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는 반도체 장비 부품 제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2002. 8. 1.부터 2023. 3. 30.까지 근무하였다.
피고 회사는 2005. 3. 29.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이사로 선임하고 2005. 4. 7. 이사 취임등기가 이루어졌다. 이후 원고는 주주총회에서 3년마다 이사로 재선임되었고, 그때마다 이사 중임등기가 이루어졌다.
피고 회사는 2023. 3. 28.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대표이사 재선임 등을 결의하였으나, 2023. 3. 30.자로 임기가 만료하는 원고에 대한 이사 재선임 안건은 상정하지 아니하였다. 이후 2023. 4. 4. 원고에 대한 이사 임기만료등기가 이루어졌다.
상법, 피고 회사의 정관, 취업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6호증 및 을 제1, 2, 4, 9, 2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경리, 세무, 총무 업무를 담당하였고, 2005. 3. 29. 형식상 이사로 등기된 이후에도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대표이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피고 회사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
원고는 정년인 만 60세가 지난 후에도 피고 회사의 동의하에 근로관계를 유지하던 중 2023. 3. 28. 주주총회에서 원고에 대한 이사 재선임 결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하였으므로, 위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인 2023. 4. 1.부터 2023. 8. 20.까지의 임금 합계 63,449,97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2023. 8. 21.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매월 13,316,66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상법상 이사와 감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하고(상법 제382조 제1항, 제409조 제1항) 그 등기를 하여야 하며, 이사와 감사의 법정 권한은 위와 같이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와 감사만이 행사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러한 선임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다만 회사로부터 이사라는 직함을 형식적․명목적으로 부여받은 것에 불과한 자는 상법상 이사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도 이를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이라 할 수 없고,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 등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 기초 사실 및 갑 제1, 3, 6, 7, 13, 14호증 및 을 제1 내지 3, 5, 7 내지 11, 16, 20, 22 내지 3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라 등기이사로서 2023. 3. 30. 위임계약에서 정한 임기만료로 퇴직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 회사의 2006. 1. 1.자 조직도를 보면, 대표이사 C, 총괄이사 D, 관리본부 이사 원고, 영업본부 이사 E, 생산본부 이사 F이 있었다. 원고를 포함하여 이사 직함을 가지고 있는 자는 5명으로 당시 모두 등기이사였으며, 그 아래 직함은 팀장, 차장, 과장 등이었다. 제출된 자료 중 가장 최근의 조직도인 2022. 12. 31.자 조직도를 보면, 대표이사 D, 관리본부 전무 원고, 영업·제조본부 전무 E, 신사업본부 전무 F이 있었고, 위 4명은 당시 모두 등기이사였으며, 그 아래 직함은 G을 제외하고 부장, 차장, 과장 등이었다. 한편, G은 조직도상 이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으나 비등기이사였다. 위와 같이 피고 회사는 등기이사와 비등기이사를 구분하고 있다.
상법상 이사는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하여 선임되는데(상법 제382조 참조), 피고 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 및 주주총회 의사록 등을 보면, 등기이사들은 모두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 선임되었고, 이후 3년마다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 재선임되거나 임기만료로 퇴임한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이루어지고, 이사는 이사회에 출석하여 위 결의에 참가하므로(상법 제391조, 제393조 참조), 이사회 출석 및 결의 참가 여부는 상법상 이사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피고 회사는 앞서 본 것과 같이 등기이사와 비등기이사를 구분하고 있는데,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원고를 포함한 등기이사들만이 이사회에 출석하여 상정된 안건에 대한 찬반표결을 하고 이사회 의사록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하였다. 또한,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원고는 인사위원회 위원으로서 대표이사를 포함한 다른 등기이사들과 함께 직원의 승급, 징계에 관한 결정에도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대표이사와 같이 최종적인 결재권자의 지위에 있지 않더라도, 상법상 이사의 지위에서 이사회 등을 통하여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등기이사라는 형식적 지위에 기하여 이사회 결의에 참가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업무집행에 관한 모든 결정을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모든 안건이 등기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결의되었음을 들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상법 및 피고 회사의 정관은 이사로 하여금 이사회에 출석하여 결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주장이 사실이 더라도 그 사실은 원고를 포함한 등기이사들이 대표이사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따름으로써 이사로서의 책무를 방임하였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법적으로 원고의 상법상 이사로서의 이사회 출석 및 결의 참가 권한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원고는 등기이사가 된 후에도 관리부서의 총괄자로서 기존 업무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이고 피고 회사의 주요 결정사항은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아 시행하였다고 주장한다. 원고는 그 근거로 피고 회사가 제출한 전결규정을 토대로 본 부장의 전결사항은 경미하거나 정형화된 것에 그치고 있어 등기이사라는 직책에 버금가는 권한이 없음을 지적하고 있으나, 위 전결규정은 2005. 4. 1. 