고, 이 사건 정보를 비공개한 부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에 따르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자 산업재해 발생건수, 재해율 또는 그 순위 등을 공표하게 되어 있고, 피고는 2023. 12. 29. 2022년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을 공표하였는바, 이 사건 정보 중 일부가 공개되었으므로 그 부분은 소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인 권리이므로 청구인이 공공기관에 대하여 정보공개를 청구하였다가 거부처분을 받은 것 자체가 법률상 이익의 침해에 해당하고(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두8050 판결 등 참조), 설령 공개거부처분을 받은 청구인이 다른 경로를 통하여 해당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접근가능성은 사실상의 가능성에 불과하여 구체적인 권리로서의 정보공개청구권이 구제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어서 행정소송을 통한 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은 여전히 존재한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두8733 판결,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두1310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을 공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원고의 법률상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4.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처분사유의 추가 가부

1)

피고는, 수사 진행 과정에서 기업명을 공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정보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다른 법률에 따라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처분사유를 추가한다고 주장한다.

2)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 있어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 등 참조).

3)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는 범죄의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는 다른 법률에 따라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를 각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어 그 비공개사유의 요건이 되는 사실을 달리한다. 또한 위 제4호가 위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하고 있는 것은 범죄의 수사 등 직무수행의 원활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 반면, 위 제1호는 비밀 또는 비공개사항으로 다른 법률 등에 규정되어 있는 경우 이를 존중함으로써 법률 간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그 각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한 근거와 입법취지도 서로 다르다.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원고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개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확정판결 이후 수사대상을 공표함이 타당’이라고 결정 이유를 기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를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았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피고가 처분사유로 추가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의 사유와 당초의 처분사유인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의 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를 처분사유로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4두12629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정보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지

1)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는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정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 함은 당해 정보가 공개될 경우 수사 등에 관한 직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고 그 정도가 현저한 경우를 의미하며,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비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의 이익과 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의 보장과 수사절차의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4558 판결 등 참조).

2)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보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가)

이 사건 정보는 2022년에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의 중대산업재해(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산업재해 중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말한다. ①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②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③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가 발생한 원청 기업명과 하청 기업명으로,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을 알 수 있을 뿐이고 수사기관 내부에서 공유되는 구체적인 범죄 관련 정보나, 수사 개시 또는 진행정도 및 수사방법 등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며,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된다고 하여 수사기관의 수사 활동이 위축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수사 등에 관한 직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산업재해 발생사실 공표 제도를 별도로 두고 있고(제13조), 같은 법 시행령에서 중대산업재해로 범죄의 형이 확정된 사업장을 그 공표 대상으로 정하고 있으나(제12조 제1항), 위 각 조항이 정한 내용과 중대재해법처벌상 체계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법령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자의 성명, 위반사실,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처분사실 등을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반에게 공표하는 행정상 공표제도의 하나로 보일 뿐, 피고 주장처럼 수사 도중 해당 기업에서 중대산업재해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수사기관의 직무 수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될 위험이 있으므로 범죄의 형이 확정되기까지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을 공개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규정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헌법 제21조 등에 근거한 알권리를 보장․실현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되 헌법 제21조 제4항 및 제37조 제2항에 따라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정보공개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원칙에 따라 마련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의 입법 목적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공표제도는 그 추구하는 목적을 달리하는바, 위와 같은 공표제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원고의 알권리에 대한 제한이 정당화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원고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이를 악의적인 내용으로 게시하여 중대산업재해에 관한 귀책이 있는지와 상관없이 해당 기업을 사회적으로 낙인찍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우려하는 사정은 이 사건 정보의 공개 자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의 홈페이지 게시 등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고, 이 사건 정보의 공개 이후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관하여 기업의 귀책이 없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관련하여 원고가 게시 행위에 관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점 등과는 별개로, 이는 이 사건 처분 당시 피고가 제시한 비공개사유인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해진다는 것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피고가 위 사정을 들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를 근거로 이 사건 정보를 비공개할 수는 없다.

다.

소결

이 사건 정보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공개 대상이 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재원(재판장) 김준영 류지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