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2. 6. 선고 2025구합5428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이하 '원고' 또는 '원고 법인'이라 한다)는 상시 약 6,000명을 사용하여 서울 D캠퍼스, 원주시 소재 E캠퍼스 등을 운영하며 교육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4. 3. 17. A대학교 E캠퍼스에 일반계약직 사무직원으로 입사한 후 2016. 3. 17.자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 현재까지 재직중인자이다.

나.

참가인은 학생복지처 학생복지부 소속이었던 2016. 3. 8. 및 2016. 6. 24. 학생복지부 과장 F(이하 '가해자'라 한다)으로부터 강제추행 및 준유사강간미수의 피해를 당하였다(이하 위 각 사건을 '이 사건 성폭행'이라 한다).

다.

참가인은 원고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등을 하였다며 2024. 5. 26.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에 따른 시정명령을 신청하였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11. 18. 원고가 참가인에게 행한 유급휴직 전환 지연 및 이에 따른 임금 지연 지급 등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고, 근무장소 변경요구에 대한 미조치는 적절한 조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원고에게 참가인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금전배상금 10,000,000원을 지급하고, 참가인의 근무장소를 E캠퍼스(이천 등 원주 외 지역에 있는 E캠퍼스 부총장 관할 근무 장소를 모두 포괄한다, 이하 같다) 외의 근무장소로 변경하라는 판정을 하였다(G).

라.

원고는 2024. 12. 2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5. 4. 14.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성폭행과 참가인의 질병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7년으로 상당하여 그 인과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점, 참가인이 제출한 진단서가 아니라 별도의 3차 의료기관 2개소의 진단서 및 의사 소견서를 요구한 것을 과도하다고 볼 수 없는 점, 2023년도 교직원 인센티브 지급과 관련해서 무급휴직자를 제외하도록 결정한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점, 원고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종국적으로 2023. 11. 30. 참가인에 대한 유급 질병휴직 승인을 결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에 대한 유급휴직 전환 및 임금지급 절차가 지연된 데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원고가 참가인에게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제6호를 위반하여 불리한 처우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원고는 참가인에게 2년 이상의 병가 및 유급 질병휴직을 통해 충분한 치료기간을 부여하였고 참가인이 가해자로부터 분리되어 근무할 수 있도록 H캠퍼스 근무를 제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4항 소정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재심판정은 E캠퍼스의 부총장, 총무부처장, 학생복지부처장 등과의 분리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들은 E캠퍼스의 행정책임자에 불과하고 참가인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직접적인 가해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 가사 이들이 가해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 법인이 운영하는 각 캠퍼스들은 별개의 법인처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원고에게 근로자의 캠퍼스 간 근무장소 변경을 명할 권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

판단

1)

원고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소정의 불리한 처우를 하였는지 여부

가)

인정사실

(1)

참가인은 이 사건 성폭행 및 I 부장에 의한 2차 가해 등으로 우울증 등이 심해졌다고 주장하며 2023. 4. 11. 총무처장에게 최소 1년의 휴직을 요청한다는 내용의메일을 보냈다. 인사부장은 2023. 5. 24. 참가인에게 '업무상 재해로 인한 질병 휴직은 공단에 직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하여 가부에 대한 판정을 받은 후에 그 결과를 근거로 처리한다'라고 답변하였다.

(2)

참가인은 2023. 8. 7.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하 '이 사건 공단'이라 한다)으로부터 상병일시 '2016. 6. 24.', 승인상병명 '우울증 NOS,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수면 개시 및 유지 장애[불면증]'로 하여 직무상요양승인을 받았다.

(3)

원고는 참가인에게 3차 의료기관 2개소의 진단서 및 의사 소견서(취업가능여부, 치료기간, 2016년 발생 사건과 2023년 증상과의 관련성)를 요구하였다. 참가인은 원고에게 2023. 10. 4. J병원의 최종 진단서를, 2023. 10. 20. K병원의 최종진단서를 각 제출하였다.

