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2012. 12. 3.부터 2013. 3. 8.까지 피고에게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하였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2013. 2월분 임금 1,079,015원 및 2013. 3월분 150,660원 합계 1,229,675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하여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3가소32080호 사건에서 2013. 7. 18.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합계 1,229,675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3. 23.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행권고결정을 하였고, 그 이행권고결정이 2013. 9. 12.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하여 이 사건 소와 동일한 소송물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2015. 7. 1. 시행된 개정 '임금채권보장법'상의 소액 체당금 제도에 의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필요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에 대하여는 확정판결과 같은 기판력이 인정되지 않아 원고가 피고로부터 미지급 임금 채권을 부정당할 위험을 예방하고 안정적인 강제집행을 실행할 수 있도록 불안정한 법적 지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동일한 내용의 청구가 불가피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만큼,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229,675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전소의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승소 확정판결의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후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지만, 예외적으로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음이 분명한 경우 그 시효중단을 위한 소제기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만 소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476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기판력을 제외한 집행력, 법률요건적 효력 등에 있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행권고결정은 확정된 판결과는 달리 기판력이 없으므로, 기판력 있는 판결을 받기 위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순히 공증인이 당사자의 촉탁에 의하여 작성되어 집행력만을 가지는 공정증서와 달리 소액사건심판법은 법원의 이행권고결정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면서, 다만 청구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이유의 시적 제한을 둔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의 적용에 관한 예외조항을 둠으로써 기판력만을 배제하고 있을 뿐이어서, 이행권고결정에 대하여 단순히 기판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증서와 같이 소의 이익을 곧바로 인정하기는 어렵고, 앞서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고가 이 사건 소와 동일한 소송물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이라는 유효한 집행권원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다시 동일한 내용의 이 사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2015. 7. 1. 시행된 '임금채권보장법' 제7조 제1항에 제4호가 신설되면서 '종국판결, 지급명령, 소송상 화해, 청구의 인낙, 조정, 이행권고결정 등이 확정된 경우'에도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사업주를 대신하여 체불임금 등을 지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체당금의 지급 대상이 확대되었으나, 이러한 체당금 제도는 근로자 보호를 위한 수혜적 차원에서 도입된 사회보장책일 뿐 그것이 대한민국의 민사법 체계에서 예정된 본래의 강제집행의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임금채권보장법' 제7조 제1항 제4호의 적용 대상이 되는 종국판결 등을 새로이 취득하면 체당금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사정 때문에 종전에 이미 유효한 집행권원인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이 존재함에도 다시 소를 제기할 권리보호의 이익이 인정되는 특별한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체당금의 지급에 충당하기 위하여 설치되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은 사업주의 변제금 및 부담금, 국가의 차입금 등 각종 재원에 의해 조성되도록 되어 있는바, 그 기금의 설치 목적과 집행 대상 등에 비추어 기금의 건실화를 도모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엄격하게 통제 · 관리할 공익적 필요성이 커 이와 관련된 법 규정의 해석 · 적용 또한 엄격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임금채권보장법 부칙 제2조는 '체불임금 등의 지급에 관한 적용례'라는 제목으로 "제7조 제1항 제4호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이후 판결, 명령, 조정, 또는 결정 등이 있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앞서 본 공익적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개정 체당금 제도의 수혜자를 장래의 해당 요건 충족자로 한정하려는 취지로 봄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위 법 시행 전에 이미 집행권원을 확보한 근로자가 체당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재차 신소를 제기하는 것까지 허용한다면 위 부칙 규정의 입법취지를 몰각하게 되고, 법적안정성을 크게 해할 우려가 있다.
위와 같은 사정 및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확정된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에 따른 미지급 임금 등의 채권에 관한 존부 내지 범위를 다투고 있어 원고가 불안정한 법적 지위에 놓여 있다고 인정할 별다른 객관적 증거도 없는 점, 원고도 피고로부터 이 사건 임금 액수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의 경영악화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고지받았기에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에 따른 집행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개정 '임금채권보장법'상의 소액체당금 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원고에게 다시 동일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지상목(재판장) 송창현 김선희
각주1) 공정증서의 경우 집행권원이 이미 있다고 하더라도 그 집행권원에 집행력이 있을 뿐이고, 기판력이 없다면 기판력 있는 판결을 받기 위하여 집행권원의 내용과 동일한 청구를 소로 제기할 이익이 있다고 판시(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22795,22801 판결)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