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3. 28. 선고 2024구합64970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A은 1996. 12. 23. 원고 공사에 입사하여 충북 청주시 C에 위치한 원고의 D센터(이하 ‘이 사건 D센터’라 한다)에서 콘크리트 재료 품질시험업무에 종사하였다.

나.

원고는 2023. 9. 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로 A에 대한 2023. 9. 22. 자 파면을 의결하였고, 2023. 9. 20. A에게 이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파면’이라 한다).

다.

A은 이 사건 파면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2023. 10. 20.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12. 19. ‘제1 징계사유가 일부 인정되고, 제2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시효가 도과한 것으로 보이며, 징계양정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A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E).

라.

원고는 2024. 1. 24.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4. 3. 18. 초심 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B,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내지 8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제1 징계사유의 존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D센터에 있는 A의 PC로 원고의 내부 전산망인 F 시스템에 접근하려면 PC부팅암호, 윈도우 암호, 사원번호, F 암호를 입력하는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하므로 A이 이러한 암호와 사원번호를 제3자에게 유출하지 않는 한 제3자가 A의 PC로 원고의 비공개 문서를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제3자가 A의 사원번호로 이 사건 문서를 열람하였다는 사실 자체로 A이 문서 유출을 방치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문서는 모두 주식회사 G(이하 ‘G’이라 한다)의 탄성분기기 품질시험에 관한 문서인데, A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이 사건 D센터에 빈번하게 출입하였던 H, I이 G의 경쟁회사인 주식회사 J(이하 ‘J’라 한다)의 직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문서 전체가 H을 통하여 J에 유출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2)

판단

가)

앞서 든 증거와 갑 제5, 10, 13 내지 18호증, 을 제6, 7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A이 이 사건 문서의 일부를 직접 인쇄하여 J의 직원에게 전달하거나 A의 묵인 및 방조 하에 J의 직원이 이 사건 문서 중 상당수를 입수하였다고 인정된다.

(1)

원고는 A과 J의 유착관계 및 비공개 문서 유출 의혹에 관하여 2023. 3.경 원고 감사실을 통한 감사에 착수하였고, J와 경쟁 관계에 있는 G이 탄성분기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하여 받고 있는 품질시험 관련 문서 중 A이 F 시스템에 로그인하여 열람, 인쇄한 문서 225건을 특정하였다.

(2)

이 사건 문서는 원고의 내부 전산망인 F 시스템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문서로, 이 사건 문서를 열람, 출력하려면 접근 권한이 있는 사원번호를 이용하여 F 시스템에 로그인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문서는 모두 A의 사원번호로 열람 및 출력한 것이고, A의 사원번호를 이용한 F 시스템 로그인은 이 사건 D센터에 있는 A의 개인 PCIP주소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3)

A은 2023. 5. 9. 원고의 감사실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문서의 열람 및 인쇄 경위에 대하여 질문을 받자 처음에는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조사자가 I, H과의 관계에 관하여 질문하자 ‘I과 H이 사무실에 무단침입하여 출력한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을 변경하였다. A은 이후 2023. 6. 2. 원고의 감사실 2회 조사에서는 ‘J의 직원으로부터 G의 탄성분기기 성능검증 관련 문서의 열람 및 출력을 부탁받은 적이 있고 그 회수는 2~3번 정도’라고 진술하였다가, 조사자가 H과의 유착관계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질문하자 ‘이 사건 문서의 유출 내역 중 자신이 연관된 것은 전혀 없고, 지금 생각해보니 H 등이 가방을 가지고 와서 가지고 간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을 변경하였고, 이후 ‘열람 및 출력 행위를 제가 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지만 그 사람들이 그러한 행위를 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PC에 암호를 부착해둔 것이 그 사람들에게 열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하여 다시 진술을 변경하였다. 이 사건 문서의 유출과 관련한 A의 진술은 일관성이 부족하고, 조사자의 질문에 맞추어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답변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아 신빙하기 어렵다.

