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1. 15. 선고 2024구합91606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9. 23. 원고들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D(E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23. 5. 11.부터 주식회사 F(이하 회사명에서 '주식회사' 기재를 모두 생략한다) 소속 배관공으로 근무하면서 위 회사가 하도급받은 인천 연수구 송도 업무시설 및 상업시설 공사 현장에서 배관용접 및 배관연결 업무를 담당하였다.

나.

망인은 2023. 6. 26. 08:10경 위 공사 현장 내 신축 중인 건물 G동 15층에서 건설용 리프트를 타기 위해 기다리다가 갑자기 쓰러져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었고,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던 중 2023. 7. 21. 지주막하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들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9. 23.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6, 11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1)

망인의 근무 여건상 휴게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였던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망인의 업무시간을 산정하면 2023. 5. 11.부터 2023. 6. 25.까지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55시간을 초과한다. 또한 망인은 이른 오전에 출근을 하여 잦은 야근을 하였는데, 망인의 출·퇴근시간까지 고려하여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망인의 업무시간을 산정하면 위 기간 동안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66시간을 초과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망인의 실제 휴게시간이나 출·퇴근시간 등을 간과하여 업무시간을 과소산정하였다.

2)

또한 망인은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였고, 고층 건물에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휴게시간이 제대로 시켜지지 못하였으며, 체감 온도가 매우 높고 추락 위험이 상시 존재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근무하였으므로, 망인이 수행한 업무는 정신적 긴장의 정도가 매우 컸다. 이처럼 망인은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었다.

3)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 그 위임에 따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제2022-40호, 이하 '고시'라고 한다)은 뇌내출혈을 포함한 뇌혈관 질병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관한 판단기준을 상세히 정하고 있다. 위 고시에 의하면 발병 전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 60시간 및 발병 전 4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발병 전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또한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당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①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② 교대제 업무, ③ 휴일이 부족한 업무, ④ 유해한 작업환경(한랭, 온도변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⑤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⑥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⑦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의 경우와 같이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의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평가한다.

2)

이 사건에서 망인의 업무시간에 관하여 본다.

가)

원고는 망인의 출·퇴근시간을 반영하여 업무시간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출·퇴근을 위한 이동시간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업무시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출·퇴근시간을 업무시간에 포함하여 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나)

망인은 2023. 4. 3.부터 같은 달 8.까지는 H 소속 배관공으로, 2023. 5. 2.부터 같은 달 6.까지는 I 소속 배관공으로, 2023. 5. 11.부터 같은 해 6. 26.까지는 F 소속 배관공으로 각각 근무하였고, 피고는 위와 같은 망인의 근무 이력을 토대로 망인의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35시간 57분으로 산정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이 피고가 산정한 망인의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에는 망인이 실제로 근무를 하지 않은 기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는바, 망인이 여러 하청업체로 이직을 반복하였기 때문에 발병 전 12주간 약 8주 동안만 업무를 수행하였던 점을 감안하여 볼 때, 망인이 발병 직전에 수행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망인이 F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의 업무시간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

망인이 F에서 근무한 업무시간과 관련하여, 피고는 망인의 출근부(갑 제5호증)를 토대로 출·퇴근시간을 확인하되, 사업주의 진술 등을 토대로 망인이 점심시간 1시간(야근을 하는 경우에는 저녁시간 30분 추가) 및 1일 2회(09:00~09:30,15:30~16:00)의 휴게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아, 아래 표 '피고가 산정한 업무시간' 해당란 기재와 같이 망인의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을 40시간 10분으로, 발병 전 4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47시간 46분으로 각각 산정하였다.

그러나 갑 제12호증의 기재 및 증인 J의 증언에 의하면, 휴게시간이 위와 같이 1일 2회로 정해져 있었음에도 공사 현장의 여건상 실제로는 점심식사를 위한 1시간을 제외하면 휴게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이 망인의 동료 근로자인 J의 증언 등에 따라 확인되는 망인의 실제 휴게시간을 고려하여 업무시간을 재산정하면 아래 표 '재산정한 업무시간' 해당란 기재와 같고(원고는 망인의 1일 휴게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일괄하여 산정하는 것에 다투고 있지 않다.), 이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에 F에서 근무한 약 6주 동안 1주당 평균 52시간을 초과하거나 52시간에 근접하는 시간만큼 근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망인의 발병 전 12주 동안의 업무시간이 1주당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갑 제12호증의 기재 및 증인 J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앞서 본 것처럼 망인은 F에서 근무한 약 6주의 기간 중 4주 동안 주6일 근무를 하였으므로 휴식일이 부족하였고, 근무일 중에는 휴게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였던 점, ② 망인은 고층 건물에서 상당한 무게의 배관을 작업장 부근으로 옮겨 용접 및 연결 작업을 수행하였던 점, ③ 망인은 고층 건물에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협소한 공간에서 배관공 업무를 수행하였고, 냉방시설이나 환기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 체감온도가 매우 높고 소음도 상당히 심한 등 작업 환경이 매우 열악하였을 뿐만 아니라 추락사고의 위험이 있어 작업 내내 상당한 집중과 긴장을 요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수행한 업무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또는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업무와 이 사건 상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두38567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법원의 K병원장(직업환경의학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이 법원의 감정의는 '망인에게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때로부터 24시간 이내에 돌발 상황이 발생한 바 없고, 단기 과로나 만성 과로도 확인되지 않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소견을 밝혔으나, 이는 피고가 산정한 망인의 업무시간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소견을 그대로따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 법원의 감정의 역시 '중등도 이상의 신체활동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망인이 수행한 배관공 업무는 육체적으로 강도가 높은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혈압을 상승시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였고,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0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은 2023. 5.경 '상세불명의 원발성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았음을 알 수 있으나, 2023년 건강검진 내역에 비추어 보면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하거나 근무를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 건강상태가 양호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달리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로 망인의 기저질환이 악화된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정황이 없다. 이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생에 기여하였거나 자연적인 경과속도 이상으로 이를 악화시켜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4)

이상 살핀 바와 같이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진현섭(재판장) 이현우 백송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