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20년 동안 용접작업을 수행한 원고가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요양급여신청을 하였으나, 망간 등의 영향으로는 통상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이 발병함에도 원고에게 나타나고 있는 상태나 증상이 주로 일차성 파킨슨병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불승인된 사안에서, 일차성 파킨슨병과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의 구별이 명확히 가능한지 여부에 관하여 논란이 있고, 망간 노출로 인한 경우에도 일차성 파킨슨병의 특징이 관찰되었다는 보고가 존재하기도 하는 점, 상병의 전형적인 증상과 경과라는 것은 통계 값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상병과 망간 등의 노출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사례.
주문
피고가 2024.10.17.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19**.*.**.생, 남성)는 19**.경부터 B 주식회사 등에서 약 20년 동안 용접작업을 수행한 사람이다.
원고는 2020.경부터 오른손의 운동완서 증상과 오른다리의 힘이 빠지는 증상 등을 겪다가 2021.5.13.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2023.12.7. 피고에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상병과 원고가 수행한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4.10.17. 원고에게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주된 근거가 된 경남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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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작업 시 망간 등 중금속에 노출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의 발병이 가능하며, 검사결과상 이차성 파킨슨증후군 양상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일부 위원의 소견이다.
반면 원고가 20년 이상 용접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망간 등 중금속의 노출 수준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도파민 치료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등의 의학적 소견을 근거로 원고의 상병은 일차성 파킨슨병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고, 원고의 유전적 인자, 중증 알코올 섭취력 등 개인적인 호발 요인이 확인되며, 중금속 노출과 일차성 파킨슨병의 발병간에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볼 수 있는 점, 또한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을 시사하는 일부 소견에도 불구하고 노출이 중단되었음에도 증상 악화를 호소하는 것을 볼 때 진료기록상 확인되는 과도한 음주와 관련된 증상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소견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위원들의 소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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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6, 7, 14호증, 을 제1,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원고의 주장
원고는 약 20년 동안 제조업체의 공장 내부에서 CO2 용접 작업을 하면서 망간, 카드뮴, 크롬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었고, 업무 기간에 비추어 누적된 망간 노출량은 상당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상병은 원고가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발병 또는 악화된 것이라고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제1항의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대법원 2021.9.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8.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인자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8.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산재보험제도의 목적 및 기능과 근로자 보호라는 상반된 이해관계의 조정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 이를 반드시 희귀질환의 상당인과관계 증명에 한정되는 법리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인바, 오히려 위 판결의 취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그 발병원인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병’ 전반에 관하여 널리 적용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4.11.28.자 2024두51844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24.7.25. 선고 2023누48652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9 내지 31호증, 을 제2, 3, 4, 7, 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C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의 상병은 원고가 망간 등 유해물질에 노출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여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파킨슨증후군은 ① 중뇌 흑질 또는 흑색질의 도파민 생성 뉴런이 점차적으로 사멸하면서 나타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서 전형적인 파킨슨병인 일차성 파킨슨병(원발성, 특발성 파킨슨병)과 ② 약제나 독성 물질, 외상, 뇌혈관성 질환, 수두증, 감염 등에 의하여 파킨슨병과 비슷한 임상 양상을 보이는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으로 구별된다. 파킨슨증후군의 정확한 원인 및 발병 기전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일부 유전적 요인과 독소 노출, 두부 손상 등의 환경적 요인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34조제3항 [별표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 인정기준 제4호의 마.는 ‘망간 또는 그 화합물에 2개월 이상 노출되어 발생한 파킨슨증, 근육긴장이상(dystonia) 또는 망간정신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고, 다만 파킨슨증에 관하여 일차성 파킨슨병과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을 세부적으로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산재보험법 제34조제3항 [별표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 인정기준 제13호는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발병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질병이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1995.