(4)

한편 원고는 2023학년도 교직원 인센티브(1인당 500만 원) 지급을 위해 지급 대상자를 선정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2023년 9월 급여 지급일 기준 무급휴직자를 대상에서 제외하였고, 참가인은 당시 무급휴직자로서 위 인센티브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5)

원고는 2023. 11. 14. J병원, K병원에 이 사건 성폭행과 현재 진단(증상)과의 인과관계를 묻는 공문을 발송하였고, 2023. 11. 22.경 K병원으로부터 인과관계가 있다는 내용을 회신을 받았다.

(6)

참가인은 2023. 11. 23.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임금체불 및 단체협약 위반, 2023년 9월 인센티브 미지급을 이유로 L 부총장을 고소하였다.

(7)

원고의 행정사무직원 인사위원회는 2023. 11. 30. 회의를 개최하여 유급 질병휴직 승인 여부에 관하여 3가지 안['고용노동부 결정이 나기 전 미지급된 임금을 지불해서 사건을 종결시키는 방법(1안)', '고용노동부 결정이 나기 전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하고, 동시에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같이 제기해 지급의무 존부 및 지급의무기간에 대해 판정받는 법(2안)', '무급으로 처리하고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는 방법(3안)']을 부총장에게 보고하여 최종 결정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2024. 1. 4. 위 2안으로 확정하고 참가인의 직무상요양기간 연장승인 결정서상 승인기간(2023. 9. 25.~2024. 4. 3.)에 한하여 유급 질병휴직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하였다.

(8)

원고는 2024. 4. 4. 참가인을 상대로 급여채무 및 인센티브 수당 채무 부존재확인청구의 소(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4가단53293)를 제기하였다.

(9)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은 2024. 5. 2. L 부총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2조 제2호(단체협약 제70조에 따른 보수 전액 미지급) 위반으로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다. 참가인은 2024. 5. 14.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직무상 상병으로 요양중인 조합원에게 단체협약 제70조에 따른 보수 전액 미지급, 2023. 8. 14. ~ 8. 16. 및 2024. 4. 일부, 2024. 5. 전액 미지급을 주장하며 L 부총장을 추가로 고소하였다.

(10)

원고는 2024. 6. 4. 2024년도 제1차 행정사무직원 인사위원회에서 참가인의 직무상요양기간 연장승인결정서상 요양기간에 포함된 2024. 4. 4.부터 2024. 6.18.까지를 유급 질병휴직으로 처리하는 승인을 하였다. 원고는 2024. 6. 14. 제2차 행정사무직원 인사위원회에서 참가인의 직무상요양기간 연장승인결정서상 요양기간(2023. 8. 17.~2023. 9. 24., 2024. 6. 19.~2024. 11. 17.) 중 2023. 8. 17.부터 2023. 9.24.까지, 2024. 6. 19.부터 2024. 8. 13.까지의 기간에 대해 유급 질병휴직으로 처리하는 승인을 하고 해당 기간에 미지급된 급여 및 무급휴직을 사유로 미지급되었던 인센티브 500만 원 등을 소급하여 지급하였으며, 이에 따라 위 (8)항 기재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의 소를 취하하였다. 원고는 2024. 8. 9. 제3차 행정사무직원 인사위원회에서 참가인의 무급휴직 기간 2024. 8. 14.부터 2024. 11. 17.까지에 대하여 유급 질병휴직으로 처리하는 내용을 승인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 을가 제5호증, 을나 제1 내지 3,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참가인에 대한 유급 휴직 인정 요건을 근거 없이 엄격하게 하고 유급휴직 전환 및 임금지급을 지연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제6호 소정의 피해근로자에게 정신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서 불리한 처우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참가인이 원고에게 1년의 질병 휴직을 신청하자, 원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한 질병 휴직은 이 사건 공단의 직무상 요양승인 판정을 근거로 처리한다고 안내하였고, 이에 참가인은 2023. 8. 7. 이 사건 공단으로부터 상병일시 '2016. 6. 24.', 승인 상병명 '우울증 NOS,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수면 개시 및 유지 장애[불면증]'로 하는 직무상요양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참가인의 우울증 등의 질병과 이 사건 성폭행과의 인과관계가 공적 심사를 거쳐 인정된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참가인에게 인과관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3차 의료기관 2개소의 진단서 및 의사 소견서(취업가능여부, 치료기간, 2016년 발생 사건과 2023년 증상과의 관련성)를 추가로 요구하였다.

