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에 대한 전직·전보 등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전보명령에 있어 업무상의 필요성이 컸고 전보명령으로 인하여 입게되는 불이익이 사회 통념상 통상의 전보에 따르는 정도를 현저히 넘어 근로자가 이를 감당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또 비록 원고들의 노동조합의 파행적 운영을 바로잡아 자주성과 민주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전개된 노조 집행부 불신임 운동 등에 적극 참여한 바 있으며 이 사건 전보발령으로 다소 생활상 내지 노동조합 활동상에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하여 전보발령을 하게 된 것이라고 단정할 만한 이유가 없으므로 이 전보발령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사건 / 2000.5.25 선고, 서울행법 제12부 99구8281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 임명호, 김동우, 허인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강기탁, 김진, 김도형, 김선수
° 피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소송수행자 이병주, 노태근, 남옥임
° 피고보조참가인 / 에스케이 주식회사 대표이사 김한경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완, 김대섭
° 변론종결 / 2000.4.20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들은 참가인 회사(1998.3.27 변경 전의 상호 : 주식회사 유공) 울산공장 소속 근로자들로서 원고 임명호(1989.11.1 입사)는 1998.3.3부터 기술 ^ 설비관리팀 설비관리서기로, 원고 김동우(1988.9.7 입사)는 1998.2.26부터 정유동력부 동력운전원으로, 원고 허인호(1990.1.15 입사)는 1997.10.1부터 FCC생산부 정유기술팀 장치운전원으로 각 근무하여 왔다.
참가인 회사는 1998.5.4 원고 임명호를 서울저유소 운영과 영선원으로, 원고 김동우를 대구 소재 남북송유관운영팀 송유관순찰원으로, 원고 허인호를 부산저유소 운영과 저유원으로 전보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1998.6.16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전보명령이 부당노동행위및부당전직에 해당한다면서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같은 위원회가 같은 해 8.20 그 신청을 기각하자 이에 불복하여 같은 달 29일 중앙노동위원회에 98부노94호 및 98부해405호로 재심신청을 하였는 바, 같은 위원회도 1999.2.26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증거] 갑18의 5, 갑23의 1, 2, 갑33의 1, 을1의 1, 2, 을 2의 1, 2, 을4의 1, 2, 3, 을10, 변론의 전취지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들의 주장
참가인 회사가 평소 원고들의 활발한 조합활동을 혐오하여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해 온 점, ② 원고들이 전보된 곳에서 근무하기를 원하는 근로자들이 다수 있었음에도 굳이 원고들을, 특히 원고 임명호, 김동우의 경우에는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서 근무하도록 명하는 등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없이 전보대상자를 선정한 점, ③ 전보명령에 앞서 희망자를 모집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원고들의 개별적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 ④ 직무계열의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참가인 회사 급여관리규정에 반하는 점, ⑤ 이 사건 전보명령으로 말미암아 원고들이 입게 되는 경제적 또는 노동조합 활동상의 불이익이 매우 큰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전보명령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인사권을 남용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인정사실
이 사건 전보명령에 이르게 된 배경
참가인 회사는 서울의 본사 및 생산거점인 울산 COMPLEX 이외에도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요 지역에 생산제품의 판매와 수송 ^ 저유를 위한 18개의 지사 및 11개의 저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바, 석유산업자유화조치 IMF 등으로 인하여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1998.3.19 노동조합과 사이에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합의하였고, 그 결과 참가인 회사의 수송 ^ 저유 분야 인력 258명 중 101명이 희망퇴직하기에 이르렀다.
참가인 회사 인력팀장은 1998.4.20 저유팀장으로부터 위 희망퇴직으로 인하여 산하 남북송유관운영팀 및 11개 저유소에 발생한 63명의 결원을 충원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자, 회사 전체의 인력수급현황을 고려하여 충원 규모를 61명으로 확정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희망퇴직자가 적었던(기술직인력 2,000여명 중 130명만이 퇴직) 울산 COMPLEX 소속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전환배치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다음 같은 달 22일, 울산 COMPLEX 인사교육팀에 대하여 전환배치 가능인력 56명을 추천하여 줄 것을 의뢰하였다.
울산 COMPLEX 인사교육팀은 소속 각 부서장의 추천을 거쳐 같은 달 27일 인력팀장에게 합계 86명의 전환배치 가능인력 현황을 회신하였는 바, 그 중 기술 ^ 설비관리팀에서는 원고 임명호 외 3인, 정유동력부에서는 원고 김동우 외 3인, FCC 생산본부에서는 원고 허인호 외 13명이 각 추천대상에 포함되었다.
