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3. 11. 선고 2025구단53386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8. 6. 원고에게 한 요양급여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제품출하 업무를 11년 9개월 동안, 연속주조 업무를 18년 6개월 동안 수행하면서 합계 30년 3개월 동안 산화철 분진과 흄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또는 악화하였으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나.

판단

1)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 참조).

2)

앞서 든 증거, 갑 제4 내지 8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원고에 대한 특별진찰 결과(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2022. 6. 3.)는 기관지확장제 투여 후 1초율(FEV1/FVC)이 70% 미만이면서 1초량(FEV1)이 정상 예측치의80% 미만으로, 이 사건 상병의 진단기준을 충족한다.

나)

원고는 흡연력이 없고,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수 있는 기저질환이나 다른 요인을 발견할 수 없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11년 9개월 동안 생산된 철근을 보관하는 철근제품 출하장에서 크레인을 이용하여 하루 30~40대의 트럭에서 철근을 하차하는 업무를 하였고, 18년 6개월 동안 빌렛을 주조하는 80톤 규모의 연주기 주조직 업무를 수행하면서 하루 5, 6회 연주기 점검업무를 하고, 월 1, 2회 한 번에 4~5시간 소요되는 연주기 보수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피고의 조사내용에 따르더라도 원고는 30년 3개월 동안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며 산화철 분진과 흄 등 호흡성 분진에 노출되었다.

라)

다만 피고는 원고에 대한 직업환경연구원의 질병 역학조사회신을 근거로 원고의 호흡성 분진 누적 노출량이 적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직업환경연구원은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결과를 조사하여 제품출하팀의 2007년부터 2010년까지(2008년 측정결과 제외) 산화철 분진과 흄의 공기 중 산술평균 농도는 0,4674mg/㎡(범위 0.0585~0.9117)로 고용노동부 노출기준인 5mg/㎡의 9.35%, 소형제강부(연속주조)의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산화철 분진과 흄의 공기 중 산술평균 농도는 1.7294mg/㎥(범위 0.9810~2.4910)로 고용노동부 노출기준의 약 34.59%인 점을 근거로 원고의 호흡성 분진 누적 노출량이 적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직업환경연구원이 위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삼은 작업환경측정결과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일한 기간 중 최근 일부 기간 또는 원고가 퇴직한 이후 기간에 대한 것으로서, 측정치 범위도연도에 따라 차이를 보인 점, 원고가 근무한 과거의 작업환경은 더 열악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위 측정치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호흡성 분진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

또한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 제품출하 작업의 산화철 분진과 흄 노출수준은 2008년 상반기 5.3533mg/㎥, 2008년 하반기 6.2563mg/㎡로 노출기준인 5mg/㎥을 초과하였는데, 직업환경연구원은 위 측정결과가 나머지 연도(2007, 2009, 2010년)의 측정결과와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2008년 측정치를 고려하지 않았다. 직업환경연구원의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사업장 담당자는 '이 사건 사업장의 철근출하장에서 15미터 떨어진 곳에 다량의 분진이 발생하는 슬래그 처리장이 있는데 측정 당사자가 시료를 채취하는 장비를 인근 슬래그 처리장에 둔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것을 모르겠다'고 진술하였는데, 연속하여 2회나 측정대상이 아닌 장소에서 시료를 채취하였을 것이라는 위 진술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철근출하장에서 불과 15미터 떨어진 곳에 다량이 분진이 발생하는 슬래그 처리장이 있음을 확인하였다면 이를 고려하여 측정치를 검토·분석하였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직업환경연구원이 2008년 수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바)

직업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 이 사건 사업장의 연속주조 업무에서는 산화철 분진과 흄 외에도 망간 및 무기화합물, 구리(흄), 산화아연(흄), 니켈(금속), 카드뮴 및 그 화합물, 크롬과 그 무기화합물, 납 및 그 무기화합물, 아황산가스에도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비록 산화철 분진과 흄에 비하면 노출기준에는 모두 크게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노출기준의 0.12%~7.40%), 원고가 다양한 호흡기계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정이다.

사)

이 법원 감정의[호흡기내과(폐질환)]는 '원고의 폐기능은 동년배와 비교하여 심하게 저하되어 있다. 이 사건 상병이 2021년에 진단되었다고 그때 발생한 것이 아니다. FEV1이 51~54%까지 저하되어 있다면 이 사건 상병 발생은 그보다 훨씬 전에 시작하였을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에 가장 중요하고 흔한 원인인 흡연력이 없다.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치는 절대적인 기준치로 판정할 수는 없다. 개인의 감수성의 차이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악화에 직업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즉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위와 같은 감정인의 소견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아)

위와 같은 원고의 근무 기간, 작업 내용과 작업 환경, 위 감정의의 소견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30년 3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산화철 분진과 흄 등 유해물질을 흡입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 또는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영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