(4)

A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J가 G의 탄성분기기 성능 검증 관련 자료를 부당하게 입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조사를 받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위원이 이 사건 문서 목록을 제시하며 설명을 요구하자 ‘보여주신 내역의 대다수는 J의 I과 H이 출력한 내역이다. I과 H은 열흘에 한번 꼴로 제 사무실을 찾아올 정도로 횟수가 빈번했다. 일부는 H의 부탁으로 제가 출력하여 H이 사무실에 방문할 때 전달한 내역도 있다. I은 2018년 초부터 제 사무실에 와서 2019년 초까지 G과 관련된 자료를 출력해 갔다. H은 제가 연락처를 삭제한 이후에는 더 이상 출력하지 않고 휴대폰 카메라로 모니터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갔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I과 H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으면서 G의 탄성분기기 성능 검증 관련 자료의 입수 경위에 관하여 A을 통하여 입수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에 출석한 J의 대리인은 G의 탄성분기기 성능검증 과정의 적정성에 대하여만 다투었을 뿐 이 사건 문서의 입수 사실은 인정하였다. 즉, A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서 이 사건 문서의 대부분을 I과 H이 출력하였다고 인정하였고, J측에서도 이에 부합하게 진술하였다.

(5)

이 사건 D센터에 있는 A의 개인 PC에는 PC부팅에 필요한 아이디와 암호, F 시스템의 암호가 부착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A의 개인 PC가 있는 이 사건 D센터 2층에 출입하려면 현관과 2층 사무실의 출입통제용 도어락을 통과하여야 하는 점, F 시스템의 로그인은 8자리의 숫자로 구성된 고유의 사원번호와 암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A의 개인 PC에는 사원번호가 적혀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A이 아닌 제3자가 A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이 사건 문서에 접근하였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6)

원고의 품질관리처에는 소속된 직원 중 이 사건 D센터에 상주하여 근무하는 직원은 A이 유일하고, 나머지 직원은 대전에 위치한 원고의 본사에서 근무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만 이 사건 D센터를 방문하였다. 원고 감사실의 조사결과 A의 PC에서 이 사건 문서에 대한 열람, 인쇄 행위가 있었던 2018. 4.경부터 2020. 10.경까지 본사에 근무하는 품질관리처의 직원이 K센터를 방문한 것은 3회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A이 아닌 품질관리처 직원이 A의 PC를 이용하여 이 사건 문서를 열람 및 인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다만 아래 나)항에서 보듯이 일부 문서는 A이 아닌 직원이 열람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7)

A은 이 사건 D센터에서 콘크리트 재료의 품질 시험 관련 업무를 하였고, 이 사건 문서는 탄성분기기 품질시험에 관한 문서인바, A이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이 사건 문서를 열람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A 스스로도 원고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은 이 사건 문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8)

A은 이 사건 문서 유출의 범위, 행위의 태양, 가담 정도 등에 있어 진술이 일관되지 않기는 하였으나 ‘J의 직원인 I, H이 이 사건 D센터를 자주 방문하였고, 일부 문서를 출력하거나 화면 열람 후 사진 촬영하여 갔다’는 사실은 비교적 일관되게 인정하였다.

나)

그러나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징계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는데(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이 사건 문서가 A의 PC에서 열람 및 인쇄된 사실은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되나, 이 사건 문서 전체가 I과 H을 통하여 J로 유출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명확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 점, ② A이 원고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범위를 특정하지 않고 유출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진술을 하기도 하였으나, A의 진술은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없어 혐의사실을 자백하는 부분만 신빙성을 인정하기도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문서 중 2018. 9. 11. 열람된 3건의 문서, 2019. 5. 14. 및 2019. 5. 23. 열람된 1건의 문서는 각 원고 품질관리처의 L, M가 기안하였는데, L과 M가 해당일자에 이 사건 D센터에 방문한 사실이 있는 점에 비추어 문서를 기안한 당사자인 L과 M가 이 사건 D센터 방문 중 작업을 위하여 위 문서를 열람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④ 원고가 초심 심문회의에서 이 사건 문서가 모두 J로 유출되었는지 확인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이 이 사건 문서 225건 전체를 J에 유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제1 징계사유는 앞서 가)항에서 인정한 범위 내에서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된다.