참가인 회사는 위 회신을 토대로 같은 달 29일 인사실무위원회를 개최하여 전보대상자를 심의 ^ 확정하였는 바, 위와 같은 일련의 추천 및 심의 과정에서 가급적 대상자들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을 막고, 특히 수송 ^ 저유 인력의 신속한 충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미리 전보희망자를 모집하거나 대상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다.
참가인 회사는 같은 해 5.4 울산 COMPLEX 소속 근로자 50명, 타 지사 소속 근로자 11명, 그 외 수송 ^ 저유인력 내 자체 전환배치 근로자 25명 합계 86명에 대하여 전보를 명하는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였는 바, 울산 COMPLEX 소속 추천대상자 중 기술 ^ 설비관리팀에서는 원고 임명호만이, 정유동력부에서는 원고 김동우 외 1인이, FCC 생산부에서는 원고 허인호 외 7인이 각 최종전보대상에 포함되었다.
이 사건 전보대상자의 선정기준 등
참가인 회사는 이 사건 전보 대상자를 정함에 있어 우선 i) 해당 직종 근무경력 3년 이상인 고졸 이상 학력 소지자, ii) 해당 사업장 지역에 가급적 연고가 있는 사원(출신학교, 가족 또는 친 ^ 인척), iii) 기타 부서장이 저유소 근무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사원을 선정기준으로 정하고, 그 외 근로자의 업무수행능력, 근무경력, 나이 등을 함께 고려하였는데 참가인 회사가 원고들을 최종 전보대상자로 선정한 근거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원고 임명호
기술 ^ 설비관리팀에서 전보대상자로 추천한 4명 중 위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모두 장기간 사무업무만을 담당해 온 반면 위 원고는 10년 이상 정비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었으므로 위 원고를 저유소에서 근무토록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고, 나머지 3명만으로도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어 후임을 충원하는데 따른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고 김동우
위 원고는 상대적으로 정유동력부에서의 근무실적이 낮은 편이었던 데다가 비교적 나이가 어려 송유관 순찰 업무를 담당케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원고 허인호
위 원고는 연고지가 부산으로서 그 곳에서 초 ^ 중 ^ 고등학교를 모두 마쳤고, 당시 부모가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부산저유소로 옮겨 근무하더라도 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전보명령으로 말미암아 연고지가 아닌 곳에서 근무하게 된 근로자는 울산 COMPLEX 소속 전보대상자 50명 중 원고 임명호, 김동우를 포함하여 합계 25명인 바, 참가인 회사는 위와 같이 다수의 근로자가 비연고지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가지 생활상의 불편을 겪게 되자 같은 해 7.6 이들에게 하숙비, 주택임차자금 등을 지원하는 `이동사원 주거안정 특별지원책'을 마련하였고, 원고 임명호, 김동우 역시 이에 따른 지원을 받았다.
한편 참가인 회사의 급여관리규정에서는 일반직 사원의 경우 원칙적으로 직무계열을 변경할 수 없되, 다만 효율적인 인력활용을 위하여 직무계열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변경사유와 해당사원의 자격요건 등을 인사 ^ 총무부문 장과 협의하여 해당 부문 장이 결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는 탄력적으로 직무계열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바, 이 사건 울산 COMPLEX 소속 전보대상자 50명 중 직무계열이 변경된 근로자는 원고들을 포함하여 46명이며(원고들은 운전 ^ 정비계열에서 저유계열로 그 직무계열이 변경되었다), 1995년 이후 이 사건 전보 명령시까지 이루어진 수차의 인사명령 결과 직무계열이 변경된 근로자는 합계 548명에 달한다.
노동조합 내에서의 원고들의 지위 및 조합 활동
원고 임명호는 1996.4월경부터 1998.3월경까지, 원고 김동우는 1997.4월경부터 1998.3월경까지, 원고 허인호는 1996.4월경부터 1997.3월경까지 각 참가인 회사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활동하였다.
1996.4.1 소외 김풍경을 위원장으로 하여 출범한 임기 3년의 제16대 노동조합 집행부는 독단적으로 조합을 운영하고 단체교섭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을 포함한 일부 조합원 및 대의원들의 반발을 초래하였다.
원고들은 1997.8.29 개최된 제4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이정묵을 중심으로 김풍경이 노조 위원장으로서의 직무를 태만히 한 데 대한 책임을 추궁하다가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긴급발의하였으나, 위원장이 의안 채택을 거부하고 곧바로 폐회를 선언해 버리자 추후 위원장에게 발의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차회 임시대의원대회의 소집을 요구하기로 하고, 다른 대의원들과 함께 그 취지를 기재한 서면에 서명하였다.
