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7. 9. 28. 선고 2016나77315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B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는 D 주식회사(이하 상호 중 '주식회사'를 '㈜'로 약칭한다.)가 주식의 100%를 소유하는 D㈜의 자회사이다. 원고는 1993. 3. 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경리부에서 근무하여 왔다.

나.

피고 회사는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워크아웃을 결정하고 2010. 9. 30. 채권단과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였다. 그때부터 자산 매각, 경영계획 수립, 자금 차입 및 대여, 임원 선임 등 주요한 경영사항에 관하여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시행하였다.

다.

원고는 2012. 5. 1. 피고 회사의 재무회계 담당 이사로 승진하였고, 2012. 11. 16.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로 선임, 등기되었다. 원고는 2013. 10. 1. 상무이사로 승진하면서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 등기되었다.

라.

피고 회사는 워크아웃에 실패하여 2014. 12. 24. 회생절차가 개시되었고, 원고가 피고 회사의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원고는 2015. 12. 31. 관리인을 사임하고 피고 회사를 퇴사하였고, 피고가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마.

원고는 2012. 5. 1. 이사로 승진하면서 그때까지 근무한 기간 동안의 퇴직금을 정산 지급받았다. 원고는 퇴사하면서, 회생절차개시일인 2014. 12. 24.부터 퇴사일인 2015. 10. 31.까지 퇴직금 2,190만 원은 관리인의 보수로서 공익채권으로 인정되어 지급받았으나, 이사로 선임한 후인 2012. 5. 1.부터 회생절차 개시 이전까지의 기간 동안의 퇴직금은 공익채권이 아니고 회생채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받지 못하였다. 피고는 회생채권 조사기간 동안 퇴직금 채권을 따로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바.

피고 회사의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중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

한편, 원고가 피고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던 당시, E은 D㈜ 주식의 29.31%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서, 1992년부터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였으며, 회생절차가 개시될 무렵인 2014. 12. 19. 대표이사직을 사임하였고, 현재도 사내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E은 D㈜의 대표이사를 겸하다가 2015. 10. 7. D㈜의 대표이사에서 해임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3호증, 을1~4, 7, 8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비록 2012. 5. 1.부터 2013. 9. 31.까지 이사로 재임하였으나, 명목상 이사일 뿐이었고, 실제로는 피고 회사의 회장인 E과 워크아웃 채권단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었다. 따라서 원고가 이사로 선임된 2012. 5. 1.부터 2013. 9. 31.까지 원고의 퇴직금은 근로자의 퇴직금으로서 공익채권에 해당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되고(상법 제382조 제1항), 등기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만이 상법에서 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이러한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는다(상법 제382조 제2항). 이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중요한 자산의 처분, 자산의 차입 등 회사의 중요한 업무 집행에 관하여 결의할 권한이 있고, 다른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하며(상법 제393조),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의무를 진다(상법 제382조의3).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의 결의로 해임할 수 있으며 임기가 정해진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뿐이므로(상법 제385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는 근로자와 다르다. 이와 같은 이사의 지위, 권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주식회사의 이사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여 근로자와 같은 지위에 있다고 하려면, 그러한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할 만한 사정이 충분히 입증되고 근로자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나.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원고가 이사로 재직하며(대표이사로 재직한 기간은 제외한다)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회사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살피건대,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 및 사정을 종합하면[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6 내지 33호증, 을5호증 내지 17호증(가지번호 증거 포함)의 각 기재, 증인 F의 일부 진술,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를 피고 회사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

①

인사, 자금 집행, 사무실 임대차계약, 공사계약 등 각종 업무 집행에 있어 피고 회사의 내부 문서의 최종결재란에 E이 서명을 하였고, E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모회사 D㈜의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로서 사실상 피고회사 최고의 직급인 '회장'이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사의 임면권이 주주총회에 있는 이상 이사가 대주주의 의사에 영향을 받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원고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E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피고 회사의 업무에 관여할 의무가 있었으므로, E이 다소 세부적으로 피고 회사의 업무에 관여하고, 내부 문서의 최종 결재란에 서명하였다고 하여 이를 이사의 지위가 형해화될 정도로 이례적인 간섭으로 볼 수 없다.