(2)

이에 대해 원고는, 참가인이 이 사건 성폭행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휴직을 신청하여 참가인의 질병과 이 사건 성폭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확인이 필요하였고, E캠퍼스 행정사무직 인사규정 제25조 제1항에 따르면휴직과 관련하여 임용권자가 지정된 의료기관에서의 수진을 명할 수 있으며, 참가인의 직무상요양승인 결정서에 "승인기간은 반드시 직무상 병가나 직무상 질병휴직을 위한 기간이 아니고 직무상 병가나 직무상 질병휴직의 허가는 소속 학교기관 기관장이 진단서와 직무수행 가능 여부 및 본인의 의사 등을 감안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사항으로 복무관리상 궁금한 점이 있으신 경우 학교 기관으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별도의 진단서, 소견서를 요구한 것을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2023년 당시 시행중이던 A대학교 E캠퍼스 행정사무직 인사규정(2020. 1. 6. 개정된 것) 제25조 제1항은 '신체정신상의 장애로 장기요양을 할 때, 다만, 이러한 경우 임용권자는 지정된 의료기관에서의 수진을 명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으나<1>, 이는 임의규정에 불과하고, 참가인은 이미 이 사건 공단에 진단서, 경위조사서, 직무상 재해임을 입증하는 서류 등을 제출하고, 우울증 등의 질병과 이 사건 성폭행과의 인과관계를 인정받아 직무상요양승인을 받았는바, 이로써 인과관계에 대한 소명은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원고가 주장하는 직무상요양승인 결정서상의 문구는 의학적 인과관계에 대한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원고는 이미 요양승인결정을 통해 확인된 인과관계를 재차 확인한다면서 참가인에게 별다른 근거없이 3차 의료기관 2개소의 진단서 및 의사 소견서를 추가로 요구하였다.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1, 2차 의료기관의 진료 및 의뢰서가 있어야 하는 점, 새로운 의사에게 이 사건 성폭행을 반복적으로 회상하고 재진술하는 것 자체가 참가인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이를 최소한 두 차례 이상 반복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이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자료 요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설령 원고가 추가적인 진단서, 소견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수긍할 만 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이 2023. 10. 4. 및 같은 달 20. 원고에게 J병원과 K병원의 최종진단서를 각 제출하였음에도, 원고는 위 각 병원에 재차 '2016년 사건과 현재 진단(증상)과의 인과관계'를 묻는 공문을 발송하기까지 하였다. 이미 위 각 진단서에 참가인의 질병과 이 사건 성폭행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

가 기재되어 있음에도, 원고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인과관계를 거듭하여 확인하는 불필요한 절차를 밟으면서 절차를 지연한 것으로 보인다.

(4)

참가인이 2023. 11. 23.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인센티브 미지급등을 이유로 L 부총장을 고소하자, 원고는 2023. 11. 30. 인사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 결정이 나기 전에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할 것인지, 아니면 무급으로 처리하고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등을 논의하였고, 2024. 1. 4.에 이르러서야 참가인의 직무상요양기간 연장승인 결정서상 승인기간(2023. 9. 25.~2024. 4. 3.)에 한하여 유급 질병휴직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원고는 2024. 4. 4. 참가인을 상대로 급여채무 및 인센티브 수당 채무 부존재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하며 '추후 인과관계가 확인되면 그 후 유급휴직을 인정하고 임금도 소급하여 지급할 예정인데 참가인이 임금체불을 주장하며 부총장을 고소하였다'면서 요양기간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은 기간에 대하여는 급여지급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이 2024. 5. 2. 부총장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2조 제2호 위반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자, 원고는 2024. 6. 14. 인사위원회에서 직무상요양기간 연장승인결정서상 요양기간을 유급 질병휴직으로 처리하는 승인을 하고, 해당 기간에 미지급된 급여및 무급휴직을 사유로 미지급되었던 인센티브 500만 원 등을 소급하여 지급하였으며, 이에 따라 위 채무부존재확인청구의 소를 취하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임금, 인센티브 미지급 등을 이유로 부총장을 고소하자 원고는 유급 질병휴직기간을 최소한으로 인정하면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는 등 유급휴직 전환 및 임금 지급을 지연한 것으로 보인다.