원고들은 1997.8.30 이정묵 및 다른 대의원, 조합원 등과 함께 유공노동조합 바로세우기 모임을 결성하고, 집행부 불신임 서명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면서 그 일환으로 정문 또는 출입문 밖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유인물을 나누어주는 등의 홍보활동을 하였다.
참가인 회사는 원고들의 위와 같은 활동이 불법유인물 배포 및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1997.10.1 원고 김동우에 대하여 출근정지 1개월, 원고 허인호에 대하여 출근정지 25일, 1997.11.26 원고 임명호에 대하여 출근정지 1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증거] 갑1(일부), 3, 갑8의 1, 2, 3, 갑11의 1, 2, 3, 갑12의 1 내지 4, 갑13의 1, 2, 3, 갑14의 1 내지 15, 갑15의 1, 2, 3, 갑16의 1 내지 5, 갑17의 1 내지 4, 갑21의 4, 6, 7, 갑26, 갑33의 1, 2, 을6의 1 내지 7, 을7의 1 내지 5, 을8의 1 내지 18 을9의 1 내지 4, 을10, 13, 16, 18, 19, 20, 을23의 1, 2, 3, 을24, 26, 증인 김영태, 변론의 전취지
판 단
전보명령의 유효요건
근로자에 대한 전직 ^ 전보 등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의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인사명령이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1.7.12 선고 91다12752 판결, 1993.2.23 선고 92누 11121 판결, 1995.8.11 선고 95다1077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전보명령이 `정당한 이유없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전직 ^ 전보 등의 불이익 처분을 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따라서 사용자의 전보명령이 업무상 필요없이 이루어졌거나 업무상 필요가 있더라도 근로자에게 통상 예측할 수 없는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이라면 정당한 이유가 없는 처분으로서 무효라 할 것이다.
이때 전보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는지, 어떠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관한 선정기준에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근로자가 전직에 따라 입게 될 불이익이 통상 예측할 수 있으며 감수할 만한 정도의 것인지, 위와 같은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불이익을 비교 ^ 교량하여 본 결과는 어떠한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전보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를 보면,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① 이 사건 전보명령이 있을 무렵 참가인 회사는 희망퇴직 결과 대규모 결원이 발생하여 울산 COMPLEX의 여유인력을 산하 각 저유소로 전환배치할 업무상의 필요성이 컸던 점, ② 참가인 회사가 연고지, 업무수행능력, 근무경력, 나이 등을 선정기준으로 삼아 원고들을 각 해당 근무지로 전보시킨데 나름의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점, ③ 효율적인 인력활용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소속 근로자의 직무계열의 변경이 가능하므로 이 사건 전보명령이 참가인 회사의 급여관리규정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이와 같은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 이상 전보명령을 함에 있어 반드시 사전에 희망자를 모집하거나 원고들의 개별적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없는 점, ⑤ 또한 원고들이 이 사건 전보명령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불이익이 사회통념상 통상의 전보에 따르는 정도를 현저히 넘어 근로자가 이를 감당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전보명령이 `정당한 이유없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전보명령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 가입이나 활동 등 노동조합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처분을 할 수 없다(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1호). 따라서 사용자의 전보명령이 이러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면 이는 무효이다.
이때 전보명령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보명령의 시기, 사용자와 노동조합과의 관계, 동종의 사례에 있어서 조합원과 비조합원에 대한 제재의 불균형이 있는지, 종래의 관행에 부합하는지, 기타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를 보면, ① 이 사건 전보명령은 원고들이 노조 집행부 불신임 운동 등에 참가한 때로부터 이미 9개월 남짓 경과한 시점에서 내려진 점, ②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전보명령은 참가인 회사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근로자의 경력과 능력 및 연고지 등을 참작하여 합리적 기준에 의하여 행하여진 점, ③ 이 사건 전보명령이 유독 원고들에 대하여 부당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볼 만한 뚜렷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원고들이 노동조합의 파행적 운영을 바로잡아 그 자주성과 민주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전개된 노조 집행부 불신임 운동 등에 적극 참여한 바 있으며, 이 사건 전보명령으로 말미암아 다소 생활상 내지 노동조합 활동상의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참가인 회사가 원고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이를 방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전보명령을 하게 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전보명령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영태(재판장), 김성수, 김민기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