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0. 12. 21. 선고 2010노520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 B을 각 벌금 2,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 A, B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A, B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각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피고인 A, B에 대하여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파업은 주로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 즉,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저지시키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목적에 있어서 정당성이 없으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 형법 제20조에서 정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보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게 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이 법원이 인정하는 사실관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파업의 경위 등에 관하여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및 공기업 선진화방안

(1)

피고인 A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M 지부의 N이고, 피고인 B은 O이고, 피고인 C는 P이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국장들이다(이하에서는 M를 'M',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M 지부를 'M 지부'라 한다). M는 가스를 장기적으로 안전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서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고 공공복리의 향상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여 AK 설립된 법인이다.

(2)

정부는 1999. 11. 12. 가스산업의 경쟁력 확보 등을 목적으로 가스산업 민영화 계획을 추진하여 그에 따른 '가스산업 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다시 2001. 9. 24. '가스산업구조개편에관한촉진법'을 입법예고하는 등 가스산업구조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M 지부는 위와 같은 민영화 계획이 인력감축을 수반하여 고용불안을 초래하게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던 중 2001. 10.경 한국발전산업 노동조합, 전국철도 노동조합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및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6개 공공부문 노동조합과 함께 '국가기간산업민영화 저지 공동투쟁본부'의 구성에 합의하고, 2002. 2. 25.경 노동조합 조합원 약 1,800명을 지휘하여 일제히 각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파업을 한 바 있다.

(3)

정부는 2008. 10. 10. 발전용 가스에 대해 도입·도매 부분의 신규 판매사업자 허용을 통하여 경쟁을 도입한 후 산업용으로 경쟁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가스산업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M는 2008. 11. 26. 선진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2009. 2.경부터 가스산업 경쟁도입 법제화 연구용역을 시행하여 도시가스사업법 및 동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위 개정안은 2009. 5.경 입법예고, 2009. 9. 15.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2009. 9. 28. 국회에 제출된 이후, 지식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 중에 있다.

나.

단체협상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등

(1)

M 지부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2009. 3. 13. 만료됨에 따라 2009. 4. 6.부터 2009. 9. 14.까지 M와 단체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퇴직금의 지급특례, 유급휴일문제, 정년 단체협약 명시 및 퇴직자 지원프로그램 도입, 부당징계기간에 대한 특별위로금 지급, 자기개발 등을 골자로 하여 단체협약의 개정을 요구하기는 하였으나, '공사는 가스산업의 공공성 강화 내지 가스산업 사유화정책(선진화, 직수입 확대)의 중단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규정의 신설을 요구하는 등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내지 그 입법을 철회시키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2)

M 지부는 M와 단체교섭을 진행하던 중인 2009. 7. 14. 공기업 노동조합인 철도·발전노조와 2차 합동수련회를 가지면서 '공공기관 선진화, 경영효율화 반대'를 위해 10월에 총력투쟁을 할 것을 결의하고, 2009. 8. 11. 철도노조 및 발전노조와 함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발전·가스 공동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2009. 9. 3. 'AB 정권의 공공부문 선진화 분쇄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이라고 한다) 결성 기자회견'을 하였다.

(3)

M 노조는 2009. 8. 28.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할 당시 최종 24개의 미합의 쟁점조항 중 '직원이 순직 및 공상으로 퇴직한 경우 유가족 우선채용, 간호휴직 보수지급, 퇴직금의 지급특례, 지부 지원인력 축소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이미 잠정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였고, 나머지 미합의 쟁점조항은 '산별교섭 참가 의무 규정 신설, 가스산업 공공성 강화 규정 신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규정 신설, 정부지침 및 경영평가와 관련하여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등 민주적 개선 규정 신설, 공공참여이사회 구성, 정년의 단체협약 명시 및 퇴직 지원프로그램 도입, 부당징계기간에 대한 특별위로금 지급, 자기개발을 위한 해외연수기회 부여, 기능원의 5년 이내 일반직 환직, 정부지침과 관계없는 실질 임금 보장, 유급휴무 증설, 매월 전임자 임금의 10배 금액 지부 재정기금 출연 적립, 경영상 사유에 의한 해고시 해고규모·절차 등 노동조합과의 사전합의 요구, 신기술 또는 자동화 설비 도입시 노동조합과 합의 후 시행, 인사고과를 이유로 또는 쟁의행위 기간 중 임금 차등지급 금지 조항 신설(이상 M 지부측 요구), 조합원의 범위 축소 및 조합탈퇴시 해고의무(Union-shop) 완화, 쟁의행위기간 중 신규채용과 대체근무 금지 완화, 쟁의행위 비참가자의 범위 확대, 단체교섭 대상에서 인사·경영에 관한 사항 삭제(이상 M측 요구)'였다. 위 사항 중 매월 전임자 임금의 10배 금액 지부 재정기금 출연 적립, 조합원의 범위 축소 및 조합탈퇴시 해고의무(Union-shop) 완화, 쟁의행위기간 중 신규채용과 대체근무 금지 완화는 당시 국회에 제출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서 그와 관련된 사항이 논의되고 있었고, 쟁의행위 비참가자의 범위 확대는 2008년 필수유지업무 제도 시행에 따른 노동위원회의 2008. 7. 1.자 필수유지업무 결정(이에 대한 재심청구가 2009. 7. 2. 기각됨에 따라 확정됨)의 취지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4)

중앙노동위원회는 M 지부가 위와 같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대한반대 입장 등을 고수함에 따라 합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자 2009. 9. 14. 조정종료를 선언하였다.

