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11. 29. 선고 2017가단542891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 을가 제4, 10, 11호증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 D은 2017. 4. 5. 피고 E(상호 : F)에게 성남시 수정구 G, H 소재 축사(이하 '이 사건 축사'라 한다)를 철거하고, 그 지상에 상가주택을 신축하는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공사대금 1,210,000,000원에 도급주었다.

나.

피고 E와 실질적으로 동업관계에 있으면서 이 사건 공사 현장소장을 맡게 된I은 피고 E를 대리하여 2017. 4. 27. 망 J(이하 '고인'이라 한다)에게 이 사건 공사 중 이 사건 축사의 철거공사(이하 '이 사건 철거공사'라 한다)를 공사대금 13,000,000원(폐기물 처리비용 추가 발생 시 추가 지급)에 하도급주고, 공사대금 중 일부로 5,000,000원을 지급하였다.

다.

고인은 2017. 4. 28.부터 4. 29.까지 이 사건 철거공사 현장에서 고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인 K, L(이하 위 세 사람을 총칭할 경우 '고인 등'이라 한다)과 함께 이 사건 축사의 문짝, 문틀, 알루미늄 섀시 및 건축물 내 판넬 등의 철거작업을 하였다.

라.

이후 고인은 2017. 5. 1. 08:00경 이 사건 철거공사 현장에서 K, L에게 이 사건 축사 지붕의 가장자리 슬레이트를 철거하는 작업을 하게 하고, 자신은 이 사건 축사 지붕에 올라가 지붕 슬레이트 철거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검토하던 중 고인이 밟고 서 있던 지붕 슬레이트가 부서지며 4m 아래의 바닥으로 추락하여(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같은 날 08:27경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중증 두부 손상으로 사망하였다.

마.

피고들 내지 I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철거공사 현장에 작업발판 내지 안전방망 등의 추락 방지 설비를 설치하지 않았고, 고인 등에게 안전모와 안전대 등 개인보호구를 제공하지도 않았으며, 고인 등에게 추락 사고 방지에 관한 안전교육을 한 적도 없다.

바.

원고 A는 고인의 처이고, 원고 B, C은 고인의 자녀로서 고인의 재산을 공동상속하였다.

2.

원고들의 주장

가.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① 도급 또는 지시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으므로 민법 제757조 단서 소정의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② 고인의 사용자로서 보호의무를 위반한 데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며, ③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데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있다. 나아가 피고 D은 건축법 제24조 제6항에 따라 이 사건 공사 현장에 현장관리인 1명을 지정하여야 함에도 이를 위반한 데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있다.

나.

따라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원고 A에게 92,587,402원(= 고인의 일실수입과 위자료에 대한 상속분 + 장례비 + 원고 A 본인의 위자료), 원고 B, C에게 각 61,724,935(= 각 고인의 일실수입과 위자료에 대한 상속분 + 각 장례비 + 각 원고 B, C 본인의 위자료)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피고들이 민법 제757조 단서 소정의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

1)

민법 제757조는 "도급인은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그러나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갑 제1 내지 10호증만으로는 피고 D이 이 사건 공사를 피고 E에게 도급주고 지시를 함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 D은 민법 제757조 단서 소정의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3)

피고 E는 이 사건 철거공사의 하도급인이고, 고인은 피고 E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철거공사의 하수급인으로서 제3자가 아니므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피고 E 또한 민법 제757조 단서 소정의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나.

피고들이 고인의 사용자로서 보호의무를 위반한 데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

1)

건설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 부분만을 시공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에, 그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 도급인은 수급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만일 실질적인 사용관계에 있는 노무도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노무수급인의 생명·신체·건강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그 노무도급인은 노무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사용자 및 피용자 관계 인정의 기초가 되는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지휘·감독은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구체적인 공사의 운영 및 시행을 직접 지시·지도하고 감시·독려함으로써 시공 자체를 관리함을 말하는 것이고, 단순히 공사의 운영 및 시공의 정도가 설계도 또는 시방서대로 시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하여 공정을 감독하는 데에 불과한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1. 3. 8. 선고 90다18432 판결, 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다2615 판결 등 참조).

2)

갑 제4 내지 7호증, 을가 제10 내지 12호증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할 때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갑 제1 내지 10호증만으로는 고인이 피고 E로부터 이 사건 철거공사를 하도급받은 것이 노무도급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들과 고인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피고들은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가)

피고 D은 이 사건 공사의 건축주로서 건설공사 자체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피고 E나 그 대리인인 I은 건설공사에 관하여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으나, 건축물 철거공사에 관하여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인은 주로 건축물 철거공사업을 영위하였던 사람으로서 건축물 철거공사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들과 I이 이 사건 철거공사에 관하여 고인을 지휘·감독할 필요성(거꾸로 말하여 고인이 이 사건 철거공사에 관하여 피고들이나 I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별로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나)

고인 등이 이 사건 철거공사를 함에 있어서 사용한 커터 등의 작업도구는 모두 고인 등의 개인 소유였고, 굴착기 등 장비 역시 고인 등이 준비시킨 것들로 보인다.

다)

피고들은 이 사건 철거공사와 관련하여 고인과의 접촉 자체가 별달리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I은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이 사건 철거공사 현장에 없었고, 2017. 4. 28.부터 4. 29.까지는 이 사건 철거공사 현장에 있으면서 고인 등이 철거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고인에게 '고철을 뺄 때 부딪힐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서 일하고, 폐기물 분리가 잘 되지 않으면 처리비용이 많이 드니 금속 고철 분리를 잘 하며, 작업인원이 자주 바뀌니 안전하게 작업을 하라'는 취지의 말을 하기는 하였으나, 이 정도만 가지고 I이 이 사건 철거공사에 관하여 고인에게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

다.

피고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데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

1)

산업안전보건법은 제23조 제3항에서 사업주로 하여금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등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4항에서 제3항에 의하여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상의 조치사항을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7. 12. 28. 고용노동부령 제2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42조에서 작업발판 내지 안전방망을 설치하고, 근로자로 하여금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의 추락 위험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2)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가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는 그 소속 근로자(노무도급을 받은 수급인 및 그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는 이에 포함된다)에 대한 것인바(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도3700 판결 참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고인은 이 사건 철거공사를 노무도급이 아니라 단순 하도급받은 사람으로서 근로자가 아니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안전조치 의무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3)

가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안전조치 의무의 보호대상을 사업주 소속 근로자에 한정하지 아니하는 견해에 서서 보더라도, 검사가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한 I을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킴으로써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으로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위반죄로 기소하였는데(피고들은 기소대상에서 제외되었다), 2019. 5. 24. 'I이 고인이 이 사건 축사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는 점이나 I에게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사망의 결과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고(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고단1965), 검사가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2019. 10. 25.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으며(수원지방법원 2019노2954), 검사가 이에 상고하지 아니하여 결국 위 무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점을 감안하면, 피고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4)

결국 어느 모로 보나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데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라.

피고 D이 건축법 제24조 제6항을 위반한 데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

1)

건축법 제24조 제6항은 건설산업기본법 제41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소규모 건축물의 건축주로 하여금 공사 현장의 공정 및 안전을 관리하기 위하여 건설기술인 1명을 현장관리인으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그런데 피고 D은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I을 현장대리인으로 지정한 사실이 인정되므로(을가 제9호증과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 D은 건축법 제24조 제6항을 위반한 데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4.

결론

결국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

판사 강민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