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3, 5, 7, 9, 11 내지 15,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을 제1 내지 6, 9, 10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2017. 2. 14. 보안 및 경비서비스업, 건물종합관리 용역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이고, 원고는 2021. 5. 14. 피고에 입사하여 2022. 10. 12.까지 피고가 관리하는 시흥시 C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서 미화원으로 근무했던 사람이다.
근로계약의 체결
원고는 최초로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기간을 2021. 5. 14.부터 2022. 5. 13.까지, 직책을 미화(여반장)주간근무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2022. 5. 1.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기간을 2022. 5. 1.부터 2022. 12. 31.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의 퇴사 경위
원고는 2022. 8.경 이 사건 건물에서 함께 근무하는 피고 소속 미화원인 D과 다투었고, 이로 인하여 D은 2022. 8. 18. 과호흡을 호소하여 119 구급대원이 출동하였다.
원고는 2022. 9. 29. 피고 소속 미화원인 E과 다투었고, 같은 날 '2022. 9. 29. 주 업무인 청소 관련하여 발생한 직원간의 불화로 인한 상황이므로 원만히 합의를 하며 향후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이 원고와 D, E 사이의 다툼이 발생한 이후 원고에게 사직을 권고하였고, 원고는 2022. 10. 12. 피고에게 권고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고 한다)를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권고사직'이라고 한다).
원고는 2022. 11. 10. 피고로부터 2,992,013원(이하 '이 사건 퇴직금'이라 한다)을 지급받았다.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
원고는 2024. 8. 8.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때까지 피고에게 이 사건 권고사직 및 퇴직금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실은 없다.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2022. 10. 12. 사직서를 제출하고, 2022. 11. 10. 퇴직금을 수령한 이후2024. 8. 8.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전까지 피고에게 해고 및 임금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 이에 피고는 원고가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신뢰하였던바, 원고의 이 사건 소제기는 실효의 원칙에 반하여 부적법하다.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45827 판결 참조). 그렇지만 근로자가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 아래에서 퇴직금을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51847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1007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권고사직 이후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전까지 피고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 갑 제6,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는 이 사건 권고사직일인 2022. 10. 12. 안산시 단원구 F에 있는 G병원에서 약물치료, 신경차단술 시술 등 진료를 받았고, 그 이후인 2022. 10. 20.부터 2022. 10. 31.까지 위 병원에 입원하여 '제5-6 경추간 추간판 탈출증' 진단 및 수술을 받았으며,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의 치료를 위한 요양기간으로 2022. 10. 20.부터 2022. 11. 27.(입원 39일), 2022. 11. 28.부터 2023. 2. 24(통원 89일)을 인정하는 등 그 치료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 점, 원고는 이 사건 권고사직 이후 다른 직장에 취업하지 아니하였고 실업급여를 신청하거나 수령한 내역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만으로 이 사건 권고사직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로서도 원고가 더 이상 이를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직권판단
관련법리
확인의 소에 있어서 확인의 이익의 유무는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당사자의 주장 여부에 관계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12905 판결 참조).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무효임의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근로를 제공할 수 있었던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하는 경우,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근로계약상 지위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이 명백하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다른 사유로 해당 근로관계가 종료되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참조). 한편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만료로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5374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근로계약이 2022. 12. 31.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이미 종료된 근로관계에 따른 지위나 신분을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를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는데 유효하거나 적절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근로계약서상의 계약기간 종료일은 2022. 12. 31.로 기재되어 있으나 구두로 피고와 계약기간 종료일을 2023. 12. 31.로 정하였고, 원고에게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16호증 등 원고가 제출한 증거 또는 참고자료(H의 사실확인서, 녹취록)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기간을 2023. 12. 31.까지로 정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앞서 거시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 즉, ① 원고는 피고와 단 1회 근로기간을 연장하였고,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기재를 살펴보면 계약 기간과 근로자의 중도퇴사등에 대해서만 정하고 있을 뿐 계약 기간만료 후 자동 갱신 또는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고 피고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도 위와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② 원고가 제출한 증거 또는 참고자료(H의 사실확인서, 녹취록)만으로는 피고가 근로계약 기간만료 후 당연히 미화원들의 근로계약을 갱신해 주는 관행이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한 점, ③ 원고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단서(「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 제1호의 고령자)에 해당하여 피고는 2년을 초과하더라도 원고를 무기계약직이 아닌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을 뿐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계약 기간이 2022. 12. 31.까지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 기간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5. 3. 20.에 이미 만료되었다. 그러므로 설령 해고무효확인의 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다만 이 사건 권고사직이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임금 등 지급청구의 전제가 되므로, 이하에서 살펴본다).
임금 등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사직의 의사가 없음에도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이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 피고는 피고 소속 직원인 I를 통해 원고에게 'E을 퇴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원고의 사직서가 필요한 것이고, 다음 해 1월에 재고용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기망에 속아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권고사직은 무효이고, 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권고사직 당시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22. 10. 12.부터 2023. 12. 31.까지 연차유급휴가 수당1,235,320원, 퇴직금 2,657,780원의 합계 3,893,1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과,2022. 10. 12.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매월 2,18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이 사건 권고사직이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처럼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등으로 무효이어서 사용자의 그 수리행위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라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고,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2다10829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거시한 증거, 을 제6,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 즉, ①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동료 미화원인 D, E과 다투었고, 이에 피고는 2022. 9. 29.경 이 사건 건물 상담실에서 원고의 동료 미화원인 J, D, E으로부터 각 원고의 비위 및 근무환경 개선요구 등과 관련된 진술을 청취하였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아니한 2022. 10.경 원고뿐만 아니라 위 D, E이 모두 사직서를 피고에게 제출한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 이 사건 권고사직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한 사실 없이 2022. 10. 20. 병원에 입원한 후 같은 해 10. 25. 수술을 받았고, 같은 해 11. 10. 이 사건 퇴직금을 수령한 후약 1년 9개월 정도 지난 2024. 8. 8.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사직을 권유받고 이를 수용하여 사직하겠다는 의사 하에 출근하지 않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사직일자를 2022. 10. 12.로 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원고가 위와 같이 사직의사를 표시한 것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이고(설령 마음속으로는 피고의 사직 권고를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할지라도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할 것이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가진의 아닌 의사표시라는 점이나 원고가 피고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설령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는 그 표시대로 효력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권고사직은 무효이고, 피고가 원고를 해고하였으므로 이 사건 권고사직이 사실상 해고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가 원고를 해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권고사직이 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가 무효이므로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하선화(재판장) 이학근 김태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