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5. 22. 선고 2025구합56205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5. 9. 25.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

고 B(C생, 이하 '망인'이라 함)의 사망

-

망인은 2000. 6. 26.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함) 국내 본사에 입사하여 금융마케팅팀, 상품개발팀, 마케팅기획팀, Autoplan1팀 등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2008. 9. 25. 국내 본사 해외사업팀으로 발령을 받았고, 2009. 8. 3. 독일 소재 D 유럽 사무소에 발령받아 해외사업팀, Global기획팀 등에서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다가 2013. 10. 11. D 국내 본사로 발령받아 Global운영팀, Global전략팀, 해외전략팀에서 근무하였고 2016. 11. 1. D 러시아법인에 발령받아 해외마케팅팀, 해외전략팀, 미주마케팅팀, 미주사업관리팀 등에서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다가 2021. 5. 26. D 러시아법인장으로 발령받았음.

-

망인은 러시아법인장으로 재직하던 중 2024. 5. 4.부터 휴가를 사용하여 국내 병원에서 1차 심혈관계 스탠스 시술을 마치고 2차 시술을 앞둔 같은 해 5. 11. 16시경병원에서 심근경색(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함)으로 사망하였음.

○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5. 3. 27. 피고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함)에 따른 유족급여 및 장례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5. 9. 25. 원고에게 '조사내역 및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나, 망인은 해외 현지법인에서 급여가 지급되어 국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산재보험법에 따른 해외파견 가입승인이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므로 산재보험법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함)을 하였음.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은 근로 장소가 러시아에 있는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D 국내 본사 해외사업본부에 소속되어 국내 본사의 지휘에 따라 근무하였으므로 산재보험법 제6조의 적용대상자에 해당한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6조는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사업'이라 한다)에 적용한다. 다만, 위험률 · 규모 및 장소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에 대하여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국외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을 포함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은 노동부장관이 관장하고 있고, 산재보험법에 규정된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사업주가 당연히 보험에 가입되고 보험료가 일률적으로 정하여지며 강제적인 방법으로 보험료를 징수할 수 있는 공공보험이라는 점과 산재보험법 제121조에서 국외의 사업에 대한 특례를 정하고 있고 산재보험법 제122조에서 해외파견자에 대하여는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가입 신청을 하여 승인을 얻은 경우에 비로소 위 법을 적용하도록 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산재보험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내에서 행하여지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국내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사업주와의 사이에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성립한 근로자가 국외에 파견되어 근무하게 된 경우에 그 근무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보았을 때 단순히 근로의 장소가 국외에 있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의 사업에 소속하여 당해 사업의 사용자의 지휘에 따라 근무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경우에는 국내 사업의 사업주와의 사이에 성립한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여전히 유지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게 되나, 그 밖에 위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국외파견 근로자에 대하여는 산재보험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0. 4.29. 선고 2009두2282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4 내지 31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D 국내 본사의 지휘 · 감독을 받아 러시아법인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망인의 근무 장소, 직급, 급여 액수 등과 같은 근로조건이나 복무관리, 인사평가 등은 국내 본사에 의하여 결정되었는바, 망인은 그 근로 장소가 국외에 있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D 국내 본사에 소속되어 국내 본사의 지휘에 따라 근무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망인은 국내의 사업에 속하여 근무한 근로자로서 산재보험법 제6조의 적용대상자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D 국내 본사에는 해외사업 전체를 관리하는 해외사업본부가 있고 해외사업본부 내에는 해외사업개발실, 해외사업기획실 및 각 지역별 법인을 총괄하여 관리하는 유럽지원실, 아태지원실, 미주지원실 등이 있으며, 해외사업본부 조직도(갑 제4호증)에 의하면 미국법인, 영국법인, 러시아법인 등 각 지역별 법인이 해외사업본부 내 하나의 부서처럼 위치하고 있고, 위 조직도에는 '법인장 또는 주재원의 리포트 라인: 권역별RHQ 및 본사 담당 실장에게 보고', '유럽권역 ▷ 유럽 RHQ, 유럽지원실'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이에 의하면 각 지역별 법인의 법인장 또는 주재원은 국내 본사의 권역별 지역본부장 및 담당 지원실 실장에게 주요 현안을 보고하는 구조였다.

