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E가 이 사건 회사의 수익을 배분받은 적이 없는 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고, 이에 따른 고정적 월급이 지급된 점, E의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었으며, 4대 보험이 납입된 점, I 등 이 사건 회사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이 E가 근로자로 근무하였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시흥시 C에 있는 기계장치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D 주식회사(이하 'D'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11. 6. 7.부터 2013. 12. 27.까지, 2014. 1. 20.부터 2014. 8. 6.까지 위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E의 임금 등 합계 42,011,306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2011. 5. 30.자 E의 연봉계약서(증거목록 순번 9)에는 E가 '근로자'라고 표시되어 있는 점(한편, 피고인은 위 문서는 D 설립 전에 작성된 것이라며 위조되었다고 주장한다), E가 일시 퇴직하기 전까지는 4대 보험에도 가입한 점, D는 소규모의 회사로서 명목상의 이사회만 존재할 뿐이고 실질적인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열릴 여지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 E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징표가 없는 것은 아니나, ① E는 회사의 사명까지 제안하는 등 처음부터 D 설립과정에 참여하여 발기인으로서 주식을 15% 인수하고 또한 E가 소개한 K도 E의 능력을 보고 D에 투자하고 일감을 준다고 하면서 역시 15%의 주식을 인수하여, 결국 E 쪽에서 30%의 지분을 가지고 2,100만 원을 투자하게 되는 결과가 된 점, ② D는 전기뿐만 아니라 기계 관련 사업을 모두 하기 위해 설립되었는데, 피고인은 전기 관련 사업을 하던 사람으로서 기계 분야는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이고 E는 기계 분야에서 일을 해왔던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E의 책임 하에 일본 기계 수출 업무가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E는 회사 설립시부터 퇴직시까지 계속 등기된 임원이었고 전무라는 직함을 쓴 점, ④ 또한 E는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음에 있어 피고인, 피고인의 처와 함께 연대보증을 하고, 회사 사무실 이전비용 명목으로 회사에 1,000만 원을 대여하기까지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비록 E가 업무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로부터 지시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E의 등기 이사로서의 명칭이나 직위가 형식적 · 명목적인 것에 불과하다거나 E가 담당한 전체 업무의 실질이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함에 그쳤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한편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되고(상법 제382조 제1항), 그 등기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만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상법에서 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이러한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다(상법 제382조 제2항). 따라서 이사가 상법상 정하여진 이사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회사의 경영을 위한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경우에, 그 담당하고 있는 전체 사무의 실질이 사용자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한다면, 그 이사는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28228 판결, 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다2259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주식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주주총회의 결의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이는 상법 제388조의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그 보수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이라 할 수 없으며, 또한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한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위임 사무 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보수 및 퇴직금 지급에 관한 사정을 이유로 하여 이사의 지위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E는 2011. 6. 7. 이 사건 회사가 설립된 이후 몇 개월 동안은 월급을 받았으나, '2012년경부터 중간중간 띄엄띄엄 못 받기 시작했다'고 진술하였고, 그로부터 2년여 동안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이 사건 회사에서 일하였는데, E는 통상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도 위와 같이 장기간 월급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근로를 계속한 이유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점, ② I은 원심에서 'E가 이 사건 회사의 직원이었고, 피고인의 지시를 많이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한편 E가 2011. 11. 11.부터 2012. 3. 12.까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실에 관하여 '몰랐다'고 대답하였고, 'E가 실질적으로 담당한 업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는데 회사일도 했을 거고 현장에 나가서 일도 했을 거고 공장에 가서 작업자 지시도 했을 테고 전무라는 직책이니까 전무에 맡는 작업을 했겠죠'라고 진술하였으며, E가 이 사건 회사의 명칭을 제안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데도 '나는 피고인이 명칭을 지은 것으로 안다'고 진술하는 등 E의 정확한 직위와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회사의 세무처리를 담당한 세무사의 직원인 P은 이 사건 회사 설립 초창기에는 피고인과 세무처리를 논의하였으나, 그 이후에는 주로 E와 업무를 진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E는 이 사건 회사의 경영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위임받은 사무도 처리하는 임원으로 볼 여지가 있을 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가 근로자라는 사실에 관하여 법관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원근(재판장) 김유경 최승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