경부터 상병 진단 무렵까지 약 2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용접 작업을 수행하였다. 용접 작업은 그 과정에서 금속 흄 및 분진이 발생하고, 망간, 카드뮴, 크롬 등이 대표적인 물질로 알려져 있다. 원고는 용접 작업 중에서도 CO2 용접작업을 수행하였는데, CO2 용접의 경우 다른 용접 방법과 비교할 때 용접 흄 발생량이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존재하고, 이 사건 처분의 과정에서 원고의 상병에 관하여 검토한 자문의들이나 위원들은 원고가 망간 등 중금속에 높은 수준으로 노출되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다만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들은 원고가 진단받은 상병이 일차성 파킨슨병에 해당하는지,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에 해당하는지, 그로 인해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는 원고가 도파민(레보도파 약제) 치료에 대하여 반응을 보인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의 상병을 일차성 파킨슨병으로 보고, 유전적 인자, 중증 알코올 섭취력 등 개인적인 호발 요인이 확인되고, 중금속 노출과 일차성 파킨슨병의 발병 사이의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며, 노출이 중단되었음에도 증상이 악화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① 원고의 Brain PET-CT 결과 왼쪽에서 도파민 신경의 손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이러한 비대칭적인 도파민 신경의 손상은 일차성 파킨슨병을 의미할 수 있다.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나, 일차성 파킨슨병일 가능성이 높다. ② 원고의 유전체 분석 결과 PINK1 gene에서 한 개의 변이가 발견되었으나 원고와 같이 단일 이형접합성(heterozygous) 돌연변이가 발견된 경우,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 보인자 상태로 간주되어 파킨슨병을 유발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음주도 파킨슨병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③ 일부 비전형적인 특발성 파킨슨병 환자들은 초기부터 레보도파 반응이 제한적일 수 있고, 반대로 일부 이차성 파킨슨증후군 환자 또한 초기에는 일시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레보도파의 반응 유무와 정도는 참고사항일 뿐 확정적 지표가 아니다. ④ 망간으로 인한 파킨슨증후군 또한 해당 물질의 노출 중단 이후에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⑤ 원고의 상병이 일차성 파킨슨병으로 진단된다 하더라도 약 20년간의 용접 작업이 상병의 발병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고, 장기간의 망간 노출이 파킨슨증후군의 발병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였거나, 상병의 진행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위 감정의의 소견은 판단의 근거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고,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어 그 소견을 신뢰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소견에 따르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원고에게 파킨슨병 내지 파킨슨증후군을 유발할 만한 유전적 인자가 있다고 볼 수 없고(이와 관련하여 원고의 주치의 역시 동일한 소견을 제시하였다), 망간 노출 중단 후 증상의 악화, 도파민 치료에 대한 반응, 알코올 섭취력 역시 원고의 업무의 원고의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있어서 주된 쟁점은, 통상 망간 등의 영향에 의하여는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이 발병함에도 원고에게 나타나고 있는 도파민 신경 손상의 상태나 증상이 주로 일차성 파킨슨병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일차성 파킨슨병과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의 구별이 명확히 가능한지 여부에 관한 논란이 존재하고, 용접 작업이 일차성 파킨슨병의 위험 요인일 가능성이 있으며 망간 노출로 인한 경우에도 일차성 파킨슨병의 특징이 관찰되었다는 보고가 존재하기도 한다(갑 제26 내지 30호증).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위원들이 상병의 유형과 인과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일치된 의견을 내놓지 못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일부 위원은 원고의 상병이 파킨슨증후군의 양상도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여 그 증상이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법원의 감정의 역시 일차성 파킨슨병으로 진단된다고 하더라도 망간 노출에 의한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동일한 상병이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증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고 전형적인 증상과 경과라는 것 역시 어디까지나 통계 값에 불과한 점,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차성 파킨슨병과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은 발병 위험요인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인과관계의 존부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인정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상병의 주된 상태나 증상이 일차성 파킨슨병의 양상과 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상병과 망간 등의 노출과의 인과관계를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 제도는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경제·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으로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원고는 약 20년 이상 용접 작업에 종사하였고, 진단 당시 연령의 증가로 인하여 상병의 발생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는 연령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 원고에게 파킨슨증후군을 유발할 만한 유전적 이상이나 파킨슨증후군과 관련한 가족력이 없고, 건강검진 내역상 원고의 상병과 관련된 기저질환을 확인할 수 없는 등 다른 요인의 개입 없이 원고에게 자연경과적으로 상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작업환경에서의 장기간의 망간 등 유해물질의 노출이 원고의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설령 원고에게 상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다른 요인이 존재하였다고 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업무와 원고의 상병 간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