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3. 26. 선고 2024구합78405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3. 11. 9.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88. 11. 25.부터 2022. 9. 5.까지 주식회사 D(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의 생산부서 도금라인 소속으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22년 8월 말경 복부통증으로 약 처방을 받았으나 호전이 없자, 2022. 9. 5. E병원에 내원하여 정밀검사 시행한 결과 '암종증(암이 퍼진 상태), 원인 미상 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망인은 2022. 9. 28. 신촌 F병원에서 '원발부위 미상암', '림프절전이', '뼈로 전이'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받았으나, 2023. 3. 9. 19:10경 '원발미상암'(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직접사인으로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3. 11. 9. '망인이 장기간 도금생산직으로 동, 니켈, 크롬, 주석 도금 작업을 수행한 사실은 인정되나 폐암의 가능성보다 원인미상의 암으로 보이는 상태로, 작업의 노출력과 인과성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2024. 5. 8.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고, 위 재결서는 2024. 5. 28.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8, 9, 15, 17, 1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소외 회사에서 생산부서 도금라인에서 근무하면서 니켈, 크롬 등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었다. 망인의 사인은 '원발미상암'이나 폐를 유력한 원발 부위로 지목하고 있는 의학적 소견에 비춰볼 때 이 사건 상병의 원발부위는 '폐 부위'라고 추단함이 합리적이고, 이는 위와 같은 유해물질 노출로 인해 발병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설령 원발 부위가 특정되지 않는 '원인 미상 암'으로 보더라도 장기간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이 희귀한 형태의 암으로 발현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바,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 사실

1)

망인의 근무내용과 근무형태 및 근무환경

가)

소외 회사는 주석도금강판을 생산하는 회사로, 주석도금강판과 동도금, 니켈 도금, 크롬도금강판 등 총 6가지 도금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망인은 1988. 11. 25.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2013. 6. 30.까지 소외 회사 생산1팀에 소속되어 1호라인(동도금, 니켈 도금), 2호라인(크롬도금, 주석도금), 3호라인(주석도금)에서 모두 작업하였고, 2013. 7.1.부터 2022. 9. 5.까지는 생산1팀의 2호라인(크롬도금, 주석도금)에서 작업을 하였다.

나)

망인은 2013년경까지는 3조 3교대로 오전반 07:00~15:00, 오후반 15:00~23:00, 야간반 23:00~07:00 중 하나에 속하여 하루 8시간(연속생산설비이므로 중간에 설비가동을 중단시킬 수 없어 근무시간 중 30분식 교대로 식사), 주 6일, 1주 평균 약 50시간을 근무하였고, 2013년경부터 2022. 9. 5.까지는 4조 3교대로, 주 5일, 1주 평균 40시간을 근무하였다.

다)

소외 회사는 2000년 초경 반자동화설비로 전환하면서 생산라인 공정별로 별도 밀폐된 운전실을 마련하였으나, 운전실은 샌드위치 판넬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미닫이문이 있는 구조이다. 망인은 2012년 4월경부터 작업반장으로 근무하면서 위 운전실에서 관리감독 업무를 하였다.

2)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작업환경측정결과

가)

망인이 업무를 수행하였던 소외 회사의 도금공정 사업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의 작업환경 측정결과 2014년도 상반기에는 유해인자 '구리(흄) 0.0011mg/㎥, 크롬과 그 무기화학물 0.00003mg/㎥, 불화수소 0.0108ppm, 수산화나트륨 0.2235mg/㎥, 시안화나트륨 0.305mg/㎥, 황산(ph2.0이하) 0.006mg/㎥, 혼합유기화학물(EM) 0.14271'이 측정되었고, 2014년도 하반기에는 유해인자 '주석(금속) 0.0196mg/㎥, 수산화나트륨 0.0699mg/㎥, 염화수소 0.0004ppm'이 검출되었다.

나)

또한 2015년도 상반기에는 유해인자 '메틸알코올 0.3062ppm, 포름알데히드 0.3851ppm, 구리(분진 및 미스트) 0.0007mg/㎥, 알루미늄 및 그 화합물(흄) 0.00031mg/㎥, 크롬과 그 화합물(수용성 6가크롬 화합물) 0.000065mg/㎥, 불화수소 0.00002ppm, 황산(ph2.0이하) 0.00396mg/㎥, 혼합유기화합물(EM) 0.21215'가 검출되었고, 2015년 하반기에는 유해인자 '구리(흄) 0.0004mg/㎥, 니켈(원소) 0.0001mg/㎥, 산화마그네슘 0.009mg/㎥, 알루미늄 및 그 화합물(가용성염) 0.0002mg/㎥, 이산화티타늄 0.00002mg/㎥, 산화철분진과 흄 0.0083mg/㎥, 크롬과 그 무기화합물(금속과 크롬3가화합물) 0.0009mg/㎥, 크롬과 그 화합물(수용성 6가크롬 화합물) 0.00004mg/㎥, 수산화나트륨 0.1008mg/㎥, 용접흄 0.161mg/㎥, 혼합유기화합물(EM) 0.43953'이 검출되었다.