(5)

원고의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은 근거 없이 유급휴직 인정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유급휴직 전환 및 임금 지급을 지연한 것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참가인의 경제적 · 시간적 부담이 가중되었을 뿐만 아니라 참가인이 상당한 정신적 · 심리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제6호 소정의 피해근로자에게 정신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원고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4항 소정의 적절한 조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의하면,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고(제1항),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하며(제2항),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 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되,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제3항),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제4항), 사업주는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 경우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제5항).

위와 같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사업주에게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여부를 조사하여 규명하고 피해근로자 등의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피해근로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고 있고,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에 앞서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 당시부터 피해 사실 확인 후 사후 조치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사업주가 어떠한 조치를 함에 있어 피해근로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4항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할 때에도 피해근로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바탕에서 적절한 조치의 내용을 정함이 바람직하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4항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후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할 '적절한 조치'에 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을 예시하고 있으므로, 사업주가 '적절한 조치'의 구체적내용을 정함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피해근로자가 특정한 조치를 요청하더라도 사업주가 그에 반드시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주가 피해근로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바탕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4항에 따른 적절한 조치의 내용을 정함이 바람직한 점,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가 피해근로자의 시정신청에 관한 분쟁해결에서 입증책임을 사업주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적절한 조치의 내용에 관한 피해근로자의 의사는 가급적 존중될 필요가 있고, 사업주가 피해근로자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그와 다른 조치를 한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사정은 사업주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갑 제2, 5 내지 13호증, 을가 제3, 4, 6호증, 을나 제9, 11,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해 보면, 참가인의 근무장소를 E캠퍼스 외의 근무장소로 변경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참가인의 근무장소 변경 요청을 거부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4항 소정의 적절한 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성폭행 이외에도 유급휴직 전환 및 임금 지급 과정에서 E캠퍼스의 부총장 및 주요 관리자들(현 총무처장, 현 학생복지부처장 등)이 근거 없이 요건을 강화하고 절차를 지연하는 등으로 참가인에게 정신적 손상을 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와 같은 2차 가해자와 참가인 간의 분리조치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에 대해 원고는, 이들은 E캠퍼스의 행정책임자에 불과하고 직접적인 가해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나, E캠퍼스 부총장 및 주요 관리자들은 참가인을 관리 · 감독하는 지위에 있고, 유급휴직 전환 및 임금 지급 과정에서 참가인에게 정신적 손상을 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참가인은 2차 가해를 당하였다는 이유로 2023. 5. 17. I 부장을, 2023. 6.11. E 캠퍼스 대표자 L 부총장, M 전 총무처장, N 부장, O 부장을 각 인권센터에 신고하였고, L 부총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였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L 부총장에게 인사업무 담당 직원 및 인사위원회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 성폭력 2차 피해 방지와 관련한 교육 실시를 권고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또한 참가인은 L 부총장이 참가인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L 부총장을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고소하고, N 부장을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여, L 부총장과 N 부장은 각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에 송치되었다.

이처럼 원고측의 2차 가해 과정에서 참가인과 대립한 상대방은 E캠퍼스의 일부 부서 직원들에 한정되지 않고, E캠퍼스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갖는 E 캠퍼스의 대표자인 부총장, 현 원주총무부처장, 현 원주학생복지부처장 등까지 있는바, E캠퍼스내의 근무지 변경만으로는 2차 가해자와의 분리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참가인은 E캠퍼스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관계가 되었고 원래의 근무지에서는 절대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진술하는데, 참가인과 원고측 간의 갈등 경위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주장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3)

게다가 참가인은 행정사무직원으로서 E캠퍼스 외 다른 캠퍼스에서도 동일한 성격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을 더하여 보면, 근무장소를 변경하여 달라는 참가인의 요구는 E캠퍼스 외의 근무장소로 변경하여 달라는 범위 내에서는 정당하고, 원고가 참가인의 위 요청을 거부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4)

