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5. 22. 선고 2024구합52489 판결

부당인사명령 구제 재심판정 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2016. 10. 17. 원고<각주1>에 입사하여 실장으로 인사업무를 담당하다가 2021. 1. 15. 퇴사하였고, 2021. 11. 10. 원고에 재입사하여 CCTO(Chief Culture and Talent Officer) 그룹의 그룹장으로 원고의 전체 인사업무를 총괄하였다. 원고는 2023. 4. 1. 참가인을 K 총무업무 담당 매니저로 보직을 변경하였다(이하 ‘이 사건 인사명령’이라 한다).

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8. 14. 참가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 인사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나,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근로자가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현저히 넘어섰고 참가인과의 성실한 협의절차도 없었으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은 부당하다고 보아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F). 중앙노동위원회도 2023. 12. 11.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E.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22호증, 을가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참가인은 그룹장의 지위에서 직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사람이다. 따라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분리조치 및 참가인의 관리자로서의 자질 부족과 근무이력 등을 고려할 때 참가인의 보직을 변경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 또한 이 사건 인사명령은 이중징계에 해당하지 않고 참가인의 근무이력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일 뿐만 아니라 원고는 참가인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니저로 보직을 변경하면서도 팀 장급 연봉으로 조정하여 주었으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인사명령 과정에서 원고는 참가인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모두 거쳤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명령은 원고의 재량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정당하다.

나.

인정사실

1)

원고는 사업 분야를 기준으로 ’A‘ 부문, ’A 엔지니어링‘ 부문, ’G‘ 부문으로 구분되어, 각 부문 밑에는 업무를 기준으로 총 10개의 그룹을 두고 있고, 각 그룹은 단계적으로 실, 팀을 두고 있었다. 직원의 직급은 그룹장, 실장, 팀장, 매니저 순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2)

참가인은 2016. 10. 17. 원고에 입사하여 실장으로서 인사업무를 담당하다가 2021. 1. 15. 퇴사하였다. 이후 참가인은 2021. 11. 10. 원고의 제안에 따라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CCTO 그룹의 그룹장으로 원고에 재입사하였다. 당시 참가인과 원고는 참가인의 연봉을 2억 원으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이 외에 참가인에게 향후 1년 근무에 대한 1억 원의 사이닝 보너스를 추가 지급하기로 정하였다.

3)

CCTO 그룹 소속 직원들이 2022. 5.경 원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하였다. 외부 법무법인은 조사 결과 참가인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인정하였다. 원고는 법무법인의 조사 결과에 따라 ’CCTO 그룹 소속 직원들(H, I, J)에 대한 보직강등, 특정직원 채용과정상의 관리 부실, 부당한 조직변경, 특정직원에 대한 지원강요 및 이로 인한 직원들 간 갈등 조장‘을 징계사유로 하여 참가인에게 2022. 6. 17. 2개월의 정직처분을 하였다.

4)

위 정직처분 이후 참가인은 2022. 9. 13.부터 2023. 3. 31.까지 휴직하였다. 원고는 2023. 4. 1. 자로 참가인을 원고의 ‘G’ 부문 산하 K 총무업무 담당 매니저로 보직 변경하는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하였다. 원고는 2023. 4. 25. 참가인에게 배치된 직무에 따라 연봉을 2억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삭감하는 내용의 직무조정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였는데, 참가인은 이를 거부하였다.

5)

원고가 제출한 직책 강등 사례에 의하면 실장이나 팀장에서 매니저로 강등된 사례는 있으나, 그룹장에서 매니저로 3단계 강등된 경우는 참가인이 유일하다.

6)

참가인은 위 정직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하였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 4. 24.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보아 참가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2023가합103388호).<각주2>

7)

정직처분의 징계사유 중 참가인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인 H은 CHRO(과거 CCTO) 그룹 소속으로 근무 중이다.

[인정 근거] 앞서 든 증거, 갑 제4 내지 17, 24 내지 26호증, 을가 제1, 3, 4,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고, 전직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전직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갑 제23호증, 을나 제15,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인사명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넘어 이루어져 부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에 위법이 없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4, 5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근무장소 변경 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점, CCTO 그룹의 그룹장이었던 참가인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받았다고 확인된 직원 H이 여전히 CHRO(과거 CCTO) 그룹 소속으로 근무 중인 점, 참가인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확인되었는데도 참가인을 그룹장이라는 상위 책임자 지위에 계속 보임한다면 원고의 원활한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의 보직을 변경하여야 할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이와 같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원고의 취업규칙은 징계의 종류(제78조)로 경고, 견책, 감봉, 정직, 해고만을 규정하고 있는 점, 근로계약서에 ‘원고의 업무상 필요시 참가인의 담당업무는 변경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명령이 이중징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기는 하다.

