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5. 27. 선고 2024구합77266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1. 2.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96. 12. 16.부터 2022. 6. 11.까지 약 25년 6개월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근무한 근로자로, 최종 직위는 D팀 팀장 3급이었다.

나.

망인은 2022. 6. 10. 07:08경 가족들과 아침식사를 한 후 출근을 위하여 양치질을 하던 중 갑자기 아내인 원고를 부르며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쓰러졌고, 07:33경 창원경상국립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정맥-동맥 체외막산소공급장치(VA-ECMO)를 삽입하여 적용하고 관상동맥조영술 및 중격절개술 등을 받았으나, 그다음 날인 2022. 6. 11. 17:10경 중환자실에서 사망하였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으로 '범발성 응고장애'가, 범발성 응고장애의 원인으로 '장괴사'가, 장괴사의 원인으로 '중증 심부전으로 인한 심정지'가 기재되어 있다.

다.

망인의 아내인 원고는 망인이 업무상의 사유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2023. 10.10.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3. 12. 22.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24. 1. 2. 원고에게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4. 6. 3.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8,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두38567 판결 참조).

나.

앞서 든 증거, 갑 제5 내지 7, 10 내지 12, 16, 17, 19 내지 22, 25 내지 29, 3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망인의 기존 질병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①

망인은 평소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았고, 늦은 저녁 회식을 마치고 난 다음 날인 2019. 1. 29.(화) 새벽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기는 하였으나, 약물 치료와 저염 식단 등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로 2021. 11. 12. 건강검진에서 정상B 판정을 받은 바 있다.

②

망인은 2022. 1. 1. F팀 팀장에서 D팀 팀장으로 전보됨에 따라 글로벌 혁신특구및 규제자유특구의 신규 과제를 발굴하고 지역산업성장 프로젝트를 기획 · 운영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등 업무 부담이 증가하였고, 같은 해 2월에는 지역본부 및 지부담당 직원들에게 업무 관련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블라인드 익명게시판에서 비방의 대상이 되었으며, 같은 해 5월에는 글로벌 혁신특구 사업이 국정과제로 확정됨에 따라 업무량이 한층 증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로그기록 등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망인의 업무시간이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44시간 44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42시간 28분)이기는 하나, 망인은 급박한 보고서 준비 등으로 퇴근 이후 및 휴일에도 카카오톡 등을 활용하여 근무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보험가입자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역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면서 '2022. 5. 31.에 개최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주재TF 회의 준비 및 같은 해 6. 3. 이루어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보고 준비를 위하여 5월부터 업무 부담이 상당하였고, 같은 해 6. 7. 글로벌 혁신특구 사업 TF 겸임 발령으로 업무 부담이 더욱 증가하였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③

이 법원의 감정의는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 보통 평균인에 비하여 급성 심장사에 이를 위험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본 업무상의 부담에다가 망인이 2022. 6. 3. 기대하였던 승진에서 누락되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창원에 거주하면서 진주까지 출퇴근하였고 그 시간이 왕복 2시간에 달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2022. 5. 26. 19:00경 카카오톡으로 저녁을 먹었는지 묻는 원고에게 아직 먹지 못하였다면서 일이 너무 많아 '미치겠다'고답하기도 한 점, 망인은 쓰러지기 전날인 2022. 6. 9.에도 저녁 회식을 마치고 10시 30분경에야 귀가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망인이 경험하였던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순주(재판장) 김영완 최준환

각주1) 소장의 청구취지에는 처분일이 2024. 6. 3.로 기재되어 있으나, 갑 제1호증(심사결정서), 을 제1호증(처분서)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처분일이 2024. 1. 2.이고, 원고의 심사청구에 대한 기각 결정일이 2024. 6. 3.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직권으로 주문과 같이 처분일을 정정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