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B기관의 상임이사 겸 C기관 원장이다.
진정인 D(이하 ‘진정인’이라 한다)는 C기관 소속 근로자인데, 2023. 8. 7. 피고에게 원고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였다.
피고는 진정 내용을 심의한 후 원고의 일부 행위가 사회통념상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 진정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판단하고, B기관에 다음과 같이 두 차례에 걸쳐 시정지시를 하였다. 각 시정지시에는 ‘기한 내 시정지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B기관이 각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자 피고는 2024. 5. 14. B기관에 과태료 2건을 부과하였다.
B기관은 2024. 6. 7. 각 시정지시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으나, 2024. 7. 16. 각 과태료를 납부한 후 2024. 8. 16. 행정심판을 취하하였다.
원고가 2024. 3. 8.자 시정지시나 진정인의 진정에 따라 B기관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은 없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6, 11, 14, 16,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당사자들 주장 요지
피고
❶ 원고는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어서 원고 적격이 없고, ❷ 각 시정지시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
2024. 3. 8.자 시정지시에 원고에 대한 징계 등이 포함되어 있고, 공직 예비 후보자 자기검증진술서에 해당 내용을 기재해야 해 공무담임권이 침해되었으며, 진정인의 언론 제보로 명예가 훼손되었다. 원고에게 각 시정지시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
원고 적격의 존부
처분의 경위에서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각 시정지시로 인해 원고가 직접적으로 법률상 이익을 침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에게 원고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
❶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를 규정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 대해 정하고 있다(제76조의3). 피고는 각 시정지시를 통해 사용자인 B기관에, 행위자에 대한 징계 및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보호를 권고하였다. 각 시정지시의 상대방은 B기관이고, B기관은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
❷ B기관이 각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피고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B기관은 과태료에 대한 이의제기 등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의무 위반 여부를 다툴 수 있다. B기관은 과태료를 납부하고 별도로 불복하지 않았다.
❸ 2024. 3. 8.자 시정지시에 행위자인 원고에 대한 징계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원고는 위 시정지시에 따라 별도로 징계를 받지 않았다. 원고는 징계가 이루어지면 해당 징계를 직접 다툴 수 있다. 징계가 있을지, 어떤 징계를 받을지 알 수 없고, B기관이 과태료에 대한 이의를 통해 시정지시 내용을 다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정지시에 원고에 대한 징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시정지시의 상대방도 아닌 원고가 직접적으로 법률상 이익을 침해당하였다고 할 수 없다. 원고가 주장하는 공직 임용 영향이나 명예훼손은 모두 불확실한 사실에 대한 가정으로 간접적이고 추상적인 이익이다. 원고는 진정인의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형사고소나 민사소송 등을 통해 별도로 대응할 수 있다.
❹ 2024. 4. 18.자 시정지시는 상대방인 진정인에 대한 보호 조치 내용인데다 B기관이 특정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어 상대방인 원고가 시정지시를 다투더라도 직접적인 불복수단이 될 수 없다.
대상 적격의 존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며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를 말하고, 행정청 내부에서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의 통지 등과 같이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대법원 1995. 11. 21. 선고 95누9099 판결,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729 판결 등 참조).
2024. 3. 8.자 및 2024. 4. 11.자 각 시정지시는 원고나 B기관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❶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시 피해근로자나 행위자에 대한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사용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에 앞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게 시정지시를 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은 없다. 법상 강제조항이 없음에도 사용자에게 스스로 위 법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사용자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행정규칙인 근로감독관집무규정 [별표3]은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조치의무 위반 사용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에 앞서 시정지시를 하고 시정기간 25일 이내 미시정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❷ 2024. 3. 8.자 및 2024. 4. 11.자 각 시정지시는 시정지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 각 시정지시는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그 이행을 권고하는 내용으로서, 사용자에게 위법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여 사용자의 임의적인 협력을 구하고 있다. 시정지시로 인해 의무가 발생한다거나 권리의무에 직접 변동이 생기는 등 일정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❸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의 조치 의무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 이는 일정한 사유 발생 시 별도 처분 등의 개입 없이 위 법률에 따라 당연히 발생하는 의무이다. 근로기준법 제116조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4, 5항에 따른 의무를 위반할 경우 그에 대한 제재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피고는 시정지시를 하지 않고 바로 사용자의 의무위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피고의 각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더라도 근로기준법상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별도로 없다.
❹ B기관은 피고의 시정지시에 상관없이, 시정지시가 없더라도 과태료가 부과되면 해당 과태료에 대한 이의 등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의무위반 여부를 다툴 수 있다. 원고 역시 피고의 시정지시에 상관없이 사용자로부터 징계가 있으면 해당 징계처분을 직접 다투면 된다.
결론
이 사건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공현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