나)

망인이 재직한 러시아법인은 E, F 등 판매법인이 러시아 시장에서 원활하게 판매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금융컨설팅을 지원하는 D의 자문법인으로 국내 파견 인력 1명(망인)과 현지 채용 인력 7명으로 구성되었다. 망인은 러시아법인장으로서 법인의 실적 관리, 현지 직원에 대한 업무 지시 · 감독 등 러시아법인의 업무를 총괄한 사실은 인정되나, 망인이 자율적으로 러시아법인을 운영한 것이 아니라 국내 본사의 해외사업본부 유럽지원실 총괄임원 등의 지시 ·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였다. 예컨대 망인은 현지 인력 채용 시 국내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현지 인력 구조조정 시에도 유럽지원실 총괄임원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또한 갑 제9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망인은 매월 국내 본사 회계팀에 보고하는 회계결산자료를 준비하였고 매월 국내 본사 유럽지원실 총괄임원에게 러시아법인의 사업추진 현황, 현지 동향 등을 보고하였으며 매분기별로 국내 본사 해외사업본부장에게 업무보고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 또한 망인은 2024년 카자흐스탄 신규법인 설립 업무, 우즈베키스탄 F 판매금융 활성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매월 국내 본사 해외사업본부 총괄임원에게 추진경과를 정기적으로 보고하였고, 배당금 이슈로 인해 역외계좌 개설을 위하여 위 총괄임원에게 품의서를 기안하는 등 러시아법인의 신규사업 추진이나 각종 이슈를 해결함에 있어 국내본사 해외사업본부 총괄임원의 승인을 받았고 정기적으로 해당 사업의 추진경과를 보고하였다.

다)

피고는, 망인이 국내 본사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거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기는 하였으나 이는 모회사 · 자회사 간 지배종속관계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고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지휘 · 감독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독립적으로 러시아법인을 운영한 것이 아니라 국내 본사 내 해외법인을 관리하는 총괄부서인 해외사업본부의 승인 또는 국내 본사의 이사회의 승인 등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였고, D의 사실관계확인서에 의하여도 '러시아법인은 국내 본사 유럽지원실에서 관리하므로 망인은 국내 본사 유럽지원실의 총괄임원(실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라고 하는바, 이러한 근무형태를 두고 망인이 법인장으로서 러시아 법인을 실질적으로 운영하였고 국내 본사는 단지 모회사로서 자회사의 사업 수행에 관여하였던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망인이 국내의 사업에 소속되어 그 지휘에 따라 근무하였던 것으로 평가함이 상당하다.

라)

망인은 국내 본사에 입사하여 약 8년간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2008. 9. 25. 국내 본사의 해외사업팀으로 발령받은 뒤 2009. 8. 3. 유럽사무소로 발령받아 처음으로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다가 2013. 10. 11. 다시 국내 본사의 Global운영팀 등에서 근무하다가 2016. 11. 1. 러시아법인에 발령받아 다시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D의 해외주재원 인사규정 제9조에 의하면 해외주재기간은 4년을 원칙으로 하는데 망인의 경우 2020년경 국내 본사 복귀가 연기되었고 2021. 5.경 러시아법인장의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러시아법인 내 유일한 한국직원이었던 망인이 2021. 5. 26. 러시아법인장으로 발령받게 된 것이었다. 즉 망인은 해외현장 근무를 조건으로 채용된 경우가 아니라 국내 본사에서 근무하다가 D의 인사명령에 따라 전보의 형태로 러시아 법인의 주재원 또는 법인장으로 발령받은 것이었고, 2024. 7. 1.자로 국내 본사에 귀임하여 유럽사업팀 팀장으로의 발령이 예정되어 있었다.

마)

망인이 러시아법인장으로 근무하는 기간 동안에도 국내 본사의 인사관리체계인 근속연수에 따른 직급체계(시니어 직급)를 적용받았고 국내 본사의 해외주재원 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았다. 이에 따라 망인은 휴가 시 국내 본사 해외사업본부장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했고, 휴가 후 현지 시스템 및 국내 본사의 인사 ERP 시스템에 휴가를등록하였으며, 국내 본사의 해외HR팀은 망인에게 분기별로 휴가 사용 현황을 집계하였다. 또한 망인은 출장 시 국내 본사 해외사업본부장에게 사전 승인을 받았고, 출장 종료된 이후 해외사업본부장에게 출장 결과를 보고하였다.

바)

망인의 급여는 러시아법인이 직접 지급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해외주재원에 대한 급여를 국내 본사에서 지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중과세 문제, 국세청의 해외 송금 제재로 인해 2017년부터 지급 주체만 국내 본사에서 해외법인으로 변경된 것이었고, 급여 액수는 국내 본사가 결정하였다. 망인은 국내 본사에서 근무하는 같은 직급의 다른 직원들과 동일하게 인사평가 기준이 적용되어 매년 정기적으로 인사평가를 받았고(망인의 1차 평가자는 직속 상급자인 국내 본사 해외사업본부 유럽지원실 실장이었고 2차 평가자는 해외사업본부 본부장이었다), 국내 본사는 연간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 액수(연봉상승률, 성과급 지급금액)를 결정하고 현지 물가수준을 반영하여 액수를 조정하였고 러시아법인은 국내 본사가 결정한 금액을 지급하였다. 또한 갑 제29 내지 3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망인의 해외주재 기간 동안 국내 본사는 매년 퇴직연금 납입분을 포함하여 망인의 퇴직연금을 적립하였고 해외부임여비, 의료비, 장기근속포상금, 차량구입지원금 등을 지급하였으며 연차 미사용 수당은 해외 이중과세 문제로 국내로 복귀할 때 일괄하여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호성호(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