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3. 6. 15.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로서 피고로부터 2003. 7. 1.부터 2022. 11. 31.까지 유족연금 합계 290,976,190원을 수령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2018. 7. 15. 이전부터 C와 사실혼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유족보상연금 수급권을 상실하였음에도 이를 피고에 신고하지 아니하고 계속 유족보상연금을 수령함으로써 유족보상연금을 부정하게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2022. 12. 20.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4조, 제84조 등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2018. 8.부터 지급된 유족보상연금 65,762,360원 중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46,501,470원의 배액인93,002,940원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하는 결정(이하 '선행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2023구단1761호로 선행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원고는 C와 사실혼 관계에 있지 않았으므로, 선행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선행 처분의 사전통지 시 구체적 처분 원인 사실의 기재가 누락되는 등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수원지방법원은 2024. 5. 24. '2018. 7. 15. 이전에 원고와 C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였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원고는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을 상실한다. 피고가 2022. 11. 25. 원고에게 사전예고 통지 및 의견제출요청을 하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2조, 제64조, 제84조, 제114조의 근거 법령과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원고가 2018. 7. 15.부터 유족보상연금을 부정하게 수령하였다는 것)을 통지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는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심에서 '원고와 C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는 단지 수급권자 지위의 변동에 관한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이므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추가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2025. 7. 25. '선행 처분의 사전예고 통지 및 의견제출 요청에 원고 주장과 같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원고와 C 사이에 2018. 7. 15. 이전에 이미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관련 주장을 배척하는 한편, '원고가 C와의 사실혼 관계 성립으로 인하여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을 상실함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4조 제3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14항 제3항 제2호에 따른 신고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알면서도 그 신고의무를 이 행하지 아니하여 부당하게 보험급여를 지급받은 경우에 해당하는데, 원고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원고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유족보상연금을 수령하였음을 처분사유로 하는 선행 처분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여 선행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수원고등법원 2024누13312), 위 판결은 2025. 8. 19. 확정되었다(이하 '선행 확정판결'이라 한다).
한편 선행 확정판결은 '원고와 C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성립한 이상,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4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을 상실하게 되고, 이후 C와의 사실혼 관계가 해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상실된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므로, 피고로서는 원고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원고의 급여액 중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피고는 선행 확정판결의 위와 같은 판시에 따라 2025. 8. 25.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85조에 근거하여 원고에 대하여 46,501,470원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하는 결정을 하고 원고에게 위 징수금의 납부를 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근거가 되는 법령을 전혀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4조의2를 위반하였다.
원고는 C와 사실혼 관계를 형성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절차적 및 실체적으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절차적 위법 주장에 관하여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4조의2는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근거가 되는 법령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처분의 근거 및 이유제시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처분을 하면서 당사자가 그 근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이유를 제시한 경우에는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때 '이유를 제시한 경우'는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과 관계 법령 및 당해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두64975 판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선행 처분에 앞서 원고에게 사전예고 통지 및 의견제출 요청을 하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2조, 제64조, 제84조, 제114조의 근거 법령, '원고가 2018. 7. 15.부터 관련 법에 따라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의 자격이 상실되었으나 이를 공단에 신고하지 않고 현재까지 유족보상연금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되어 부당이득(배액징수) 징수 예정임을 안내드립니다.'라는 문구를 기재함으로써 선행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을 통지하였고, 원고는 위 사전예고 통지를 받고서 2022. 12.경 피고에게 '원고는 C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일 뿐 C와 사실혼 관계를 형성한 적이 없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선행 처분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4조, 제84조 등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2018. 8.부터 지급된 유족보상연금 65,762,360원 중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46,501,470원의 배액인 93,002,940원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하는 결정인 사실, 선행확정판결이 '원고가 C와의 사실혼 관계 성립으로 인하여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을 상실함에 따라 신고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알면서도 그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부당하게 보험급여를 지급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피고로서는 원고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원고의 급여액 중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사실,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를 근거법령으로 명시하여 원고에 대하여 46,501,470원을 납부고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선행 처분 과정에서의 사전예고 통지, 원고의 의견제출, 선행 처분 취소소송에서의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 선행 확정판결의 판시내용 등을 통하여 '원고가 2018. 7. 15.부터 C와 사실혼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의 자격이 상실되었으나 이를 피고에 신고하지 않고 유족보상연금을 수령하였고, 원고의 수령한 급여액 중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제외한 46,501,470원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처분 원인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선행확정판결에서 판시한 대로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령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 제2호'임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서에 구체적인 처분 원인 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만이 근거법령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불복 여부를 결정하고 불복 대상을 확정하는 데 별다른 지장을 줄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이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4조의2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실체적 위법 주장에 관하여
행정소송의 수소법원이 관련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은 행정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행정소송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관련 확정판결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두66869 판결 등).
앞서 본 바와 같이 선행 확정판결에서 '원고와 C 사이에 2018. 7. 15. 이전에 이미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선행 확정판결의 위와 같은 사실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뒤집을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새롭게 확인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선행 확정판결의 위 사실 판단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는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취지의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론
이상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에 원고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진현섭(재판장) 이현우 백송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