나.

제2 징계사유의 존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가)

A은 원고 감사실 조사 과정에서 ‘H에게 아들의 취업을 부탁했다’고 명시적으로 진술하였고, H도 그에 부합하게 진술하였다.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A이 업무상 관련자인 H에게 아들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A은 제2 징계사유의 시기에 관하여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2020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 정도’라고 하였고, 원고의 감사실에서는 그로부터 3년이 도과하기 전인 2023. 3. 23. 자체감사를 개시하면서 품질관리처장에게 조사개시를 통보한 후 2023. 8. 8. 조사결과를 통보하였으므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감사법’이라 한다) 제24조 제3항에 따라 제2 징계사유의 시효는 품질관리처장이 조사종료 통보를 받은 2023. 8. 8.부터 1개월이 경과한 날에 만료한다. 원고는 위 1개월이 경과하기 전인 2023. 8. 25. A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를 하였으므로 제2 징계사유는 시효가 도과하지 않았다.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이 H에게 아들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청탁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2 징계사유의 시효가 도과하기 전에 A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졌다고도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2 징계사유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이 H에게 아들의 취업 청탁을 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

(1)

‘청탁’은 사전적으로 ‘청하여 남에게 부탁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제2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참가인이 H에게 아들의 이력서를 주면서 J에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물어본 사실, 이에 대하여 H이 ‘취업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한 사실, 참가인의 아들이 J에 취업 지원을 하지 않았고 실제로 취업도 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2)

A은 제2 징계사유에 관하여 2023. 6. 2. 조사에서 ‘아들의 취업을 부탁한 적이 있다. 이력서를 주면서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아들의 학력을 이유로 거절당하였다’고 하여 취업 청탁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반면, H은 ‘A이 아들이 취업을 해야 되는데 직원을 뽑지 않느냐고 해서 직원은 상시 뽑으니 자격요건이 맞으면 지원을 해보라고 하였고, 요건이 안 맞아서 불합격되었다’고 진술하여 진술내용의 주요 부분이 일치하지 않는데, 원고는 제2 징계사유와 관련한 추가조사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는바, A의 2023. 6. 2. 조사시 진술만을 근거로 A이 H에게 아들의 취업 청탁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제2 징계행위의 발생 시기로 추정되는 2020년 여름에서 가을 무렵에는 A이 이 사건 문서 유출 행위에 관여하고 있었으므로, 실제로 청탁 행위가 있었다면 H이 A의 부탁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의 아들이 J에 취업한 사실은 없고, J에 취업 지원을 하였는지도 불분명한바, A이 H에게 청탁의 의미가 아닌 단순한 취업 관련 문의만 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

A은 제2 징계사유에 관하여 원고의 감사실 조사 과정에서는 시기를 특정하여 진술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H도 제2 징계사유에 관한 원고의 질문에 대하여 시기에 관하여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심문회의에서 A이 ‘H에게 아들의 취업이 가능한지 물어본 시점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고 2020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 정도였던 것 같다’고 진술한 것 외에 제2 징계사유의 행위 시기를 특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는 H을 통한 이 사건 문서의 유출이 계속되고 있었으므로, 위 기간 중 특별히 청탁 행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일자가 특정되지 않는다. 청탁 행위가 2020년 여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원고의 A에 대한 2023. 8. 25. 자 징계 의결 요구는 원고 인사규정 제45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3년의 징계시효가 도과한 후에 이루어진 것이 되므로, A이 H에게 아들의 취업 청탁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제2 징계사유의 징계시효가 도과하기 전에 A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공공감사법은 징계 시효의 정지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내에 자체감사 대상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

