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5. 2. 4. 선고 2023고단2031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관악구 B에 있는 C 주식회사(이하 ‘C’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6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인력공급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군포시 D물류센터에 있는 E회사 물류센터에서 2019. 5. 13.경부터 2021. 7. 13.경까지 근로한 F의 퇴직금 4,788,083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6명(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고 한다) 퇴직금 합계 30,294,787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요지

○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퇴직금청구권의 발생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

일용직 근로자로서 근로기간이 매일 종료되므로,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이 인정될 수 없다.

-

계속근로기간이 일부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공백기간이 있는 경우 계속근로는 단절되어야 한다. 마지막 근무일로부터 7일 이내에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1년 이상의 계속근로를 충족하지 못하였다.

-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주의 합계가 52주를 초과하지도 않는다.

○

설령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퇴직금청구권의 발생요건이 충족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은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8조 제1항은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려는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계속근로기간이 1년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의한 퇴직금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다236285 판결 등 참조).

○

다만,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다시 근로계약을 맺어 그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한 경우에는 갱신 또는 반복된 근로계약기간을 합산하여 퇴직금 지급요건으로서의 계속 근로 여부와 계속근로연수를 판단하여야 하고, 갱신되거나 반복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에 일부 공백 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 기간이 전체 근로계약기간에 비하여 길지 아니하고 계절적 요인이나 방학 기간 등 해당 업무의 성격에 기인하거나 대기 기간 또는 재충전을 위한 휴식기간 등의 사정이 있어 그 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은 그 기간 중에도 유지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다35040 판결 등 참조).

○

결국 각 근로계약 사이의 공백기간 중에도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실질적으로 유지되는 경우에 한하여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청구권의 발생요건이 충족되고, 반대로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근로계약에 따른 각 1년 미만의 근로기간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한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5다20780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

C는 이 사건 무렵 G, H, I 등 직업소개업체를 통해 모집된 일용직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들을 D물류센터 내 상품 상하차 및 스캔 분류 작업 등 업무에 투입하였다.

○

위 각 직업소개업체는 통상 근로 전날~당일 C로부터 필요 인원 및 근무 장소 등을 고지받아 이를 직업소개업체에서 관리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문자 또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달하였고, 그중 출근을 원한다는 답장을 회신한 일용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필요 인원에 맞추어 C 측에 모집 여부를 통지하였다.

○

C와 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칙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매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구체적으로는 종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던 2019. 12.경까지는 1개월에 1번씩 작성하였고,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2020. 1.경부터는 매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위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자는 일용직 근로자로서 근로계약은 당일 근무 후 당일 단위로 종료된다.’, ‘업무상 필요에 따라 일용직으로 계속 근무하게 되는 경우 본 계약과 동일한 내용으로 1일 단위로 갱신하는 것으로 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소정근로일로 한다.’, ‘임금은 매일 퇴근하는 당일 날 근로자가 지정한 은행계좌로 입금한다.’라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다. 특히 2019. 12. 9.경 이후 체결된 근로계약서에는 ‘일용직 근로의 특성상 마지막 근로일로부터 7일 이내에 새로운 일용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마지막 근로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으로 본다.’라는 규정이 추가되었다.

○

이 사건 근로자들은 위 근로계약에 따라 대체로 당일 19:30~20:30경 업무를 시작하여 다음날 04:30~06:00경 종료하였고, 다음날 일당을 계좌로 지급받았다.

○

이 사건 근로자들은 다음과 같은 기간 동안 C와 위 근로계약 체결을 반복하였고(체결 기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기간(주요 단절 기간)이 존재한다.

다.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퇴직금청구권의 발생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구체적 이유는 아래와 같다.

○

C와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은 계약서의 제목 및 내용, 임금 지급 방식 등에 비추어 일용근로계약에 해당한다. 위 근로계약서는 제목을 ‘일용직 근로계약서’로 정하고 있고, 계약기간이 근로계약일자 당일에 한정됨을 명시하고 있으며, 임금도 하루 단위로 계산하여 일당으로 지급하였기 때문이다. 그밖에 1개월을 초과하는 계속적인 근로관계를 전제로 하는 근로조건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기도 하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위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관계는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들이 근로를 제공하는 날마다 개별적으로 성립하여 당일의 근로를 마치는 대로 각각 종료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만약 이러한 계약 관계가 매일 반복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일 단위의 일용근로계약의 체결 및 종료가 되풀이되었을 뿐이므로, 이 사건 근로자들이 상당 기간 일용근로계약을 반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 예외적으로 일용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청구권의 발생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형식상으로만 일용직 근로자로 되어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근로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상용근로자에 준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 형태가 상용근로자에 준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