다)

한편, 2016년도 상반기에도 유해인자 '구리(흄) 0.0003mg/㎥, 구리(분진 및 미스트) 0.0003mg/㎥, 니켈(원소) 0.0024mg/㎥, 니켈(가용성무기화합물) 0.002mg/㎥, 산화마그네슘 0.0027mg/㎥, 주석(금속) 0.0393mg/㎥, 산화철분진과 흄 0.0109mg/㎥, 크롬과 그 무기화합물(금속과 크롬3가화합물) 0.0014mg/㎥, 크롬과 그 화합물(수용성 6가크롬 화합물) 0.0001mg/㎥, 크롬과 그 무기화합물(불용성6가크롬 화합물) 0.00002mg/㎥, 수산화나트륨 1.6097mg/㎥, 염화수소 0.1832ppm, 황산(ph2.0이하) 0.028mg/㎥, 용접흄 0.679mg/㎥'이 검출되었고, 2016년 하반기에도 유해인자 '구리(분진 및 미스트) 0.004mg/㎥, 니켈(가용성무기화합물) 0.0014mg/㎥, 니켈(불용성무기화합물) 0.0002mg/㎡, 망간 및 그 무기화합물 0.0051mg/㎥, 산화마그네슘 0.0038mg/㎥, 알루미늄 및 그 화합물(흄) 0.0244mg/㎥, 주석(금속) 0.0719mg/㎥, 산화철분진과 흄 0.0115mg/㎥, 크롬과 그 무기화합물(금속과 크롬3가 화합물) 0.002mg/㎥, 크롬과 그 화합물(수용성 6가크롬 화합물) 0.0001mg/㎥, 크롬과 그 무기화합물(불용성6가크롬 화합물) 0.0001mg/㎥, 수산화나트륨 0.9776mg/㎥, 시안화나트륨 0.15372mg/㎥, 염화수소 0.0002ppm, 황산(ph2.0이하) 0.0008mg/㎥, 용접흄 0.811mg/㎥'이 검출되었다.

3)

망인의 건강검진 결과와 건강보험요양급여내역 등

가)

망인은 2013. 6. 12. 검진결과에서 간장질환 의심 소견이 있었고, 2014년부터 2017년 검진결과 이상지질혈증 의심 소견이 있었으나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의심질환 및 유질환 특이소견 없었고, 2021. 4. 20. 고혈압 의심소견, 2022. 5. 20. 고혈압 소견이 있었다.

나)

망인은 2013. 3. 25.경 재발성으로 명시되지 않은 상세 불명의 급성편도염,2013. 9. 25. 상세 불명의 복통, 2014. 7. 25. ~ 2014. 7. 26. 상세 불명의 비감염성 위 장염 및 결장염으로 치료를 받았고, 이후 약 7년간 복통 관련 치료를 받은 내역이 확인되지 않다가 2022. 8. 29.경부터 상세불명의 위염 등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될 뿐,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진단 및 치료를 받지 않았고, '암'과 관련된 가족력도 없다.

다)

망인은 적어도 2013년경부터는 흡연을 하지 않았고, 주 3회 소주 1병, 맥주2병 가량 음주를 하였다. 망인은 주 5회 숨이 차게 만드는 고강도 신체활동을 하루 2시간씩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7, 12, 13, 14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관련 법리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현장에 존재하는 유해요소의 성격이나 그 정도, 근무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그 질병이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나)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이른바 '직업병'에 대하여는 경험적·이론적 연구결과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는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이 어느 정도 규명되어 있기는 하나, 그중에서도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가 적거나, 기술의 발달 및 사업구조의 변화로 기존의 작업환경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한 표본 자체가 부족할 수 있고, 연구의 필요성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유해성이 인정되지 않던 요소의 위험성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의 특성상 근로자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칠 수 있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이러한 위험을 대비하는 기능을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여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이고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지급 여부에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

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일정 수준 이상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그 유해요소와 특정 질환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의 체질이나 기초질병 및 다른 유해요인과 결합하여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두4597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회신에 의하면, 현재 소외 회사 소속으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망인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근로자 중 원발부위 미상암이 발생한 사례는 망인 외에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 원발부위 미상암의 발생기전이나 위험요인은 아직까지 의학적 또는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이 사건 사업장에서 노출되는 유해물질 등이 이 사건 상병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에 갑 제6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회신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노출된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 및 망인의 교대제, 야간근로 등으로 인한 육체적 부담 등이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내지 악화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한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망인은 1988. 11. 25.부터 이 사건 상병의 진단 무렵까지 약 34년 동안 이 사건 사업장에서 도금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니켈 화합물, 크롬, 6가크롬화합물 등과 황산, 구리, 산화마그네슘, 수산화나트륨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 비록 그 검출량이 소량에 그치기는 하나, 위 결과는 측정 당시의 작업환경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여, 망인의 약 34년에 이르는 전체 근무기간 동안의 유해물질 노출 여부 및 그 정도를 그대로 나타낸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각 유해물질의 노출량은 측정시기와 방법에 따라 다르게 산출될 수 있고, 망인이 근무를 시작한 시기가 1980년대 후반인 점을 고려하면, 당시 산업현장의 산업보건 관리 수준이나 보호구 착용 관리가 현재와 동일한 수준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망인이 소외 회사에 근무한 기간 동안 보호구가 충분히 제공되었는지, 실제로 적절하게 착용·관리되었는지 여부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이 장기간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 정도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여서는 안 된다. 나) 망인이 2012년 4월경부터 작업반장(관리감독자)으로 근무하며 유해물질을 직접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유해물질이 상존하는 환경에서 근무한 이상 유해물질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 망인은 샌드위치판넬로 지어진 3~10평 규모의 운전실에서 관리감독을 하였는데, 위 운전실은 미닫이문이 설치된 구조로(일부 운전실은 창문도 존재하였다) 금속 미스트나 화학증기 등이 완전히 차폐되었는지 의문이다. 나아가 망인은 작업반장으로 근무하기 이전까지 이미 약 24년간은 직접 도금공정 업무를 수행하였다.

