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0. 11. 5. 선고 2019가합1834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이 사건 근로계약

1)

원고는 2017. 12. 21. 마을버스 회사인 피고와 계약기간을 2017. 12. 21.부터 2018. 12. 20.까지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 그때부터 피고 소속 마을버스 기사로 일했다.

2)

피고의 취업규칙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정년은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마지막 날’이다(제55조 제1항). 1954년에 태어난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이미 정년을 넘긴 상태였다.

나.

이 사건 계약기간 종료 통지

피고는 2018. 11. 16.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은 2018. 12. 20. 기간만료로 종료될 예정이니,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지급 받으라’고 통지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2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이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은 2018. 12. 20.자로 계약기간이 종료되었다’고 통지(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23조에 규정된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해고했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다.

2)

이 사건 근로계약이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은 원고가 실제로 업무를 시작한 2017. 12. 19. 시작되어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8. 12. 19. 자동으로 갱신되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에 규정된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해고했다.

나)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피고는 원고에게 장기 근무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었다. 피고가 피고의 취업규칙에 따른 정년을 넘긴 근로자들과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그 계약기간을 갱신한 사례도 많이 있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

3)

그렇다면,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 때문에 원고가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이 사건 근로계약은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으로서, 2017. 12. 21. 시작되어 그로부터 1년이 되는 2018. 12. 20. 자동으로 종료되었을 뿐, 피고는 원고를 해고하지 않았다.

3.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➀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인지, ➁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라면, ㉠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자동으로 갱신되었는지, ㉡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지, ➂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면, 이 사건 해고 때문에 원고가 받지 못한 임금이 얼마인지이다. 아래에서는 위 쟁점들에 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나.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인지

1)

법리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 문언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와 사용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기간이 끝나면 그 근로관계는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당연히 종료된다. 그렇지만,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예를 들어 단기의 근로계약이 오랜 기간 동안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그 근로계약기간이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 등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 채용 당시 계속근로의사 등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근무기간의 전체 길이와 단기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횟수, 동종 근로계약 체결 방식에 관한 관행, 노동관계법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근로계약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근로계약서 문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는 것을 거절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0두24128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제1항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근로계약은 계약기간을 2017. 12. 21.부터 2018. 12. 20.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는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봐야 한다. 나아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나 원고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인 줄 알고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이라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9280 판결 참조).

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자동으로 갱신되었는지

1)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원고가 실제로 업무를 시작한 2017. 12. 19. 시작되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원고가 2017. 12. 15.부터 피고의 마을버스 노선을 익히기 위한 연습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나(을 제2호증),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이 사건 근로계약에 규정되어 있는 2017. 12. 21.이 아니라 2017. 12.19.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나아가 이 사건 근로계약이나 피고의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등에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기간이 끝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내용이 있다거나,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되기 위한 요건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자동으로 갱신되었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지

1)

법리

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그 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근로자의 신분을 잃게 되고, 근로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면 연장을 거절하는 의사표시 없이도 당연히 퇴직하게 된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기간이 끝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근로계약 기간이 연장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규정이 있거나, 그런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 근로계약이 체결된 된 동기와 경위, 계약기간 연장의 기 준 등 계약기간 연장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지 여부와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그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들에게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 기간이 연장된다는 신뢰관계가 만들어져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 기간이 연장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 계약기간 연장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나)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입법취지, 사업장에서 정한 정년의 의미, 정년 이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계약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 등을 모두 고려하면, 정년을 지난 사람이 회사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앞서 본 여러 사정들 외에 해당 직무의 성격 때문에 필요한 직무수행 능력, 그 사람이 그 업무에 적합한 자격을 갖고 있는지, 나이 때문에 업무능률이 떨어지거나 업무에 따르는 위험성이 늘어나는 정도,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을 지난 사람이 근무하는 실태와 계약이 갱신된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계약 계약기간 연장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9두40680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제1항에서 본 사실과 증거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근로계약 계약기간 연장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1)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계약서는 계약기간을 ‘2017. 12. 21.부터 2018. 12. 20.까지’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고,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 피고의 취업규칙이 ‘정년이 지난 사람도 필요한 경우에는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제55조 제2항 전문),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오히려 피고의 취업규칙은 ‘정년이 지난 사람을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채용하는 것에 관한 사항은 피고의 고유 인사권한으로서 대표이사가 결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제55조 제2항 후문), 정년이 지난 사람을 고용하는 문제에 관하여 탄력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2)

위 다. 2)항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근로계약이나 피고의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등에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기간이 끝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이 체결될 무렵 ‘고령자를 우대한다’는 광고를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 계약기간이 연장된다는 신뢰관계가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 광고 문구는 ‘고령자를 우대한다’는 추상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을 뿐 계약기간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3)

피고가 2018년에 원고처럼 이미 정년을 넘긴 사람들 35명과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그 계약기간이 지난 다음에도 그 중 29명과 기존 근로계약을 갱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고가 수행해야 하는 버스운전 업무는 나이가 들수록 인지능력과 운동능력이 떨어져 그 업무를 수행하는 데 따르는 위험이 늘어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당시 원고가 이미 64세에 이른 점,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기간 중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급여채권이 압류되었고, 수사기관이 피고 회사에 찾아와 원고의 신변에 관해 탐문하는 등 원고로 인하여 피고 회사 분위기가 위축되고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하였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며 볼 때 원고의 직무수행 능력과 근무실태에 비추어 사용자인 피고가 이 사건 근 로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더라도 이를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라고 할 것이고,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자동으로 갱신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며,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도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계약기간이 끝난 2018. 12. 20. 자동으로 종료되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를 해고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나머지에 관하여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결국,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헌영(재판장) 박병곤 최현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