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B생)는 1991.4.11.부터 2018년 8월경까지 약 27년 4개월 동안 주식회사 C에서 마케팅, 영업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원고는 2018.8.17. ‘청신경초종(vestibular schwannoma)’(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을 진단받고, 2022.4.14.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23.5.26. ‘청신경초종의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유전질환에 해당되며, 상병 발병과 직업력, 업무상 과로 등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는 점, 신청인의 업무시간 산정이 어렵고 동료 진술에 의한 추정만 가능한 상태이며 신청인의 휴대전화사용에 대한 폭로력도 명확하지 않은 점, 최근 연구에 의하면 휴대전화 사용과 신청 상병의 관련성에 대한 역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며, 아주 일부 보고에서 청신경초종이 휴대전화 전자기파와 연관된다고 하고 있지만, 아직 생물학적, 역학적 연구가 미흡한 상태로 그 연관성을 인정하는 데는 현재 한계가 있는 점, 업무 특성상 신청인이 좌측으로 휴대전화를 연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도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는 제한적으로 근거가 미약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신청 상병의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다수의견에 기초하여 원고에 대하여 요양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주식회사 C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또는 스마트폰 과다사용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8.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3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D병원장[신경외과(뇌종양)]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원고의 근무환경과 과로, 뇌종양의 발생 위치, 유전인자 등의 개인적 소인 미확인 등)과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발생·악화한 것이라는 판단을 가능하게 할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가 업무를 수행할 당시 사용한 휴대전화의 기종, 전자파 발생 정도, 사용빈도수와 사용시간, 원고의 근무환경과 전자파 노출량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사용 및 그에 따른 전자파 노출과 이 사건 상병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의학적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또는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일부 보고되기는 하였다. Hardell 등의 연구에서는 휴대전화 및 무선전화의 사용기간과 누적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청신경초종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종양이 발생한 쪽과 같은 쪽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우 그 반대쪽으로 사용한 경우보다 발생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또한 2014년 국내 연구진의 연구에서는 휴대전화를 주로 사용한 쪽과 종양이 발생한 쪽 사이 및 누적 사용량과 종양의 크기 사이에 관련성이 관찰되어 휴대전화 사용이 기존 종양의 성장 또는 진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다만, 위 연구는 표본수가 119명으로 적었고, 휴대전화 사용과 종양의 발생 간의 유의미한 관련성은 확인하지 못하였다. 한편, 일본에서 진행된 Sato 등의 연구에서는 장기간 휴대전화 사용군에서 일부 위험성 증가가 관찰되었으나, 발견편향(detection bias) 및 회상편향(recall bias)의 가능성이 있어 그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특히 INTERPHONE 연구에서는 정기적인 휴대전화 사용이나10년 이상의 장기간 사용에 따른 청신경초종의 발생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고, 누적 통화시간이나 통화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 위험이 일관되게 증가하는 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 누적 통화시간이 가장 많은 집단에서는 발생 위험이 다소 높게 나타났으나, 연구자들은 이를 우연, 보고편향 또는 인과적 영향 중 어느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하였다. 결론적으로 휴대전화 전자파와 이 사건 상병 간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이론은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학적·과학적 지식의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상병의 환경적 위험요인으로는 고용량 이온화 방사선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비이온화 방사선의 경우 이 사건 상병과의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E학회, 『뇌종양학(Brain Tumor)』 제2판 참조].
원고가 뉴스기사(갑 제17호증)를 제출하면서 인용한 이탈리아 대법원의 판결은 휴대전화 사용과 ‘청신경초종’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신경 및 해부학적 위치가 다른 질환인 ‘Gasser 신경절의 신경초종’과의 의학적 인과관계 인정에 ‘청신경초종’에 대한 Hardell 등의 연구결과를 적용한 사실심 법원의 증거판단[이탈리아산업재해보험기관(INAIL)은 상고이유로 그러한 증거채택이 자의적이라고 주장하였다]에 상고심이 개입할 정도의 명백한 과학적·논리적 오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일 뿐이다. 해당 판결이 선고된 2012년 이후 INTERPHONE 등 휴대전화 사용과 청신경초종 사이의 의학적 관련성을 지지하지 않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축적되기도 하였다.
원고가 제출한 동료근로자들의 진술서 등을 통해서는 원고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다만,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가 배우자와 사별한 후 두 자녀를 홀로 양육하면서도 야간근무와 주말근무를 마다하지 않으며 강한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업무수행에 전념하여 직장 내에서 탁월한 실적을 달성하고 주변의 인정을 받았던 것으로는 추단할 수 있다). 원고가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과로의 기준을 충족할 정도로 과로하였다거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매우 과다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전제하더라도, 그러한 원고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이 사건 상병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업무상 요인을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요인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상병과 업무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신경외과 자문의 2인의 의학적 소견에 동의한다는 소견을 밝혔다. 법원의 촉탁에 의한 감정인이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정 과정을 거쳐 제출한 감정결과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중한 오류가 있다거나 그 신빙성을 탄핵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는다면 이를 쉽게 배척할 수 없고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09.7.9. 선고 2006다67602, 67619 판결 등 참조), 위 감정의의 소견을 배척할 만한 사정에 대하여 별다른 주장·증명이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