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16. 6. 20. 주식회사 B(이하 'B'라고 한다)로부터 B의 거래처, 매출채권, 기자재, 대여금 등 영업 일체를 양수하여 주류 납품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고, 피고는 2015. 8. 26.부터 B에서 입사하여 근무한 자이다.
피고와 B는 2015. 9.경 별지 기재와 같은 합의각서(이하 '이 사건 합의각서'라고 한다)를, 2016. 3. 30. 거래처 양도에 관한 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고 한다)를 각 작성하였는데, 이 사건 계약서의 내용은, 피고가 영업하는 거래처 27곳(이하 '이 사건 거래처'라고 한다)에 대한 모든 권한을 B에게 양도하고, B는 2016. 3. 31.부터 이 사건 거래처에 대한 모든 책임 및 권한을 인수하며, 그 대가로 B는 1년간 매달 50만 원을 피고에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원고는 2017. 1.경 B로부터 이 사건 합의각서에 기초한 피고에 대한 약정금 채권 21,444,800원(이하 '이 사건 약정금'이라고 한다), 이 사건 계약이 불이행되었음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금 채권(B가 피고에게 지급한 500만 원에 상당한 금액, 이하 '이 사건 손해배상금'이라고 한다)을 양수받고, B는 2017. 1. 17. 무렵 피고에게 위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피고는 강요에 의하여 작성되었다는 취지의 항변을 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약정금 21,444,800원, 이 사건 손해배상금 500만 원의 채권양수인으로서 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26,444,8000원(=21,444,800원 + 5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그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등 참조).
먼저, 이 사건 약정금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면, 피고와 B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볼 때, B는 이 사건 약정금을 피고가 지급받는 임금에서 월 30만 원의 비율로, 나머지 부분은 피고의 퇴직금에서 각 공제하여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으나, 위와 같은 공제를 제외한 방법으로는 피고에 대하여 그 이행을 구하지 않기로 상호 약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B로부터 피고에 대한 약정금 채권을 양수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소로서 피고에 대하여 위 약정금의 이행을 구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합의각서에는 "본 합의각서는 위 사항(위에서 살펴본 공제를 통한 지급) 이외에 하등의 권리로 행사할 수 없으며 이상과 같이 B와 피고는 자유의사에 의하여 진의로 합의하였기에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합의각서에 서명날인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피고가 B의 거래처에 대한 손실액을 임금 내지 퇴직금의 범위 내에서 일정 한도로 책임지기로 한 취지의 약정으로 보인다.
이 사건 약정금은, 피고가 담당하는 B의 거래처에 관한 채권손실액, 대여금, 소송비용 등 B의 영업과정에서 발생한 통상적인 손해로 보이는데, 통상적인 영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익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인 피고가 아니라 사용자인 B에게 최종 귀속되어야 한다.
피고는 2015. 8. 26.부터 정식으로 B에 입사하여 근무하였고, 이 사건 합의각서는 2015. 9.경 작성되었다. 피고가 B에 근무한 기간(다만 증인 C의 일부 증언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 작성 전 약 1년 정도 사실상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녹취서 제3쪽 참조), 이 사건 약정금의 금액 및 발생원인 등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위 약정금을 어떠한 제한 없이 책임지는 것은 사회통념상 이례에 속한다고 보인다.
이 사건 합의각서는, 피고가 담당하는 거래처에 관하여 B가 입게 된 손해를 전보할 목적으로 작성되었고, 일정액을 미리 정하여 배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러나 위 가.항 기재 법리에 의하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이루어진 임금 내지 퇴직금에 대한 공제약정 및 그 범위는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하는데, 앞에서 본 사정(특히, 피고와 B가 위 ①항 기재 사항을 약정한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합의각서에서 정한 피고의 책임을 원고의 주장과 같이 그 문언을 벗어나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즉, 위와 같이 명시되어 있는 월 급여에서의 공제 및 퇴직금에서의 정산 외에 별도로 위 금원을 청구할 수 없다).
다음으로, 이 사건 손해배상금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면, 피고와 B는 2016. 3. 30. 피고가 이 사건 거래처에 대한 모든 권한을 B에게 양도하고, B는 그 대가로 1년간 매달 50만 원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원고 또는 B는 그 무렵부터 2016. 12.까지 피고에게 총 500만 원(=월 50만 원 × 10회)을 지급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거나, 증인 C의 일부 증언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거래처가 D에 양도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설령 이 사건 거래처가 2016. 12.경 이후부터 D와 거래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와 위 거래처 사이의 거래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협력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원고는 이를 구체적으로 주장 및 증명을 하여야 하는데, 원고의 위 주장·증명이 없는 이상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손해배상금을 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와 같이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합의각서가 근무를 계속할 조건으로 작성되었다거나 민법 제103, 104조 위반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판단하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염우영(재판장) 신혜원 이창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