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1. 15. 선고 2025구단53590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5. 4. 17.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급여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B 주식회사 C사업소(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 조경3반 소속 근로자로, 2023. 10. 25. 적응장애(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를 진단받았다.

나.

원고는 2024. 2. 21. 피고에게 '직장 선배인 D로부터<1> 협박과 감금을 당하였는데, 그 후 오히려 사업장의 부당한 처우와 동료 근로자들의 집단따돌림을 겪게 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라고 주장하면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다.

피고는 '직장선배의 협박과 감금으로 인한 갈등상황이 확인되어 정신적인 부담감이 일부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공적인 업무보다는 휴식시간에 벌어진 개인 간의 갈등 상황으로 보여지며, 사업장에서 해당 직원에 대한 경고 처분을 한 후속조치가 확인되어 과도하게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자체 조사결과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점 및 동료직원들의 집단 따돌림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할 때, 업무적인 요인이 상병 유발에 기여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되므로, 업무와 상병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라는<2>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다수 심의위원의 의견을 근거로 2025. 4. 17. 원고에 대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라도,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피해자와의 사적인 관계에서 기인하였다거나 피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

한 경우에는 업무 기인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으나, 그것이 직장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6두55919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갑 제3 내지 6호증, 을 제4, 8,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원고는 2023. 9. 26. 21:55경 조경팀 반장에게 'D가 평소 큰소리로 떠들고 비속어를 사용하며 동료에 대한 험담을 하여 대기실에서 편하게 쉴 수 없다.'라는 내용의 고충처리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

D는 원고가 조경팀 반장에게 고충처리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화가 나,2023. 9. 27. 09:10경 원고가 혼자 있는 대기실의 문을 잠그고 조명을 차단한 상태에서 원고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들어 때릴 듯이 위협하며 "죽을래? 죽고 싶어?"라고 말하였다(이하 '이 사건 범행'이라고 한다). 원고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 사건 사업장에 출동하였고, 그 후 D는 협박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3)

이 사건 사업장은 2023. 10. 5. 원고를 기계창고에서 근무하도록 하여 원고와 D를 분리조치하였는데, 그곳은 난방이 되지 않고 소음이 발생하는 장소였다.

4)

원고는 2023. 10. 25. E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다.

5)

이 사건 사업장은 2023. 11. 17. 원고와 D의 근무장소를 서로 바꾸었고, 2023.11. 22. D에게 서면경고 처분을 하였다.

다.

판단

앞서 든 모든 증거들과 을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의 사유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원고와 D 모두 이 사건 사업장 조경3반에 소속된 근로자로서, 조경관리라는 같은 업무를 동일한 장소에서 수행하는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다.

2)

원고와 D는 원고의 고충토로를 계기로 갈등을 겪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직장동료에 대한 험담, 비속어 사용, 근무시간 내 음주 등 D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악화되고 있는 사내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자신에게 평온한 휴게시간을 보장해달라는 '업무'에 관한 것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업무환경과 관련한 문제 외에 사적인 원한관계가 있었다는 사정은 별달리 엿보이지 않는다.

3)

원고의 직속 상관인 조경팀 반장은 이 사건 범행 전날 D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원고로부터 고충처리 문자메시지를 받게 되자 그 사실을 D에게 곧바로 알려주었다. 이는 D로 하여금 원고에 대하여 나쁜 감정을 품게 하고 이 사건 범행까지 저지르도록 만든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4)

이 사건 범행은 이 사건 처분이 전제한 바와 같이 휴식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원고가 여전히 사용자의 지휘 · 감독 아래에 놓여있다고 평가되기에 충분한 업무준비시간 동안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한 장소 또한 이 사건 사업장의 내부였다.

5)

이 사건 범행 발생 후 이 사건 사업장은 피해자인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부당한 조치를 취하였다. 이 사건 범행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업장이 취한 후속조치 역시 원고의 스트레스를 유발한 주요 원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사업장은 원고와 D를 분리조치하면서 D가 아닌 원고를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범죄 피해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보다 가해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을 되레 우대하였다.

나)

이 사건 사업장은 위와 같이 불합리한 분리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다.

다)

이 사건 사업장은 기계창고의 환경을 개선하거나 기존의 근무장소로 복귀시켜달라는 원고의 요청을 거절하였다. 이 사건 사업장은 원고와 D의 근무장소가 서로 바뀐2023. 11. 17.까지 약 40일 동안 이러한 분리조치를 유지함으로써 사업장 내 다른 근로자들이 원고와 D 사이의 갈등이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인상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하였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대현

각주1) D의 근무경력이 2023. 6. 1. 입사한 원고의 근무경력에 비하여 10년 이상 오래되었다.

각주2) 처분서(갑 제2호증)의 기재내용을 가급적 그대로 오려 붙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