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5. 30. 선고 2024구합63731 판결

부당전보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4. 3. 19.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전보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1972. 9. 9. 설립되어 산하에 D대학교, E대학교, F전문대학, G고등학교 등을 설치·운영하며 전문교육 및 고등교육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법인이다. 참가인은 1952. 6. 16. 국립대학으로 설립된 E대학교를 1979. 1. 10. 인수하여 고양시, 경북 울진군, 서귀포시에 비행훈련원을 두고 항공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나.

원고는 1999. 4. 1. 참가인 산하 H의 정비사로 임용되었고, 2014. 10. 20.부터는 서귀포시에 있는 I에서 근무하였다.

다.

참가인은 2023. 9. 1. 원고를 경북 울진군에 있는 J으로 전보하는 명령(이하 ‘이 사건 전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12. 15.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K)을 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4. 3. 19.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C)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6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전보는 단체협약 및 직원인사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전보 절차 및 시기를 위반하여 부당하다.

2)

이 사건 전보는 원고의 미지급수당 등 청구에 대한 보복 조치로서, 원고를 J으로 전보할 업무상 필요성이 없고, 전보로 인하여 원고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나며, 신의칙상 전보에 요구되는 협의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전보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부당전보에 해당한다.

나.

절차 위반 여부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갑 제11, 12호증, 을 제10호증의 1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전보가 단체협약 및 직원인사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전보 절차 및 시기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참가인과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 제22조는 ‘직원의 전보는 근무여건에 큰 불이익이 없는 범위 내에서 행함을 원칙으로 하되, 업무 및 본인의 적성과 근무성적을 참작하여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참가인의 직원인사규정 제12조는 ‘직원의 전보는 업무 및 본인의 적성과 근무성적 평정을 참작하여 행한다’(제1항), ‘전보는 동일 직계의 범위 내에서 행함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전보될 직무에 필요한 자격과 능력이 없는 자에 한하여 예외로 할 수 있다’(제2항), 제14조는 ‘직원의 전보는 매학기가 시작되는 1월 전에 실시한다. 다만,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예외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2)

원고는 이 사건 전보 당시 L 소속으로 M 기종 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정비사였고, 전보된 J에서도 같은 기종의 정비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3)

참가인은 매년 2월 말경에 3. 1.자로 상반기 인사를, 8월 말경에 9. 1.자로 하반기 인사를 해왔고, 이는 직원인사규정 제14조 본문 또는 단서에 따른 것이다.

다.

전보의 정당성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 다만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 등을 할 수 없는데(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해당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처분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업무상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직처분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전직처분 등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고,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이유의 유무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처분 등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53744 판결).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5, 7, 9, 10, 14 내지 17, 19 내지 2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5 내지 9,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보는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이 중대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없어 부당하다. 이와 결론을 달리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업무상 필요성

이 사건 전보에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원고는 2023. 8. 3. 참가인에게 미지급 수당의 정산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참가인은 2023. 8. 7. 위 내용증명을 수령하고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다가, 2023. 8. 22. 원고를 제주에서 경북 울진으로 전보하였다.

(2)