공공감사법의 ‘자체감사’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감사기구 장이 그 소속되어 있는 기관 및 그 기관에 속한 자의 업무와 활동 등을 조사․점검하고 그 결과를 처리하는 것’을 말하는데(공공감사법 제2조 제1호), 갑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감사가 원고의 품질관리처장에게 A에 대한 조사 개시 및 조사 결과를 통보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의 감사실과 품질관리처가 원고와 별개의 기관, 단체라고 볼 근거가 없다. 또한 공공감사법 제24조 제2, 3항의 해석상 조사 개시의 통보로 징계시효가 정지되는 것은 자체감사 대상기관의 장이 조사 개시의 통보를 받음으로써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여야 할 것인데, 원고 인사규정 제41조에 의하면 원고 소속 직원에 대한 징계권자는 원고의 이사장이고, 원고의 품질관리처장이 원고와 독립하여 소속 직원에 대한 징계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 공공감사법 제24조의 적용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징계양정에 관한 판단

1)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 다만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근로자에 대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는 해당 기업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사용자가 징계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주된 징계사유, 전체 징계사유 중 인정된 징계사유의 내용과 비중,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 해당 징계처분의 종류, 해당 기업이 정하고 있는 징계처분 결정 절차, 해당 기업의 규모·사업 성격 및 징계에 관한 기준과 관행 등에 비추어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동일한 징계처분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 해당 징계처분을 유지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31조에 의하여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을 다투는 소송에서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가 부담하므로, 인정되는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에 대한 증명책임도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57318 판결 등 참조).

2)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는 제1 징계사유의 일부만을 이유로 A에 대하여 이 사건 파면 처분을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가)

앞서 본 것과 같이 제1 징계사유 중 일부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나, 나머지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나)

원고는 A으로부터 은행 거래 내역을 제출받아 J와의 유착에 따른 대가 수수 여부까지 조사하였으나, A이 제1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금품 등의 대가를 수취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

원고는 제1 징계사유와 제2 징계사유를 모두 포함한 A의 비위 사실이 원고 인사규정 시행세칙 [별표6] 징계양정기준(이하 ‘이 사건 징계양정기준’이라 한다)의 비위유형 가운데 ‘1. 나. 부정청탁’, ‘5. 비밀업무의무 위반’ 중 ‘비위의 정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A에 대한 징계양정을 파면으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앞서 본 것과 같이 제2 징계사유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고, 제1 징계사유는 그 일부가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될 뿐인데, 인정되는 일부 제1 징계사유만을 기준으로 징계양정을 할 경우 그보다 정도가 낮은 ‘비위의 도가 중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이 사건 징계양정기준상 ‘해임~강등’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파면 처분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라)

원고 인사규정 시행세칙 [별표6의2] 금품․향응수수 관련 징계양정기준에 의하면 가장 비위의 정도가 높은 100만 원 이상의 공금 횡령의 경우에도 ‘강등~파면’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비밀업무의무 위반에 관하여는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면 파면만을 규정한 이 사건 징계양정기준은 과다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인정되지 않는 징계사유를 제외한 A의 비위 정도가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파면 처분의 양정이 적절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마)

원고는 2020. 11. 23. 제1 징계사유 중간에 있었던 2019. 7.경의 문서 유출행위를 이유로 A에 대하여 견책의 징계처분을 하였는데, 그로부터 약 3년이 경과하여 다시 조사를 진행한 후 이 사건 파면 처분을 한 점, A은 1996년 원고에 입사한 후 별다른 문제 없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2004년에는 이사장표창을 받는 등 비교적 성실하게 근로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82조 제1호에 따라 이사장 표창 실적은 징계양정의 감경 사유가 되고 다만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 징계처분 전의 공적은 감경대상에 제외되는데, 2020년의 견책 처분이 없었거나 그 당시 제1 징계사유 전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면 A의 이사장표창 수상 실적이 감경 사유로 고려되었을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제1 징계사유의 일부만을 이유로 가장 무거운 징계처분인 파면 처분을 하는 것은 A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위법이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별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