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6. 1. 28. 선고 2025가단103903 판결

주문

1.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소를 각하한다.

2.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C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변경 전 상호: E 주식회사)는 보험대리점업 등을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2)

피고 B은 원고의 직원으로서 2002. 3. 1.부터 2017. 1. 5.까지 경리업무를 담당한 자이다.

3)

피고 C은 원고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을 체결한 퇴직연금사업자이다.

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 및 원고와 피고 C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 등의 체결

1)

원고는 사용자로서 2011년 11월경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급여퇴직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퇴직하는 근로자 등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규약(이하 '이 사건 규약'이라고 한다)을 마련하였다.

2)

원고는 이 사건 규약에 따라 2011년 11월경 퇴직연금사업자인 피고 C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 및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자산관리 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자산관리 신탁계약'이라고 하고, 그에 따른 계약서를 '이 사건 자산관리 신탁계약서'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규약 및 이 사건 자산관리 신탁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원고의 사용자 부담금 납입

원고는 이 사건 자산관리 신탁계약서 제3조에 따라 피고 B을 수익자로 하여 피고B 명의의 피고 C 퇴직연금계좌에 사용자 부담금을 납부하였고, 그에 대한 운용수익이 발생하여 피고 B의 퇴직일 무렵 그 평가금액이 13,358,973원이 되었다.

라.

피고 B에 대한 형사판결의 확정

피고 B은 '2003. 4. 26.경부터 2016. 9. 25.까지 180회에 걸쳐 원고의 자금 합계436,648,529원을 퇴직금 중간정산 등의 명목으로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는 내용의 업무상횡령의 범죄사실로 징역 2년의 유죄 판결을 선고 받았고(수원지방법원 안양 지원 2018고단1059), 항소심(수원지방법원 2020노2542)에서 일부 범죄사실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받아 나머지 유죄로 인정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징역 1년 10개월의 선고를 받았으며, 위 항소심 판결은 대법원(2020도14830)을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청구의 요지

가.

피고 B에 대하여

피고 B은 근로관계 종료일인 2016. 12.경부터 3년 이내에 원고에 대한 퇴직금채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므로, 그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B을 상대로 퇴직금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한다.

나.

피고 C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B에 대하여 횡령으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고 있고,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퇴직금채권과 상계하였다. 나아가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퇴직금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따라서 피고 C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따라 원고가 납입한 사용자 부담금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없어졌으므로,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3.

판 단

가.

피고 B에 대한 소의 적법 여부

직권으로 살피건대, 원고는 피고 B을 상대로 퇴직금 지급채무 부존재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확인의 소에 있어서 확인의 이익은 그 대상인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위험할 때에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 확인판결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인 경우에 인정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93299 판결 참조). 그런데 확인의 대상인 법률관계나 그 법률관계에 따른 채권·채무가 존재하는지 또는 잔존채무액이 얼마인지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원고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불안·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할 이익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돌아와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피고 B을 상대로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퇴직금 지급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피고 B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법률관계 또는 그 법률관계에 따른 채권·채무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한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면, 이 사건 확인의 소는 그 확인의 이익이 없다.

2)

한편, 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제정된 급여퇴직법은 근로자들의 선호, 사업장의 자금 사정 등 현실을 고려하여 사업장마다 적합한 퇴직급여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퇴직급여제도로 기존의 퇴직금제도 외에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였다. 퇴직급여법에 따르면, 퇴직급여제도에는 퇴직금제도,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 및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있고(제2조 제6호),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제4조 제1항).그런데 퇴직금제도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퇴직 등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므로(퇴직급여법 제9조 제1항), 근로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퇴직금채권을 취득한다. 반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경우에는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수익자)가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하여 퇴직연금 채권을 취득한다(대법원 2018. 5. 30. 2015다51968 판결 참조). 따라서 근로자는 사용자에 대한 퇴직금채권과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퇴직연금채권을 중복하여 취득할 수 없다.

3)

그런데 원고가 퇴직급여제도로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였고, 근로자인 피고 B을 수익자로 하여 피고 C과 이 사건 자산관리 신탁계약을 체결하였으며,그에 따라 피고 C에 사용자 부담금을 납입하였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 B은 퇴직급여 지급사유가 발생할 경우 피고 C을 상대로 퇴직연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 뿐, 원고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와 피고B 사이에서 퇴직금 지급과 관련된 다툼이 생길 여지가 없다.

4)

실제로 피고 B이 원고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지도 않았으므로, 원고과 피고 B 사이에서 퇴직금 지급과 관련된 다툼이 있는지 여부 자체도 불분명하다.

5)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확인 청구를 '피고 C의 피고 B에 대한 퇴직연금 지급채무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선해하더라도, 위 확인판결로서 이익을 얻거나 불이익을 면하는 자는 퇴직연금 지급의무를 면하게 되는 피고 C이어서, 이 사건 확인의 소로서 원고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이익이 생기거나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제거되는 것도 아니다.

나.

피고 C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 C을 상대로 원고가 납입한 사용자 부담금을 바탕으로 형성된 퇴직연금 13,358,973원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나, 원고의 위 청구 역시 이유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 C은 원고와 체결한 이 사건 자산관리 신탁계약에 따라 원고로부터 사용자부담금을 납입 받은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자산관리 신탁계약이 처음부터 무효이거나 나중에 그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 이상, 피고 C은 이 사건 자산관리 신탁계약에 따른 수탁자로서 원고가 납입한 사용자 부담금을 계속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있다.

2)

피고 B이 원고에 대하여 퇴직금채권을 취득하지 아니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퇴직금채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 C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그 자체로 이유 없다. 나아가 피고 B이 퇴직연금사업자인 피고 C에 대하여 가지는 퇴직연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당사자는 권리의 시효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피고 C이고(대법원 1979. 6. 26. 선고 79다407 판결), 퇴직연금 채권의 채무자가 아닌 원고가 퇴직연금 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아니하다.

3)

피고 B에 대하여 퇴직연금 지급채무를 부담하는 자는 피고 C이므로, 퇴직연금채권의 소멸시효에 따른 이익도 피고 C에 귀속되어야 한다. 이러한 결론은 원고가 이 사건 자산관리 신탁계약에 따라 사용자 부담금을 납입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아니한다.

4)

이 사건 자산관리 신탁계약서 제22조는 수탁자는 위탁자에게 신탁재산을 반환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수익자가 1년 미만의 기간을 근무하는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위탁자에게 그 신탁재산을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수익자의수탁자(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퇴직연금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등은 수탁자가 신탁자에게 신탁재산을 반환하여야 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5)

또한, 상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 대립하는 두 당사자 사이의 채권·채무가 존재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고, 상대방이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허용될 수 없는바(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101394 판결 참조), 원고가 주장하는 자동채권은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인 반면, 원고가 주장하는 수동채권은 피고 B의 피고 C에 대한 퇴직연금 채권이므로, 상계 역시 허용되지도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피고 C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창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