참가인은 J의 정규직 정비사 4명(N, O, P, Q, 이하 ‘이 사건 정규직 정비사들’이라 한다)이 모두 2024년경 I으로 복귀할 예정이어서, 울진에서 정비팀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장기 근무가 가능한 정규직 정비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전보 당시 J에 정규직 정비사 팀장이 필요하였다는 참가인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① J은 2021. 4. 1. 이 사건 정규직 정비사들이 제주에서 울진으로 전보되기 전까지 계약직 정비사 13명만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계약직 정비사 가운데 한 명이 정비팀장 직위를 맡고 있었다. ② 이 사건 정규직 정비사들이 울진으로 전보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입조종사 양성교육 수요 감소로 인한 참가인의 경영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시행된 조치이고, J에 정규직 정비사 팀장 수요가 있었다거나 팀장 역할을 수행하게 하기 위해 전보된 것이 아니다. ③ 이 사건 정규직 정비사들이 2021. 4. 1. 울진으로 전보된 후에도 J에서는 기존 팀장인 계약직 정비사 R이 계속 정비팀장을 맡고 있다가, 9개월이 지난 2022. 1. 1.에서야 이 사건 정규직 정비사들 중 N이 팀장 보직을 맡았다. ④ 설령 J에 정규직 정비사 팀장이 필요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전보 당시에 팀장 인력 수요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전보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I의 신입조종사 양성교육 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정규직 정비사들이 제주로 복귀할 구체적인 계획이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이 사건 정규직 정비사들 중 O과 P 2명이 2024. 3. 21. 울진에서 제주로 전보되었을 뿐, N(팀장)과 Q(부팀장)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J에 계속 근무하고 있고, 원고는 울진에 전보된 후 약 1년 6개월 동안 팀장 보직을 맡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팀장으로서 현지 업무 적응 및 업무 숙달을 위해 인력의 조기 확보가 필요하여 이 사건 전보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3)

피고는 J이 2023. 8. 15. 참가인에 ‘J 핵심 정비인력 확보를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이하 ‘이 사건 공문’이라 한다)을 보냈고, 참가인이 이에 응하여 원고를 전보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전보가 있을 무렵, J은 계약이 해지된 계약직 정비사 S의 후임으로 계약직 정비사 T을 이미 채용한 상태였던 점, ② J장 U는 ‘이 사건 공문을 보낼 무렵 참가인 소속 V 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V이 U에게 “원고가 I에 있으면 다른 사람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분리를 시켜야 한다”고 말하였고, 이에 대해 U는 J에서 신규 정비사 T을 채용한 상태라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울진 전보를 여러 차례 반대하였으나, V은 “T을 제주로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하면서 U의 반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문이 J의 실제 필요에 따라 발송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4)

피고는 원고가 J에서 사용되는 훈련기 기종인 M에 대한 전문적인 정비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J은 M 기종을 정비할 수 있는 계약직 정비사를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채용하여 충원해 온 것으로 보이고, 계약직 정비사의 채용만으로 인력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② 이 사건 정규직 정비사들은 W 기종 정비를 담당하고 있어, 이 사건 전보가 이 사건 정규직 정비사들의 제주 복귀에 따른 정비업무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나)

생활상 불이익

이 사건 전보로 인하여 원고가 받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은 중대하고, 이를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과 비교하여 보면, 그 생활상 불이익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난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원고는 1999. 4. 1. 참가인에 입사하여 고양시 L에서 근무하다가, L 정비팀이 제주로 이전함에 따라 2014. 10. 20.부터 이 사건 전보 시까지 약 9년 동안 서귀포시에서 근무하였다. 이 사건 전보 당시 원고의 부모는 제주에서, 아내와 자식은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원고는 이 사건 전보로 인하여 주거나 교통, 가족생활 등에서 상당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전보 무렵, 원고의 부친은 당뇨병, 만성 신부전, 뇌졸중 등 중병을 앓고 있었다. 원고의 부친은 이 사건 전보 후 2025. 4. 1.경 제주에서 사망하였고, 원고는 부친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3)

원고는 원근무지 복귀조건으로 또는 순환근무 차원에서 전보된 것이 아니라, J에서 장기 근무할 예정으로 전보된 것이어서,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이 단기간에 해소되리라 보기도 어렵다.

다)

협의 절차

참가인은 원고와 사전 협의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이 사건 전보를 하였다. 이는 이 사건 정규직 정비사들이 2021. 4. 1. 제주에서 울진으로 전보될 당시 노동조합과 수개월에 걸쳐 여러 차례 협의절차를 거치고 보상조치를 논의한 것과 비교해보더라도 현저히 불합리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준영(재판장) 유경민 김성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