다.

이 사건 파업 등

(1)

M 지부가 2009. 11. 3.경 파업을 예고한 후, M의 요청으로 같은 날 재개된 실무교섭에서, M측에서는 M 지부가 파업을 철회하고 성실 교섭을 약속한다면 잠정 합의된 4개항을 제외한 나머지 요구사항을 모두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으나, M 지부는 잠정합의된 4개항을 포함한 미합의 쟁점사항을 전부 철회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하였다.

(2)

M 지부는 2009. 11. 5. 구체적인 입장 표명 없이 공사측에 성실히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하면서 형식적으로 교섭 재개를 요청하였다가 2009. 11. 6. 피고인들의 주도 하에 조합원 1,200명들로 하여금 정부과천청사 '공공부문 선진화 분쇄와 사회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파업출정식을 갖는 등 집단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고, 그 직후인 2009. 11. 9. M측으로부터 교섭재개요청을 받고도 이를 거절하였다.

(3)

이에 M측은 2009. 11. 11. 단체협약에 대하여 2010. 5. 10.자로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고, 그러자 M 지부는 위 통보의 철회를 요구하면서 2009. 11. 19. 전면 파업을 하고, 2009. 11. 22.경부터 2009. 11. 28.경까지 사이에 순환파업 등을 하였다.

라.

합의 등

(1)

M 지부의 요청에 따라 2009. 12. 7. 제15차 실무교섭이 재개된 후 20여일만인 2009. 12. 30. 임금협상이 체결되고, 7차례의 실무교섭과 3차례의 본교섭을 거쳐 4개월여만인 2010. 3. 31. 단체협약 합의서가 작성되었는데, 2009. 8. 28.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당시 잠정합의되었던 4개항은 당초 잠정합의된 범위 내에서 합의되었고, 미합의 쟁점조항 중 매월 전임자 임금의 10배 금액 지부 재정기금 출연 적립, 조합원의 범위 축소 및 조합탈퇴시 해고의무(Union-shop) 완화, 쟁의행위기간 내 신규채용과 대체근무 금지 완화는 2010. 1.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이 개정됨에 따라 그 취지에 따라 합의되었으며, 단체교섭 대상을 제외한 나머지 조항들에 관하여는 실질적으로 M 지부가 그에 관한 요구를 철회하거나 M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2)

M 지부에서 발행한 유인물인 2009. 9. 14.자 공공부문 선진화 분쇄 공투본 출범 유인물, 2009. 9. 15.자 2009년 제1차 임시대의원회 회의자료, 2009. 10. 27.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 참가 지침, 현장토론자료집 등에도, 정부의 가스산업 선진화 정책 및 입법을 철회시키기 위하여 단체협약 개악 저지라는 명목을 함께 제시하면서 민주노총 산하 공투본의 투쟁 방침과 일정에 보조를 맞춰 파업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3.

이 법원의 판단 및 결론

가.

판단의 전제

(1)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여야 하며, 그 시기와 절차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방법과 태양에 있어서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는 등 그 밖에 반사회성을 띤 행위가 아닌 정당한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하고, 단체교섭사항이 될 수 없는 사항을 달성하려는 쟁의행위는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1. 5. 24. 선고 91도324 판결, 1998. 2.27. 선고 97도2543 판결 등 등).

(2)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그 실시를 반대하기 위하여 벌이는 쟁의행위에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도7225 판결 등).

(3)

나아가, 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목적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뺐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도3380 판결 등).

나.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위 인정사실들과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파업이 진행되기까지의 과정, 파업 진행 상황과 파업의 내용, 파업 전후의 교섭 진행 경과, 파업 진행과 관련된 결의 내용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한 단체협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정부의 가스산업 선진화 정책을 반대하고 그 정책의 철회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공투본의 투쟁목표 및 투쟁일정에 맞추어 위와 같은 정부정책의 철회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또는 병렬적으로 임금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나머지 요구사항들은 단체교섭사항이 될 수 없는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지 않거나 파업에 이를 정도로 근로조건 개선·유지에 중대한 사항이라고 할 수 없는 것으로서, 정부의 가스산업 선진화 정책의 철회에 관한 요구사항 등 부당한 목적을 제외한다면, 이 사건 파업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피고인들의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구조조정 및 복지 등 노동조건 축소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이라는 것이다).

(2)

그런데, 가스산업 선진화 정책은 정부의 산업정책 내지 가스산업 경영주체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정부의 위와 같은 정책이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된다고 볼 자료가 없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파업은 그 목적에 있어서 정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파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 형법 제20조에 의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파업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이는 위력으로 M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로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