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4. 3. 선고 2025구합52486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1. 15.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

고 B(C생, 이하 '망인'이라 함)의 사망

-

망인은 1997. 10. 2. 2층 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가 추락하는 사고로,1997. 10. 23. '제1요추 불안정 방출성 골절 및 척수 원층부 손상(하지마비), 제1요추 척수 원층부 손상(하지마비)'를, 1998. 4. 17. '마미증후군, 화상 천추부위(수술 후 상태)'를, 1998. 6. 9. '신경인성 장 및 방광, 방광경부 결석'을 각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받고(이하 위 상병을 통칭하여 '기승인상병'이라 함), 1997. 10. 4.부터 2020. 4. 29.까지 요양승인을 받았으며, 2020. 4. 29. 장해등급 제1급 제8호(척추 손상으로 두 다리를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된 사람, 수시 간병 대상) 판정을 받고 장해보상연금을 수령해 왔음.

-

망인은 2022. 7. 14. 췌장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던 중 2023. 9. 7. 사망하였음. 사망진단서상 직접사인은 '다발성 장기손상', 중간 선행사인은 '패혈증', 선행사인은 '췌장암'이라고 기재되어 있음.

○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3. 12. 19.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급여 및 장례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1. 15. 원고에게 '망인의 사망원인은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확인되며, 췌장암 항암치료로 인한 면역저하, 호중구 감소 등으로 감염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발생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진료기록에서 신경인성 방광 및잦은 요로감염의 기왕력이 있으나, 망인은 심한 항암치료로 세균감염에 매우 취약한 상태였고 항암치료 중에도 수차례 패혈증으로 입원한 기왕력이 있다. 이를 종합하면 망인은 췌장암 및 항암치료 관련 감염성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이고, 사망과 기승인상병 간의 직접적인 의학적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피고 자문의사의 의학적 소견에 따라 유족연금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함)을 하였음.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은 기승인상병으로 오랜 와상생활을 하며 전신 쇠약, 면역력 저하 등을 겪었고 신경인성 방광으로 인해 유치도뇨관을 하였는데, 이로 인해 요로감염의 위험이 증가하였고, 결국 망인은 요로감염 그 자체로 또는 다른 원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패혈증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렀는바, 기승인상병과 사망 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해 사망이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발생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존의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망하게 되었거나, 업무상 발병한 질병으로 인하여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두12922 판결 등 참조). 또한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두13841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 3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부산대학교병원장(소화기내과), D병원장(비뇨의학과)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사망과 기승인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

아래와 같이 망인이 사망에 이른 경과, 주치의의 소견서 및 이 법원 감정의들의 소견 등을 종합해 보면, 망인은 2023. 7.경 발생한 요로감염이 패혈증으로 진행하면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하였다고 봄이 상당함.

-

망인은 1997년 척수 손상으로 인한 하지마비로 장기간 와상 생활을 하였고, 신경인성 방광<1>으로 간헐적으로 자가도뇨<2> 및 유치도뇨<3>를 하다가, 2022. 7.경 췌장암을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유치도뇨를 하였고,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서 꾸준히 유치도뇨관을 교체하여 왔는데, 위 병원의 의무기록사본에 의하면 망인은 2023. 7.17.부터 발열 등 전신증상은 없는 악취 및 요도 고름 증상이 있었고, 소변에서 균 배양검사 결과 시트로박터(citrobacter) 균이 동정되어, 요로감염 발생이 확인되었음. 이에 2023. 8. 21. 균 검사에 맞는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로 변경하여 치료하였으나, 2023. 9.

4.

발열 등 전신증상은 없는 악취 및 고름 등의 증상이 지속되었고, 2023. 9. 5. 패혈증이 발현되어 2023. 9. 7. 투석 중에 사망하였음.

-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비뇨의학과 주치의는 '망인은 2023. 7. 31.부터 요로 감염 증상이 발현되었고 균이 동정되었다. 항암치료 이후 다소 떨어진 전신 컨디션에서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 동반되어 사망에 기여했을 것으로 사료된다'라며, 망인의 병명(임상적 추정)을 '신경인성 방광의 기능장애 NOS, 요로감염'이라고 진단하였음.- E병원 소화기내과 주치의는 2023. 9. 21.자 소견서에서 '망인은 하지마비가 병합되어 있는 상황에서 요로계 감염을 포함한 패혈증이 동반되어 패혈성 쇼크로 사망하였다'라며, 망인의 병명 중 하나를 '요로감염'이라고 진단하였고, 2023. 11. 29.자 소견서에도 '항암치료 후 요로감염이 발생하면서 패혈증으로 진행하여 사망에 이름'이라고 하였음.

