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조건 명시서면 미교부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무죄.
사건정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판결
사건
2017고정1848
판결선고
2018. 7. 20.
수원지방법원성남지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광주시 C에 있는 (주)D의 대표자인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6. 2. 29.부터 2016. 5. 25.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한 E의 연차수당 합계 147,360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법정진술
증인 E의 일부 법정진술
근로계약서 사본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선고유예할 형: 벌금 10만 원, 노역장유치: 1일 10만 원)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미필적 범의에 의한 범행으로 보이는 점, 미지급 연차수당이 147,360원으로 비교적 소액이고, 현재 위 미지급액이 모두 지급된 점 등 참작]
무죄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과 관련한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6. 2. 29.경 위 사업장에서, E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과 관련한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법원의 적법한 증거조사로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E에게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피고인이 E에게 위와 같은 서면을 교부하였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2016. 2. 29.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관리부 직원으로 입사한 E에게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휴일 및 연차 유급휴가 등의 사항이 명시된 표준근로계약서(증거기록 20쪽 참조, 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를 제시하면서 여러 차례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반면 E은 이 사건 계약서를 제시받은 적이 전혀 없고 2016. 5. 25. 이 사건 회사를 퇴사할 당시 처음 근로계약서를 제시받았으나 퇴직하면서 근로계약서에 서명할 이유가 없어 서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바, 아래에서는 피고인과 E의 각 주장의 신빙성에 관하여 본다.
아래와 같은 사정은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사정이다.
i ) 이 사건 회사의 직원으로 E이 입사 및 퇴사할 당시에는 인사·총무과 직원으로 근로계약서 체결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F는 이 법정에서 E의 입사 당일부터 퇴사할 때까지 E에게 여러 차례 이 사건 계약서의 원본 또는 사본을 제시하며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증언하였다. 물론 F가 현재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입장이라는 점을 적극 고려하더라도 E과 사이의 대질신문에서 나타난 F의 태도와 증언 내용 등을 고려할 때, 그 신빙성을 쉽사리 배척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검사는 F가 처음 진술할 당시 E에게 근로계약서 사본을 교부하였다는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F의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하고자 하나 F의 일관된 주장은 E에게 표준근로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청하였다는 것이어서 나중에 E이 확인할 수 있도록 사본을 교부하기도 하였다는 것과 서로 모순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ii ) 이 사건 회사는 상시근로자 35여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하는 규모의 중소기업인데, E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의 경우 모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은 위 근로계약서들이 사실대로 기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근로계약서 양식이 서로 다른 것도 있으나,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유리한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 나머지 근로자 모두에 대한 근로계약서를 임의로 만들어 제출한 것이라고 보기 것은 무리가 있다.
반면 아래와 같은 사정은 E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한다.
i ) E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자신의 임금이 채용 당시 들었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고 느끼고 있었고, 그 외 회사 분위기와 대표자의 태도 등에도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E은 다른 직장을 알아보다가 입사한지 3개월이 되지 않은 2016. 5. 25.경 이 사건 회사를 퇴사하였다는데, 회사에 대한 불만 때문에 제시받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ii ) E의 나이 및 회사 경력, 나아가 E이 이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이나 태도 등을 고려하면, E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의무나 근로자의 권리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자신의 정보 등에 대해 강한 권리의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용자와의 지위 차이 때문에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은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사건에 있어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iii ) E은 이 법정에서 자신의 근로계약서는 물론 다른 직원의 근로계약서, 나아가 이 사건 회사에서 근로계약서 양식조차 전혀 보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E이 인사기록카드 등을 관리하는 관리부 차장으로 근무하였다는 점, E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E은 입사 후 직원들의 신상파악 등을 위해 인사기록카드를 열람해 보았던 점, 앞서 본 것처럼 다른 직원들의 경우 모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고, 근로계약서는 인사기록카드와 함께 관리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E의 이 부분 주장도 쉽사리 믿기 어렵다.
iv ) E은 이 사건 회사에서 퇴사한 후 1년이 넘게 지난 시점에 비로소 이 사건 회사로부터 1,164,233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인을 고소하였으나 판시 범죄사실에 기재된 이틀 치 연차수당 147,360원에 대한 미지급 사실만 확인되었을 뿐, E 주장하는 나머지 임금과 관련된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 공시의 취지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오택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