나)

그러나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업무상 필요성에 비하여 참가인이 입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과도하다. 즉, ①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해 참가인은 그 직급이 그룹장에서 매니저로 3단계 강등되었는데, 이는 원고에서 전례 없던 강등으로 이례적이다. ② 참가인은 매니저 직급으로 강등되면서 연봉이 2억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삭감되었다. 원고 주장처럼 매니저 직급에 보통 책정되는 4,000만 원보다 많은 6,000만 원을 참가인의 연봉으로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삭감 수준이 과도하다. ③ 참가인은 CCTO 그룹장으로서 인사업무를 총괄하고 원고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원고의 조직변경 업무 등을 수행하다가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해 경영지원을 담당하는 K의 매니저로서 총무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위 총무업무에 어떤 업무가 포함되는지 분명하지 않으나, 참가인은 원고 사무실 내부의 환경미화 업무 등을 수행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원고도 총무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환경미화 업무를 수행한다고 하여 이를 부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환경미화 업무를 참가인이 담당하는 총무업무 중의 하나로 인정할 수 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담당하는 근로의 종류와 내용이 기존과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④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은 인사명령에 따라 해당 근로자가 받게 되는 일체의 불이익을 의미하므로, 직급의 변경으로 인한 급여 삭감과 같은 경제적 불이익 뿐만 아니라 직무 내용의 변경에 따른 업무수행상의 어려움이나 강 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이 모두 포함되는바, 앞서 본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게다가 참가인이 그룹장으로서 인사총괄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원고의 영입 제안을 받고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사명령은 참가인이 수행하는 업무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 또는 현저한 질적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근로계약의 본질적 내용을 변경시키는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와의 분리 및 직장질서 회복 등과 같은 참가인을 재배치할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형태의 전보처분이 정당화될 수는 없고, 당해 전보처분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하고 비례적인 수단이어야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참가인에게 일정 수준의 직책을 부여하면서 상급자에 의한 감독을 받게 하는 방법 등으로도 충분히 앞서 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이는 반면, 이 사건 인사명령처럼 참가인을 총무업무를 담당하는 매니저에 배치하여야 할 구체적인 필요성이나 연관성 등은 인정하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참가인에게 새롭게 부여할 수 있는 업무가 극히 제한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주장하나, 원고의 조직체계 및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을 K의 총무업무를 담당하는 매니저로 배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⑥ 원고는 참가인이 그룹장을 맡기 이전에 담당하던 종전 업무와 가장 유사한 업무가 총무업무이므로 그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은 2016. 10. 17. 원고에 입사하여 실장으로 인사업무를 담당해 왔던 것으로 보이고, 참가인이 원고에 입사할 때 연봉이 8,500만 원이었고(여기에 스톡옵션 100주를 부여받았다) 2020.경 퇴사할 때는 연봉이 약 1억 9,000만 원에 이르렀던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참가인은 그룹장을 맡기 이전에도 총무업무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적은 없다고 보인다.

다)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과도한데도 원고가 그 과정에서 참가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는 참가인이 원고와의 협의 끝에 변경된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실제 복직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나, 당시 CHRO 그룹장이었던 L과 참가인이 나눈 복직 전 카카오톡 대화 내용(갑 제23호증)에 의하면, 참가인이 ‘제가 회사에 기여하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고려하시어 소속팀과 역할의 지정을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 L이 ‘K 소속 총무업무를 담당하시게 되며 포지션에 맞는 처우로 조정된다.’고 안내하자, 참가인은 ‘지금 너무 충격이 커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 그간 회사의 성장을 위해 기여한 저에게 이렇게 대우하는 것은 너무 부당하고 큰 상처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잘 고려하시어 팀과 업무 배정을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 그럼에도 L이 월요일에는 K로 출근하라고 하자, 참가인이 ‘부당한 처사를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월요일 뵐 때는 좀 더 공정한 기준에서 저에 대한 복직절차가 진행될 수 있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될 뿐이고, 원고가 참가인과 사이에 성실한 협의나 면담, 의견 제출 등의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참가인이 복직일에 원고에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총무업무를 수행한 것은 사용자의 인사명령에 따른 것일 뿐이지, 원고와 참가인이 이 사건 인사명령 전후로 그에 관한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재원(재판장) 류지선 황혜련

[별지]

각주1) 주식회사 A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플랫폼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여 주식회사 B을 설립하였고, 주식회사 B이 소송절차를 수계하였으며, 이후 주식회사 C가 주식회사 B을 흡수합병하여 다시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는바, 이하에서는 각 회사를 구분하지 않고 편의상 원고라고만 한다.

각주2)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서울고등법원 2025나207222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