-

비뇨의학과 감정의는 '항암치료 중 소변배양검사에서 균이 동정된 바 있고,2023. 7. 요로감염 증상 및 균 동정으로 항생제 치료를 하였으나 반응이 불충분한 기록이 있었다. 패혈증의 감염 원천이 명확히 관찰되지 않았으나, 기승인상병으로 인한 배뇨 곤란 및 도뇨관 장기 유치가 요로감염을 유지하게 하여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으로 사료된다', '기저질환 및 요로감염에 의한 패혈증이 사망 원인으로 사료된다'라는 소견을 밝혔고, 소화기내과 감정의도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진행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인다'라고 하였음.

○

신경인성 방광 환자의 경우 소변의 정체로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 요로감염에 취약하고, 나아가 유치도뇨관까지 삽입할 경우 더욱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되어 요로감염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음. 소화기내과 감정의는 '신경인성 방광과 유치도뇨는 요로 카테터 사용과 관련된 요로감염 위험을 누적적으로 증가시키고, 장기유치 시 세균뇨가 거의 보편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라는 소견을 밝혔고, 비뇨 의학과 감정의 역시 '자가배뇨가 되지 않는 상황 및 장기간 도뇨관 유치를 하는 상황이 요로감염을 발생시킨 것으로 사료된다'라는 소견을 밝혔음.

○

망인은 업무상 재해로 척수 손상을 입고 신경인성 방광이 발생하여 요로감염에 취약한 상태가 되었고, 나아가 유치도뇨까지 하면서 감염의 위험이 더욱 증가하여 결국 2023. 7.경 요로감염이 발생하였는바, 앞서 본 신경인성 방광, 유치도뇨와 요로감염의 관련성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요로감염은 신경인성 방광, 유치도뇨로 인한 감염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평가함이 상당함.

○

피고는, 기승인상병이 장기간 비교적 안정적인 경과를 보였던 반면, 사망 시점에 이르러서 췌장암이라는 별개의 중증 질환이 발병하였고, 항암치료로 인한 면역력 저하 상태에서 감염성 합병증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른 것이므로, 기승인상병과 사망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함.

살피건대, 망인이 항암치료 과정에서 수차례 호중구 감소증, 발열, 담관염 등을 겪은 사실이 인정되는바, 면역력 저하로 감염에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고 보이고, 소화기내과 감정의도 '기승인상병(척수손상→신경인성 방광→장기 유치도뇨)은 요로감염의 취약성이라는 배경적 기여를 했으나, 사망(패혈증 · 다장기부전)에 이른 주된 · 상당한 인과는 췌장암, 항암치료 관련 면역저하와 요로감염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업무상 재해와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 성립은 곤란하다는 기존 판단의 방향성은 의학적으로 타당하다'라는 소견을 밝힌 바 있기는 함.

그러나 췌장암 항암치료 과정에서의 면역력 저하는 요로감염의 발병 및 패혈증으로의 중증화를 촉진, 가중하는 요인에 해당하고, 요로감염의 기초적인 취약 상태는 기승인상병으로 인해 이미 존재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췌장암 및 항암치료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기승인상병으로 인한 요로감염과 패혈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킨다고 볼 수 없음. 항암치료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요로감염의 발병 및 중증화에 실질적으로 작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기승인상병으로 인한 합병증이라고 볼 수 있는 요로감염이 항암치료로 인한 면역력 저하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패혈증으로 진행하였다고 볼 수 있는바, 기승인상병이 망인의 사망에 상당한 수준으로 기여하였다고 봄이 타당함.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호성호(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각주1) 신경인성 방광이란 대뇌부터 척수, 말초 신경에 이르는신경계의 이상에서 비롯된 방광 기능과 배뇨 이상을 총칭한다.

각주2) 자가도뇨란 신경인성 방광이나 배뇨 장애 환자가 스스로 요도를 통해 카테터(도뇨관)를 삽입하여 주기적으로 소변을 배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각주3) 유치도뇨란 스스로 배뇨가 힘든 환자의 요도를 통해 도뇨관(폴리 카테터)을 삽입하여 방광 내 소변을 지속적으로 배출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