-

이 사건 근로자들은 각 해당 일자의 일용근로계약에 따른 8~11시간가량의 근로시간이 종료되기만 하면, 일용근로계약이 반복적으로 체결‧종료되고 있는 주 또는 월간에도 추가 시간을 활용하여 C 또는 직업소개업체와 무관하게 다른 회사에 지원하거나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C 또는 직업소개업체 측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이 위 근로계약과 무관한 다른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점검하거나 이를 저지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 사건 근로자들 중 F, K는 상당한 기간 주말 또는 업무 종료 이후의 시간 등에 C뿐만 아니라 O 유한회사에도 근로를 제공하여 왔는데(근로복지공단의 2024. 10. 4.자 문서제출명령회신서), 이로 인하여 C 또는 직업소개업체 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근로자들 중 일부는 C와 일용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종료하던 중 개인 사정으로 수일간 근무를 하지 않은 바 있는데, 그 과정에 상용근로자의 연차 사용과 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당시 직업소개업체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직업소개업체의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거나 일정 기간 결근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대체인원을 모집하여 C에 소개했을 뿐이고, C 또는 직업소개업체 측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예상 결근 기간을 확인하거나 사유 등을 기록‧관리하였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C에 근무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C 또는 직업소개업체 측에 근로하지 않은 날에 대한 임금이나 각종 수당 등을 청구하였다는 자료도 없다.

-

직업소개업체가 일용직 근로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도 매일 필요한 인원 및 근무장소 등을 각각 고지하였을 뿐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장래 근로계약 체결이 보장된다는 구체적인 언동을 하지는 않았다. 이 사건 근로자들 역시 지원자의 숫자가 모집인원을 초과할 때에는 지원자의 연령이나 건강 상태, 숙달 정도 등을 고려하여 선별된 인원만 C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게 되어 물류센터에서 업무를 제공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직업소개업체의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아 인력수급이 마감되는 경우에도 출근이 어렵다는 사정을 인지하고 있었다.

-

이 사건 근로자들이 수행한 상품 상하차 및 스캔 분류 작업 등 업무는 특별한 숙련도나 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노무에 가깝고, 선임자와 후임자 사이의 인수인계 등이 필요치 않아 작업인력의 대체가능성이 매우 높은 작업에 해당한다.

-

C는 일용직 근로자와 상용근로자를 비교적 분명히 나누어 관리하였다. 즉, 일용직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근로계약 갱신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거나 근무평정을 하지 않았으며 호봉을 인정하거나 경력수당을 지급하지도 않은 반면, 상용근로자들에 대해서는 계약기간을 12개월로 설정하고 일당이 아닌 월급을 지급하였으며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퇴직금을 지급한 사례가 나타난다. C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자도 자신이 어떠한 직군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결국 C가 일용직 근로자와 상용근로자를 불명확하게 구분한 상태에서 업무에 투입하였다고 할 수 없다.

-

C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근로를 마칠 무렵 보인 모습 역시 이들이 체결한 일용근로계약이 단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지는 않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 C에서 반복적으로 일용근로계약을 체결‧종료하던 일용직 근로자들은 해고, 사직‧합의해지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별도의 조처 없이 새로운 일용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방식만으로 근로를 종료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위 근로계약의 효력이 기간 만료로 당연히 소멸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

이 사건 근로자들은 약 1년 8개월~3년 11개월 동안 C와 일용근로계약 체결‧종료를 반복하였는데, 그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기간(주요 단절 기간)이 존재함은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이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은 위 주요 단절 기간 중 일부는 C 또는 직업소개업체의 사실상의 압력 때문에 부득이하게 업무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어서 계속근로기간에 산입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다만 이 사건 근로자들 중 L는 수사기관에서 위 주요 단절 기간 동안 출근문자를 받았으나 개인사정으로 본인의 판단 하에 업무를 나가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실제로도 주요 단절 기간 중 상당수가 일용근로계약 체결‧종료가 반복되던 1년이 경과하기 직전 시점에서 발생하였고, 관련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단절 기간이 퇴직금 지급 여부를 염두에 두고 설정된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엿보이기는 한다(P 녹취록 제8면, Q 녹취록 제5~6면, R 녹취록 제14면 등). 하지만 피고인 또는 C가 이 사건 근로자들이 추후 퇴직금을 청구할 것을 우려하여 위와 같은 단절 기간을 발생시켰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청구권이 인정된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앞서 살핀 정황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 단절 기간 존부 및 기간, 원인 등은 일용근로관계의 종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여러 간접사정 중 하나일 뿐이고,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 형태가 상용근로자에 준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근로계약서 내용 및 근로자들이 실제 수행한 업무의 형태, 회사의 운영 방식 등을 종합하여야 비로소 판단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4.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정기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