E이 대주주 및 대표이사로서의 이사에 대한 통상적인 지시·감독을 넘어서 원고에게 사소한 개별 업무에까지 광범위한 구체적 지시를 하였다거나, 출·퇴근 시간 등 일반적인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사항까지 감독을 하는 등 원고의 업무 자율성을 완전히 박탈하였다면 원고를 근로자로 볼 수 있겠으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E의 원고에 대한 지시·감독의 정도가 그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가 이사로 재직한 시기는 피고 회사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던 때로, 그 어느 때보다도 E의 영향력이 약해진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또한, 원고가 사내 직책 상 회장 E, 대표이사 H 및 경리이사 J보다 지위가 낮았던 사실도 인정된다. 하지만 이사회 내에서도 보유 주식의 비율, 사내 지배구조, 경영능력과 경험 등에 따라 이사들 사이에 발언권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이에 따라 일부 이사가 경영 판단에 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가지고 나머지 이사들은 사실상 자문을 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사의 지위가 형해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실질적 결정권자에게 적절한 경영 자문을 하는 것이 이사의 역할이라고 할 것이고, 이사는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

원고가 이사로 선임될 때 피고 회사에서 약 19년 정도의 근무 경력이 있었고, 재무업무에 경험이 풍부하였던 점을 볼 때, 원고는 충분히 자신의 책임으로 E, H 등에게 자문을 할 위치에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사로서의 역할을 전혀 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원고를 단순히 명목적·형식적으로 이사 직함만 부여받은 자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

③

원고가 피고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담당한 주된 업무 중에 하나는 주채권 은행과 접촉하여 경비와 공사비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피고 회사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던 상황이었음을 볼 때, 주채권은행과 직접 접촉하여 사업 자금을 확보하는 업무는 다소 실무적인 수준의 업무였다고 할지라도 회사의 명맥을 유지하는 중요한 업무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H, J 등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주채권은행과의 협상 방식이나 전략에 관하여 아무런 재량이 없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또한, 원고는 위 업무 외에도 기타 재무업무를 처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한 업무 처리 과정에서 원고가 아무런 재량이 없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④

원고는 이사로 선임되면서 보수가 이사 직제에 맞추어 크게 올라, 그 전에는 월 급여가 2~300만원 정도였으나, 이사 선임 후 급여가 740만 원이 되었고, 임원이 되기 전까지 근무하던 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모두 정산하여 지급받았다. 피고 회사의 경우 일반 근로자의 퇴직금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재직기간 1년당 1개월분이 인정되지만, 이사 이상의 임원의 경우 별도의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이 마련되어 있고 그 지급율도 1년에 3~5개월분으로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훨씬 많은 금액이다.

위와 같은 임금 인상 및 퇴직금 증액은 구체적인 업무량 혹은 업무내용과 무관하게 이사의 지위를 가진 자에게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혜택이라는 점을 볼 때, 원고가 이사로서 받은 임금 및 이사로서 받을 퇴직금을 근로의 대상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⑤

원고에게 취업규칙이 적용되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별도로 시간 외 수당 등이 책정되지 않았으며, 그 대신 위와 같이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많은 보수가 지급되었다. 원고가 일정한 시간에 출근한 것은 인정되나, 이것이 외부의 감독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⑥

원고의 이사 재직기간에 피고 회사의 이사회가 소집된 적이 없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하지만 원고는 사후적으로라도 이사회 결의서에 날인함으로써 이사회 결의를 추인하였고, 만일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싶었다면 날인을 거부할 권리도 있었다. 게다가 원고는 수시로 E 등을 대면하여 경영에 관한 의견을 표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사회가 현실로 소집된 적이 없다고 하여 원고가 경영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없다.

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회사의 근로자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최창석(재판장) 정덕기 김재승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