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3. 8. 11. 자 B공장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종류 변경처분 및 2023. 8. 16. 자 C공장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종류 변경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소재·부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인 원고는 2000. 5. 1.경부터 C공장<각주1>을, 2008. 11. 20.경부터 B공장<각주2>을 운영하고 있다(이하 위 공장들을 묶어 ‘이 사건 사업장들’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들에 관하여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이라고 한다) 제14조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12조에 따라「2023년도 사업종류별 산재보험료율」고시(고용노동부고시 제2022-82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의 사업종류 예시표(이하(이하 ‘사업종류 예시표’라 한다) 중 ‘224 전기기계기구·정밀기구·전자제품 제조업(사업세목: 22405 전자관 또는 반도체소자 제조업)’으로 분류되어 위 사업종류에 해당하는 산재보험료율(6/1,000)을 적용받았다.
피고는 2023. 5. 2. 이 사건 사업장들에 대한 실태조사 및 현지실사를 한 다음 2023. 8. 11.에는 B공장의 사업종류를 2000. 11. 6. 자로, 2023. 8. 16.에는 C공장의 사업종류를 2013. 1. 1. 자로 각 소급하여 ‘218. 기계기구·금속·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사업세목: 21826 특수산업용 기계제조업, 산재보험료율 13/1,000)’으로 변경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를 통틀어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서증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학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각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절차적 하자
피고는 2023. 5. 2. 이 사건 사업장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거쳐 이 사건 각 처분을 하였는데, 피고는 현장조사 당시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하였는바, 이처럼 위법한 현장조사에 근거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
실체적 하자
원고 사업장의 사업종류는 ‘전자관 또는 반도체소자 제조업’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그 사업종류가 ‘특수산업용 기계제조업’임을 전제로 내려진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
절차적 하자의 존부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행정조사를 실시하고자 하는 행정기관의 장은 같은 법 제9조에 따른 출석요구서, 제10조에 따른 보고요구서·자료제출요구서 및 제11조에 따른 현장출입조사서를 조사개시 7일 전까지 조사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고(제17조 제1항 본문), 다만 행정조사를 실시하기 전에 관련 사항을 미리 통지하는 때에는 증거인멸 등으로 행정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제1호),「통계법」제3조 제2호에 따른 지정통계의 작성을 위하여 조사하는 경우(제2호), 제5조 단서에 따라 조사대상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행정조사의 경우(제3호)에는 행정조사의 개시와 동시에 출석요구서등을 조사대상자에게 제시하거나 행정조사의 목적 등을 조사대상자에게 구두로 통지할 수 있다.
살피건대, 피고가 2023. 5. 2. 이 사건 사업장들에 현장 방문하여 확인함에 있어 조사개시 7일 전에 조사목적, 조사의 일시 및 장소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그러나, 갑 제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피고는 2023. 4. 25. 유선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사업장들에 대한 현장실사 실시계획, 조사목적 및 일정 등을 미리 안내하였고 상호간의 조율 하에 현장실사를 진행한 점, ② 피고가 원고에게 현장조사에 대한 사전서면통지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현장조사 결과가 왜곡되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원고의 절차적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되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현장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서면 통지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사업장들 영업의 사업종류에 관한 판단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14조 제3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12조에 의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료율은 재해발생의 위험성과 경제활동의 동질성 등을 기초로 분류한 사업종류별로 구분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사업종류 예시표 총칙 제2조 제1항은 재해발생의 위험성, 경제활동의 동질성 및 보수총액에 대한 보험급여 총액비율(제1호), 적용사업단위의 주된 최종제품, 완성품, 제공되는 서비스의 내용(제2호), 작업공정 및 내용(제3호)이라는 사업종류 및 사업종류별 사업세목의 분류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제2조 제2항은 위 각 호의 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각 사업종류의 사업세목별로 해당사업의 대표적인 사업을 예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3조 제1항은 산재보험 보험가입자의 개별 사업장에 적용하는 사업종류는 사업종류 예시표에 따르되, 다만 그 내용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2조 제1항의 분류기준(제1호),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의 사업내용(제2호), 동종 또는 유사한 다른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는 사업종류(제3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사업종류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사업종류 예시표는 사업종류 중 ‘2. 제조업’을 ‘유기 또는 무기물질에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가하여 신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하위 사업종류 중 ‘224 전기기계기구·정밀기구·전자제품 제조업’에 관하여 ‘전기에너지의 발생, 저장, 송전, 변전과 이를 이용하는 기계기구와 기타의 전기통신기계기구 및 가정용 전기기계기구를 제조하는 사업’, ‘전기기계기구 부분품 제조업’, ‘부품구성상(회로) 주로 증폭, 연산, 기억 등의 목적으로 비직선형소자(NON LINEAR) 즉 트랜지스터, 진공관, IC, 다이오드 등을 주로 하여 구성·조합된 제품 제조업 및 동 부분품제조업’을 예시하면서, 사업세목으로 ‘22405 전자관 또는 반도체소자 제조업’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2) 위 사업종류 예시표는 분류원칙에 따라 작업공정 등을 이미 감안하여 사업종류를 분류한 것이다. 그런데 분류된 사업종류 및 내용예시가 작업공정 등이 다른 사업과 동일하다는 등의 이유로 다시 다른 사업으로 분류될 수 있으면 사업종류 예시표에 의하여 사업종류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하게 하려는 사업종류 예시표 제정의 근본목적에 어긋나므로, 사업종류 예시표에 예시된 사업의 경우에는 그 예시대로 사업종류가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5누436 판결 참조).