원고는, 자신에게 캠퍼스 간 근무장소를 변경할 권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소정의 적절한 조치의무의 주체, 동법 제29조 소정의 시정명령의 상대방은 '사업주'이고, 남녀고용평등법이 사업주의 개념을 명시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으나, 통상적으로 사업주란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경영 주체를 의미하는 것이고,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4호가 근로자를 '사업주에게 고용된 사람과 취업할 의사를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남녀고용평등법 소정의 사업주란 사업의 경영 주체로서 근로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하거나 체결 과정에 있는 자를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원고 법인에 시정명령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나)

사립학교법 제2조 제4호, 원고 법인 정관 제84조 제1항에 의하면, 근로자의 근무지 변경은 '전보'로서 '임용'에 해당하므로, 임용권자에게 근로자의 근무지 변경을 명할 권한이 귀속된다. 사립학교법 제70조의2 제2항은 '각급 학교 소속 사무직원은 학교의 장의 제청으로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임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의 정관 제84조 제3항은 '사무직원은 이사장이 임용한다. 다만, 대학교의 사무직원(부속병원의 직원을 포함한다)은 총장의 제청으로 이사장이 임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의하면 원고 법인의 사무직원의 임용권자는 원고 법인의 이사장이다(다만 총장에게 제청권이 있다). 서울 D캠퍼스, P캠퍼스, E캠퍼스 등은 모두 원고 법인 산하의 교육기관일 뿐이므로, 원고 법인의 이사장에게 근로자의 캠퍼스 간 근무지 변경을 명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

원고는, D캠퍼스와 E캠퍼스가 별도의 직제규정, 인사규정 등을 마련하고 별개의 행정조직을 두고 있으며 채용, 승진, 근무지 이동, 정원 조정 등 일체의 인사는 E캠퍼스 부총장이 독립적으로 하고, 그 내용을 최종적으로 총장에게 보고하고 있을 뿐이며, 실질적으로 별개의 법인과 같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법인이 행정편의상 산하의 개별 캠퍼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여 법적으로 원고 법인의 이사장에게 산하 캠퍼스들에 대한 인사권이 귀속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원고 법인의 정관 제96조의2 제1항에 의하여도 E캠퍼스 부총장은 총장의 명을 받고 E캠퍼스 행정관리 업무를 관장하는 것이고, A대학교 E캠퍼스 행정사무직 인사규정(2025. 5. 5. 개정된 것) 제7조 제1항에 의하여도 E캠퍼스부총장의 행정사무직원 임용권은 이사장의 권한이 위임된 것이며, 원고가 제출한 총무처의 'D캠퍼스 인사발령이 불가능하다', '특별채용이 불가능하다'라는 취지의 공문도 원고의 운영방식에 관한 내부적인 해석일 뿐이다. 그 밖에 원고가 제시한 직제규정이나 직원인사규정, 위임전결규정 등은 각 캠퍼스 운영의 편의를 위하여 마련한 내부 규정, 방침에 불과하고, 이를 근거로 원고 법인에게 근로자의 캠퍼스 간 근무지 변경을 명할 권한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라)

원고는, 2000년 이후에는 E캠퍼스와 D캠퍼스 간 인사교류가 이루어진 바 없다고 주장하다가(2025. 10. 30.자 준비서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E캠퍼스와 D캠퍼스 간 근무지 이동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하였다고 하여 그 주장을 변경하였으나(2025. 11. 26.자 준비서면), 이를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근거를 제출하지 않았고, 오히려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D캠퍼스에서 행정관리자인 과장급 직원이 근무장소를 변경하여 E캠퍼스에서 파견근무를 한 바 있다고 진술하였는바, E캠퍼스와 D캠퍼스 간 근로자의 근무지 변경이 불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

소결론

원고가 참가인에게 행한 유급휴직 전환 지연 및 이에 따른 임금 지연 지급 등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고, 근무장소 변경 요구에 대한 미조치는 적절한 조치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원고는 참가인의 근무장소를 E캠퍼스외의 근무장소로 변경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와 결론을 같이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에 원고가 주장하는 위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