시행된 후 개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전결권자로 명시된, 사장, 총괄이사, 본부장이라는 직함이 현재 피고 회사의 조직도상 직함과 일치하지 아니하여 위 전결규정을 토대로 현재 전무이사인 원고의 구체적인 업무를 파악하기 어렵고, 피고 회사의 정관에 의하면 전무이사는 대표이사를 보좌하여 그 업무를 분장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그밖에 원고의 주장 및 제출된 증거만으로 원고가 등기이사로 선임되기 전과 후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업무를 하였는지, 그 업무가 사실상 동일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한편, 원고가 근로자라면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취업규칙 제22조 제1호를 보면, 직원은 ‘임원으로 취임할 때, 정년에 달했을 때’ 퇴직 처리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원고는 2005. 3. 29. 이사로 선임되어 2005. 4. 7. 이사 취임등기를 마쳤는데, 원고에 대한 2005. 5. 10.자 퇴직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보면, 원고는 2002. 8. 1.부터 2005. 3. 31.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동안의 퇴직급여로 13,444,440원을 지급받았고, 원고의 2022. 1.부터 2023. 3.까지의 급여 지급명세서에 의하면 원고의 근무일수는 28일, 30일 또는 31일, 연차일수는 0일, 휴일근로는 0일, 주휴일수는 0일로 각 기재되어 있어 원고에게는 근로기준법 또는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 제37조 내지 제40조에 규정된 휴일 및 휴가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 제21조를 보면 ‘직원의 정년은 만 60세이고, 업무상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1년의 범위 내에게 촉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정년을 도과하였음에도 재고용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계속하여 등기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였다. 이는 비등기이사인 G이나 H, 직원인 I나 J 등이 퇴직절차를 거친 뒤 촉탁근로계약서 또는 임원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기존의 업무를 수행한 것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등기이사와 직원 간은 물론, 등기이사와 비등기이사 간 근무 형태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상법상 이사의 보수는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하는데(상법 제388조 참조), 피고 회사의 정관에는 임원의 보수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퇴직한 임원의 퇴직금은 주주총회가 정하는 퇴직금 지급 규정에 의한다고 되어 있다. 피고 회사의 2017년도 주주총회 의사록 등을 보면, 주주총회에서 임원보수 한도액을 결의하면서 개별 보수액을 이사회에 위임하였고, 임원 상여금 및 퇴직금 지급 규정을 결의하였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는 임금 등의 결정에서도 원고를 상법상 이사로 대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사회에서 주주총회로부터 위임받은 개별 보수액 결정을 다시 대표이사에게 위임함으로써 사실상 대표이사가 독단적으로 임원의 보수를 정하였다고 주장하나, 상법 제288조는 이사가 자신의 보수와 관련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해를 방지하여 회사와 주주 및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므로(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 등 참조), 주주총회가 이사 전원에 대한 보수의 총액이나 상한액을 정한 이상 회사와 주주 및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해할 염려가 없으므로, 개별 이사에 대한 보수액 결정은 이사회에 위임할 수 있다고 보인다. 다만, 이사회가 다시 대표이사에게 개별 이사에 대한 보수액 결정을 위임하는 것이 허용되는지에 대하여 논의가 있을 수 있으나, 피고 회사가 원고를 포함한 임원의 보수한 도액을 상법에 따라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 이상 이사회가 주주총회로부터 위임받은 개별 이사에 대한 보수액 결정을 대표이사에게 다시 위임하는 결의를 하였더라도 위 결의는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를 포함한 등기이사들이 대표이사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따른 결과이고, 주주총회로부터 위임받은 구체적인 보수액 결정을 이사회가 스스로 하는지 또는 대표이사에게 위임하는지 여부가 원고의 등기이사로서의 지위를 좌우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원고는 2023. 8. 21.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의 임금을 구하면서 월 임금을 13,316,660원(월 기본급 9,400,000원 + 월 기본상여급 3,916,660원)으로 책정하였다. 이 중 기본급만 비교하더라도 비등기이사인 G의 2023. 6. 5.자 촉탁근로계약서상 명시된 기본급(정확히는 촉탁근로계약서상에는 ‘기본급 및 제수당을 포함한 급여’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하 같다) 6,000,000원, 비등기이사인 H의 2024. 8. 23.자 임원근로계약서상 명시된 기본급 6,300,000원, 직원인 I의 2023. 10. 20.자 촉탁근로계약서상 명시된 기본급 2,070,000원, 직원인 J의 2023. 10. 12.자 촉탁근로계약서상 명시된 기본급 3,000,000원보다 훨씬 큰 액수이다. 위 기본급에 상여금까지 보태어진다면 그 차이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이므로, 등기이사와 직원 간은 물론 등기이사와 비등기이사 간의 임금 격차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고용보험료를 공제하고 임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나 원고를 피보험자로 한 고용보헙 가입 등은 피고 회사가 다른 경제적인 이유로 임의로 정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고, 앞서 본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나 고용보험료 공제만으로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피고 회사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회사의 등기이사로서 피고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하던 중 주주총회에서 마지막으로 재선임된 2020. 3. 30.부터 3년이 경과한 2023. 3. 30. 임기가 만료됨으로써 피고 회사와의 위임관계가 종료되었다.
소결
그렇다면, 원고가 피고 회사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해고무효를 확인하고, 미지급 임금 및 복직 시까지의 임금 지급을 청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정택(재판장) 우민제 유소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