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료 산정 시 적용되는 보험료율은 대상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을 두되, 그 사업의 종류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재해발생의 위험성과 경제활동의 동질성 등을 기초로 분류하도록 하고 있는바, 산업재해보상보험가입자의 사업종류가 산재보험료율표의 사업종류 예시표 중 어느 사업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그 가입자의 사업목적과 사업장의 등록업종뿐만 아니라 실제의 사업내용과 근로자의 작업형태를 두루 참작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대상 사업을 종류별로 구분하여 동종 사업에 대하여 동일한 보험료율을 적용하도록 한 것은 사업의 종류를 같이하는 경우 그 재해 발생의 빈도나 규모가 유사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으므로 대상사업의 종류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재해발생의 위험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재해발생의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최종생산품 내지 서비스의 내용, 작업공정 및 내용 등 재해발생의 위험성과 관련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2두1058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 및 앞서 본 관련 법령의 내용과 체계를 종합할 때, 사업종류는 원칙적으로 사업종류 예시표에서 정의하고 있는 바에 따라 분류되어야 하고, 사업종류 예시표에 예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대상 사업의 재해발생의 위험성, 경제활동의 동질성, 최종 제품, 작업공정 및 내용,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의 사업내용 등을 고려하여 그 사업종류를 분류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갑 제4, 8, 11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업장들의 사업종류는 사업종류 예시표 상의 ‘224 전기기계기구·정밀기구·전자제품 제조업(사업세목: 22405 전자관 또는 반도체소자 제조업)’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사업장들의 사업종류가 ‘특수산업용 기계제조업’이라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원고는 법인등기부상 ‘전기, 전자부품 제조 및 판매업’, ‘반도체 관련 장비·부품 제조 및 판매업’, ‘전자 및 전자기계, 기구, 기기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원고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실리콘 전극(Silicon Electrode), 실리콘 링(Silicon Ring), 쿼츠 링(Quartz Ring), 질화알루미늄 플레이트(AlN Plate) 등을 주된 최종 생산품으로 제조하는 회사이다. 실리콘 전극은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하며, 식각 반응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인 전극 부품이다. 실리콘 링은 플라즈마의 균형을 유지하고 전하의 분포를 조절하여 균일한 식각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쿼츠 링은 고온과 플라즈마 환경에서 내구성이 뛰어나며, 반도체 공정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질화알루미늄 플레이트는 우수한 열 전도성과 절연성을 제공하여 반도체 공정에서 균일한 열 분포를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위 제품들은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이를 제어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전자부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원고의 사업종류는 "전자관 또는 반도체소자 제조업(22405)"으로 분류되어 왔으며, 이는 원고 사업장의 생산품 특성과 산업분류 기준에 부합한다.
원고가 생산하는 제품들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직접 사용되는 소모성 부품이며, 반도체 장비 자체의 구성요소가 아니라 독립적인 공정 부품으로 기능한다. 또한, 해당 부품들은 특정 반도체 식각기계에 국한되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반도체 제조장비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을 특정 기계의 전용 구성 부분품으로 볼 수 없으며, "특수산업용 기계제조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기준에 따르면, 기계 및 장비의 일반적인 구성 부분품 및 부품은 그 사용 목적과 기능에 따라 산업영역이 분류된다. 이 사건 제품들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플라즈마를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며, 기계 장비의 구성 요소가 아닌 반도체 공정의 필수적인 소모성 부품으로 사용되므로, 전자부품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것이 합당하다.
산재보험료율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동종 사업에 대하여 동일한 보험료율을 적용하도록 한 것은 사업의 종류를 같이 하는 경우에는 그 재해 발생의 빈도나 규모가 유사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특히 산재보험료는 산재보험사업에 드는 비용에 충당하기 위하여 보험가입자로부터 징수하는 것으로서 대부분 산재보험금으로 지급되는 사정 등에 비추어, 당해 사업장에서의 재해발생 위험성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재해발생 가능성이 낮은 사업에 대하여 고도의 위험성을 가지는 사업과 동일한 요율의 보험료를 부담하게 하여 고도의 위험성을 가지는 사업의 산재보험금으로 지급되게 하는 경우 앞서 본 산재보험료율을 사업종류별로 달리 정한 입법의 취지는 물론 위험의 정당한 분배를 저해함으로써 사회보험의 기본적인 원칙인 공공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소지가 크다.
이 사건 사업장들에서 반도체 제조에 직접 사용되는 기계장비를 제조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법, 즉 금속 등 1차 재료에 대한 물리력으로 인한 위험성이 높은 공정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사업장들의 주된 최종 생산품은 기본적으로 원재료인 실리콘 잉곳(silicon ingot)을 절단하여 알맞은 모양으로 가공하는 것으로, 이러한 공정으로 인한 재해발생의 위험성은 반도체 식각 기계 제조업에 비하여 현저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은 2023년 11월 기준 이 사건 사업장들의 지난 3년간 재해율이 각 0%(C공장), 0.29%(B공장)이고, 이는 같은 기간 ‘기계기구, 비금속 광물 및 금속제품 제조업’의 평균 재해율(약 0.96%)보다 현저히 낮으며, ‘전기기계기구·정밀기구·전자제품 제조업’의 평균 재해율(약 0.3%)과 비슷한 사실을 보면 더욱 분명하다. 나아가 이 사건 사업장들에서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산업재해 사건 수는 4건에 불과하다. 한편,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업장들의 공정으로 인한 재해발생의 위험성이 반도체 식각 기계 제조업에 사용되는 물리적 공정에 따른 위험성에 필적한다고 보기 부족하다.
더욱이 원고는 C공장의 사업종류를 20년 이상 "전자관 또는 반도체소자 제조업(22405)"으로 인정받아왔으며, 위 사업장의 생산품과 생산방식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없었고, 원고가 공장을 증설하였다고 해서 기존 업종이 바뀌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가 사업종류를 변경할 정당한 사유 없이 기존 분류를 변경하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심용아 오민관
[별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