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신약, 의약품, 의약부외품의 연구개발,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1992. 12. 16. 피고에 입사하여 재직하다 2023. 3. 31. 퇴직한 근로자이다.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경과 등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가 2013. 5. 22. 개정되어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1>, 2016. 1. 1.부터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 시행하기로 예정하면서, 피고는 근로자의 정년을 기존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피고는 2015. 8.경 위 법률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와 내용 등에 관하여 ‘인사제도(연봉제, 임금피크제) 설명회’를 거친 후, 2015. 8. 10.경 근로자 389명 중 303명의 동의를 얻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임금피크제 규정을 제정하여 2016. 1. 1. 이를 시행하였다.
피고는 2019. 12. 16. C노동조합 D 지부와 임금피크제의 적용 시기를 1년 늦추고 감액률도 감축하기로 합의하여, 취업규칙과 임금피크제 규정을 각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변경하고, 2020. 1. 1. 이를 시행하였다(이하 피고가 시행한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임금피크제 규정
원고는 2015. 8. 10.경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한 취업규칙 변경에여 동의하였고, 매년 자신에게 적용될 임금피크제 내용을 안내받으면서 ‘임금피크제 적용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을 듣고 숙지하였다’는 취지의 서명을 하였다.
원고에 대한 임금피크제의 적용
원고는 E생으로 2018. 1. 1.부터 2022. 3. 31.까지 5년간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내지 4,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는 다음과 같은 절차상 위법이 있다. ① 2016. 1. 1.자 취업규칙 개정 당시 피고는 근로자들로부터 동의서에 형식적인 서명을 받았을 뿐,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근로자들이 회의를 통해 동의 여부를 밝히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② 2020. 1. 1.자 취업규칙 개정 당시 피고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동의가 있어 유효하다고 주장하나, 해당 노동조합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아니므로 개정절차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고령자고용법상 강행규정인 연령차별금지 조항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위반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정년이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연장되기는 하였지만, 임금피크제 최종 년도의 임금은 시행 이전의 40%까지 떨어져 근로자의 불이익이 과도하다. ②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확보한 재원을 제도 도입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 ③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기간 동안 원고에 대한 업무량, 근무시간 등을 조정하는 대상조치를 전혀 시행하지 않았다.
원고는 2017년 피고로부터 총 96,304,665원의 임금을 지급받았고, 이를 매월 평균 수령액으로 환산하면 7,858,722원<2>인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원고는 최소한 위와 같은 임금을 퇴직시점까지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으로 인해 임금이 감액되어 원고는 2017. 1. 1.부터 2022. 3. 31.까지 51개월간 합계 249,557,319원(2018년 99,008,870원, 2019년 73,637,889원, 2020년 60,391,088원, 2021년 51,606,804원, 2022년 16,519,472원)의 임금만 지급받았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원고가 수령하였을 임금 400,794,822원(= 7,858,722원 × 51개월)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실수령 임금의 차액인 151,237,503원(= 400,794,822원 – 249,557,319원) 및 이에 대하여 정년퇴직일 다음날인 2022. 4. 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상 위법 여부 판단
2016. 1. 1.자 취업규칙 개정의 절차적 하자 존부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다. 동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한다.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이때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 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23185, 2319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위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2016. 1. 1.자 취업규칙 개정에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 절차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016. 1. 1.자 취업규칙 변경 당시 일반직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동의가 필요하다. 피고의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에 대한 ‘의견동의서’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취업규칙 변경 동의 여부에 관한 동의 여부를 표시하였고, 동의율은 389명 중 303명의 동의를 얻어 77.8%(근로자 389명 중 303명의 동의)로 집계되었다.
피고는 근로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기 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인사제도 설명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과 내용을 설명하였다. 피고의 설명회 자료에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의 배경뿐 아니라 피고의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는 점, 만 56세부터 60세까지의 임금에 대한 감액률과 피크 임금대비 지급률에 대한 내용, 퇴직금이 DC형으로 전환되는 점, 임금피크제 전환시기 및 대상 등이 기재되어 있는바, 피고의 설명회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설명이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 스스로도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에 직접 서명하였다.
피고가 위 설명회 개최 무렵부터 근로자들로부터 동의를 받는 일련의 과정에서 근로자들을 기망, 유인하거나 강요, 독촉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그밖에 위 과정에서 피고 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
2020. 1. 1.자 취업규칙 개정의 절차적 하자 존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기득권·기득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55488 판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2020. 1. 1.자 취업규칙은 임금피크제의 적용 대상을 만 56세 이상 근로자에서 만 57세 이상 근로자로 변경하고, 피크연봉대비 감액률을 낮추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는바,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1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C노동조합 D 지부와의 2019년 임금교섭 협의에 따른 임금피크제 변경 등에 관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 442명 중 334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는바, 2020. 1. 1.자 취업규칙 역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다고 보이고, 달리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 절차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소결론
따라서 2016. 1. 1.자 취업규칙 개정 및 2020. 1. 1.자 취업규칙 개정의 절차적 하자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금지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관련 규정 및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은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한다.
위 조항에서 정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으로써 일정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없이 오직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7 내지 9,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 연령인 만 55세를 만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정년이 연장된 만 56세부터의 임금을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것인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대신 고용기간을 연장하여 근로자의 안정적인 정년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고령자고용법 개정 시 정년 연장과 함께 ‘사업주와 근로자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제19조의2 제1항)하였는바, 이는 정년 연장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노사 간에 분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사업주의 부담을 경감하려는 것으로써, 부분적인 감액을 수반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예정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위 조항이 정한 ‘임금체계 개편 조치’로서 법적 근거가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대상 근로자들의 정년 전 5년간 연평균 임금은 감액률에 따라 감소하지만, 기존 정년인 55세까지는 기존의 감액되지 않은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만 감액률에 따라 감액된 임금을 지급받는 것이다. 원고는 정년 연장에 따른 효과로 연장된 정년인 56세부터 60세까지 5년간 284%(= 80% + 65% + 55% + 45% + 40%)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하고 있는 감액률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근로자들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원고가 주장하고 있는 리조트 이용권, 안식휴가비, 황금열쇠 등 미지급 부분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무관한 직급 내지 근속연수에 따른 복리후생적 조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달리 이를 임금피크제로 인한 불이익라고 볼 근거가 없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방해하였다고도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 것과 무관한 사안으로 보인다).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피고는 원고의 근무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영업목표 감축과 영업지역 조정을 시행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고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원고는 업무성과에 따른 상여 및 인정상여를 지급받는 영업직군에 근무하고 있었는바, 이러한 업무는 통상 영업목표의 달성 여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업무성과에 있어 직급이나 경력의 중요성은 떨어지며, 그에 따른 성과급의 비중이 높은 대신 업무방법 등과 관련하여 자유도가 높은 편이므로, 원고의 업무량이나 업무강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사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사정으로 고려함에 있어서 주요 요소로 삼기 어렵다. 따라서 설령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의 업무량, 업무강도 등에 관하여 명시적인 저감 조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혜주
각주1) 구 고령자고용법(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정년)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정년) ①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
각주2) 원고의 주장에 따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