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은 C 주식회사(이하 'C'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위 회사가 2007. 7.경 D 주식회사(이하 'D'라고 한다)로부터 자산을 양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D에 소속되어 있던 이 사건 근로자들을 채용한 것은 맞지만, 1) C가 위 근로자들에 대하여 이전 D 재직기간에 대한 퇴직금까지 합산하여 이를 지급할 의무는 없고, 2) 근로자 F, J 등에 대하여는 C가 이들에게 대여금, 선급금 등의 명목으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상회하는 돈을 지급하였으며, 이들이 청구하는 임금에는 이들이 실질적으로 근무하지 아니한 부분까지 포함되어 있는바, 피고인으로서는 이와 같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의 지급의무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으므로 위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다.
피고인은 2010. 7. 2.경 C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고, 그 이전에는 피고인의 아들인 I이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피고인이 위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때부터 이 사건 근로자들이 퇴직한 시기까지 기간은 약 10개월에 불과한 등, 피고인으로서는 가능한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을 방지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위반죄에 대한 책임조각사유가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가사 유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 부존재 주장에 대하여
인정사실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C는 2005. 7. 6. 자동차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2007. 5. 15.경 D와 사이에 신차개발을 위하여 D로부터 그 소유의 스피라자동차 2대 및 자동차 생산설비를 3억원에 양도받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양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F, J은 부부 사이로서 D의 이사 및 대표이사로, E, Q, L, R, P, G, N은 위 회사의 직원으로 각 근무하다가 이 사건 양도계약이 체결된 후인 2007. 7. 2. C의 직원으로 각 입사하여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의 '근무기간'란에 기재된 기간 동안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이 사건 양도계약 체결 이후인 2009년경 C가 F 등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하자 이에 동요한 근로자들이 당시 C의 대표이사였던 I에게 퇴직금 등 산정기준에 관하여 문의하였고, 이에 I의 지시를 받은 위 회사 경영지원실 차장 M는 2009. 4. 13. O을 통하여 F 등에게 D에서 근무했던 기간을 합산하여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후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11. 4.경 위 회사에서 퇴직한 이후 2011. 11.경 C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 2011가합20117호로 임금 등 청구소송(이하 '이 사건 민사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는데, 위 소송에서 피고인 C는 원고들인 근로자들이 이전에 D에서 근무했던 기간은 퇴직금 산정시 제외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위 법원은 C가 이 사건 양도계약에서 D의 고용관계를 승계하기로 한 것은 아니지만 F 등에게 이메일을 보낸 2009. 4. 13.경 원고들인 근로자들과 사이에 D에서 근무한 기간을 합산하여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하고, 위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F, J에 대하여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나머지 E, Q, L, R, P, G, N에 대하여는 원고 전부 승소판결을 각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3. 1. 17. 그대로 확정되었다.
판단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2조, 제36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살펴 본 인정사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C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여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2006. 7. 6. C의 이사로 취임하였다가, 2010. 7. 2. 아들인 I의 후임으로 C의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는데, 이 사건 체불 임금 등은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발생한 것이다.
피고인은 이 사건 민사소송 당시 C의 대표이사였는데, 위 회사는 위 소송에서 근로자들인 원고들이 근무기간 중 실질적으로 근무를 하지 않아서 임금이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이들에게 대여금, 선급금 등의 명목으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상회하는 돈을 지급하였으므로 이를 원고들의 청구금액과 상계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없다.
이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제출한 증 제 9 내지 15호증은 C가 F, J에 대하여 정기 급여 외에 대여금, 선급금, 상여금 등의 명목으로 임금 및 퇴직금을 상회하는 금액을 지급하였고, 위 회사의 회계장부도 위와 같은 항목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취지이나, 당심 증인 F의 진술에 의하면 위 금원은 이 사건 양도계약 당시 D의 사채 정산비용과 F의 채무를 C가 부담하기로 한 약정에 따라 지급받은 것이고 회계장부에는 회계감사용으로 그와 같이 기재되었다는 것인바, C로서는 F이나 J에게 정기 급여 외에 수시로 거액의 금원을 대여하거나 선급금 등으로 지급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F의 위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
한편, C는 이 사건 근로자들과 사이에 재직기간 산정 기준에 관하여 위 회사가 당시 이 사건 민사소송 과정에서 F, J에 대한 퇴직금 일부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퇴직금 및 임금에 대하여는 특별히 이를 문제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근로자들의 퇴사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 근로자들 중 J은 C에 근무하고 있던 2009. 3. 31. 주식회사 W의 감사로 취임한 사실이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J이 위 일자 이후 C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다른 근로자들이 임금체불 기간에 C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책임조각사유 주장에 대하여
사용자가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을 이유로 하여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체불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허용하지 않는 바이나,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제42조 각 위반범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앞서 살펴 본 바에 의하면, 피고인이 내세우는 것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사용자인 C가 임금 등의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현재 만 63세로 벌금형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기는 하나, 이 사건 체불임금 등의 합계액이 4억 5,000여만 원에 이르는 다액으로,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체불임금 등을 지급하기 위하여 노력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후 공소제기 직전에 외국으로 출국하였고,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사실을 잘 알면서도 해외에 장기간 체류함으로써 재판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킨 점, 이에 피해 근로자들이 현재까지 피고인의 처벌을 강력히 탄원하고 있는 점을 비롯하여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순욱(재판장) 차은경 강세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