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F는 2013. 11. 24.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고용되었다가, 2014. 3. 31. 퇴직하였으므로, 피고인은 2014. 4. 1.부터의 급여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이를 지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안산시 단원구 D에 있는 E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17명을 고용하여 반도체장비업을 경영한 사용자인바, 위 사업장에서 2013. 11. 24.부터 2014. 12. 11.까지 근로한 F의 2014. 4.부터 2014. 12.까지의 임금합계 15,916,663원과 퇴직금 2,594,460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F가 2014. 12.경까지 법인카드를 계속 사용한 점, 피고인은 2014. 10.경 F의 소개로 주식회사 디바이스이앤지와 2억 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체결한 점, 피고인은 2014. 9.경부터 2014. 12.경까지 F에게 지급한 500만 원은 급여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과 F의 근로계약은 2014. 12.말경까지 유지되었다고 판단한 후, 2014. 4.부터 2014. 12.까지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참조).
한편,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유죄이유로 든 앞서 본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과 F 사이의 근로계약이 2014. 12.말경까지 유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든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회사와 F 사이의 근로계약이 2014. 3.경 종료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 또한 강하게 들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F와의 근로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생각하여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을 거절한 것으로 보여 임금 및 퇴직금 체불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검사 제출의 증거들만으로 이를 증명하기 부족하다.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이 운영한 회사와 F의 근로관계는 2014. 3. 31. 합의로 종료되었고, 그 후 F의 부탁에 따라 리베이트 방식으로 활동한 것이며, 이후 지급한 위 500만 원도 위 영업활동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그 주장이 일관되고, 아래의 여러 사정에 의해 뒷받침된다.
당심 및 원심의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은 F가 입사한 2013. 11. 24.부터 3개월 동안은 급여를 지급하다가 2014. 4.경부터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 피고인은 2014. 4.경부터 회사 임금대장에서 F를 제외시켰고, 고용보험, 의료보험 등 근로자라면 반드시 가입해야할 보험들의 피보험자격도 상실시킨 사실, F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 피고인 회사는 2014. 3.경 사무실에서 F의 책상을 치우고, 별도의 근무장소를 제공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는 피고인이 정상적인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사정들이다.
F는 2014. 9. 6.부터 2014. 12. 5.경까지 피고인 회사로부터 합계 500만 원 가량을 받았다. 피고인은 위 돈의 성격에 대해 이는 임금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 F가 2014. 4.경 피고인 회사를 퇴사하기 전에 영업활동을 하였던 ㈜디바이스이엔지로부터 2014. 5.경 265만 원, 6월 390만 원, 7월 230만 원, 8월 470만 원, 9월 3,800만 원, 10월 1,800만 원, 11월 1억 400만 원, 12월 3,800만 원, 2015. 1. 1,600만 원 등 총 2억 2,900만 원 상당의 물량을 발주받아 그에 대한 리베이트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바, 물품 발주 시기나 돈을 지급받은 시기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500만 원은 주식회사 디바이스이앤지와의 영업활동에 대한 대가로 보는 것이 임금 성격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F 또한 원심에서 자신이 받은 500만 원 중 250만 원은 임금 명목이 아니라 자신이 영업활동을 하면서 타고 다닌 차의 리스료를 납부 명목으로 받았다고 명확히 진술하고 있다(공판기록 87면).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F가 임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영업활동에 드는 비용처리를 위해 법인카드만을 사용한 점, F가 그 후 피고인에게 자신의 영업실적에 대한 리베이트를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임금 등 미지급을 이유로 고소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F의 근로관계는 2014. 3. 31.경 종료되었고, 그 이후는 리베이트 방식에 의한 영업활동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설령, F의 근로관계가 2014. 12.경까지 계속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피고인 회사와 F와의 근로관계가 2014. 4.경부터 종료된 것으로 볼 합리적인 근거가 존재하고, 이에 따라 피고인이 임금 및 퇴직금을 미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 등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소결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4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이종우(재판장) 정종건 민수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