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 유출된 니켈 화합물, 크롬, 6가 크롬화합물 등은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들이다. 이는 '인간에게 발암성이 확실한 물질'이라는 의미로, 충분한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니켈 화합물, 크롬 등이 각종 암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법원의 감정의도 '6가 크롬, 니켈 노출 후 폐암 위험을 조사하기 위해 진행된 연구에서 (중략) 용접 흄 누적 노출이 증가하고 6가 크롬 및 니켈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험 추정치가 증가하였다.', '저농도 니켈 및 크롬에 노출된 이탈리아 전기도금공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중략) 니켈 화합물 노출은 직업적 노출 한도 미만에서도 폐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다른 암 발생 부위와의 연관성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라)

산재보험법 제34조 제3항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 인정기준 제10호의 마, 바.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검출된 니켈, 6가 크롬에 노출되어 발생한 폐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망인의 주치의 F병원 종양내과 의사들은 망인의 원발장기로 '상부위장관, 췌담도계, 폐가 우선 고려된다.', '현재 원발부위 미상 암이나 원발부위가 폐 부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법원의 감정의는 이러한 주치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원발부위 미상암 환자에서 사후에 확인된 가장 흔한 원발 부위는 폐(27%)와 췌장(24%)이었고, 그 다음은 간담도계(8%), 신장 또는 부신(8%), 대장(7%), 생식기(전립선 2%, 고환 0.3%, 난소/자궁 4%, 자궁경부 0.7%) 순이었다.'라며 '폐'가 원발부위일 확률이 가장 높다는 점을 지적했고, 망인의 원발이 폐일 가능성도 10% 내외로 보인다고 하였다. 이러한 점을 규범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망인의 원발부위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폐암일 개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마)

나아가 산재보험법상 시행령 [별표 3]은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규정하면서 각 질환별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하고 있어 적어도그에 해당하는 질병에 대하여는 근로자 측의 입증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되어 있다. 또한 산재보험법 등은 중립성과 전문성을 지닌 피고로 하여금,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근로자의 소속 사업장이나 산재보험 의료기관 등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제117조, 제118조), 피고의 보험급여 부지급 결정 등에 불복하는 자가 심사청구를 하는 경우 그 심리를 위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청구인에게도 조사신청권을 부여하며(제105조 제4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나 그 밖에 업무상 질병을 판정할 수 있는 기관에 업무상 질병 여부에 대한 자문을 구하거나(산재보험법 시행규칙 제22조) 업무상 질병 여부의 결정을 위하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근로자의 질병과 작업장의 유해요인의 상관관계에 관한 직업성 질환 역학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산업안전보건법 제141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222조)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피고로 하여금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실질적으로 조사 · 수집하게 하는 것으로서 근로자 측의 입증부담을 사실상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5. 6. 25. 선고 2014헌바269 전원재판부 판결 참조).

즉,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 3]에 규정되어 있는 질병의 경우, 근로자 측이 해당 질병의 발생과 위 규정이 정하고 있는 유해물질에 일정기간 노출되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해당 질병과 업무 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그러나 위 [별표 3]에는 이 사건 상병인 '원발부위 미상암'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에 따라 원고는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일반 법리에 따라 증명하여야 하나, 상대적으로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다. 그렇다면 피고 등이 업무상 재해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수집한 자료가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럼에도 피고는 '현재 원발부위 미상의 암으로, 진단명이 특정되지 않아 전문조사의 실익이 없는 상태임'이라는 업무상질병자문위원회의 자문결과에 따라 망인의 작업환경 및 유해 화학물질 노출 정도등에 관한 업무관련성 전문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정과,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근로자 측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이 사건에 있어서까지 증명책임에 있어 열악한 지위에 있는 원고에게 그로 인한 불이익을 귀속시키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

바)

망인이 과거 약 25년간 흡연한 이력이 있던 것으로 보이나, 적어도 2013년 이전에는 금연을 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한 병력이나 유전적 소인, 가족력이 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설령 직업성 발암물질 노출과 개인적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라도 직업적 요인이 질병 발생에 일정부분 기여하였다면 업무관련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신옥영 이주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