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원심의 형(징역 4월 및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사기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납품받은 테이프를 주식회사 L(이하 'L'이라고 한다)에게 다시 납품하여 그 물품대금을 받았음에도 피해자 회사에 물품대금을 변제하지 않고 이를 마음대로 사용하였고, 원심이 지적한 '1차 물품을 60일 내에 결제해야 2차 물품을 보낸다'는 조건은 피고인 회사와 피해자 회사의 계약 당시에는 없던 내용이며, 피해자 회사가 공급한 물품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정도의 하자가 발생한 적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테이프 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편취의 범의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테이프를 납품받은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4월 및 집행유예 1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주식회사 F(이하 'F'이라고 한다)을 운영하는 자로서, 2015. 7. 28.경 불상지에서 피해자 주식회사 J의 직원 K에게 '테이프를 납품하여 주면 그 대금은 60일 이내 결제하여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사실 피해자 회사로부터테이프를 납품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회사의 위 직원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2015. 7. 28.경 52,349,000원 상당의 테이프를, 2015. 8. 7.경 12,100,000원 상당의 테이프를, 2015. 8. 10.경 6,776,000원 상당의 테이프를, 2015. 8. 17.경 2,420,000원 상당의 테이프를 각 납품받아 합계 73,645,000원 상당의 테이프를 편취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거래 개시 당시 고소인 측에게 변제능력이나 변제방법 등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하지는 않은 점, ② 고소인 회사의 대표이사 및 담당직원은 수사기관에서 1차 물품을 보낸 후 60일 내에 현금으로 결제를 완료해야 2차 물품을 보내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실제로 고소인은 1차 물품의 공급 후 피고인이 현금으로 결제를 완료하지 않았음에도 추가로 2차 물품을 공급한 점, ③ 피고인이 운영하는 F은 L에게 고소인으로부터 납품받은 테이프 및 F이 생산한테이프를 납품하는 거래를 하여 L으로부터 2015. 9. 30. 78,023,000원, 2015. 10. 29.38,302,000원을 각 지급받은 점, ④ 피고인은 고소인으로부터 납품받은 테이프에 불량이 발생하여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L의 담당직원은 피고인이 납품한 테이프에 간헐적으로 불량이 발생하였다고 진술하여 피고인의 위 주장이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거래 당시에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그 대금을 편취할 의사로 고소인을 기망하여 테이프를 납품받았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 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어떠한 행위가 타인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및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 ·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8829 판결 등 참조). 재물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재물을 교부받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이 피해자 주식회사 J(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로부터 테이프를 납품받았던 2015. 7.경부터 8.경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F은 부도 상황까지 갔고 대금이 계속 연체되는 상황이라 어려웠으며, 다수의 직원들의 월급도 몇 달치가 밀려 제대로 지급을 못할 정도로 회사 재정 상태가 나빴다(증거기록 124, 155쪽).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15. 7. 28.부터 2015. 8. 17.경까지 피해자 회사로부터 합계 73,645,000원 상당의 테이프를 공급받은 뒤 이를 L에 납품하여 2015. 9. 30. 78,023,000원, 2015. 10. 29. 38,302,000원을 각 지급받았는데, 피고인은 L으로부터 지급받은 위 물품대금을 직원의 월급과 다른 거래처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개인적인 채무의 변제에 사용하였을 뿐 피해자 회사에 테이프 대금을 지급하는 데에 사용하지 않았다.
피해자 회사는 F의 명의상 대표인 피고인의 처 M을 상대로 이 사건 테이프대금 73,645,000원 전액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무변론을 이유로 승소하여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인정사실 및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실과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테이프를 4차에 걸쳐 납품받을 당시 그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는 것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였음에도 물품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여 피해자 회사로부터 합계 73,645,000원 상당의 테이프를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앞서 본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은 2015. 7. 28. 피해자 회사의 직원인 K에게 '테이프를 납품하여 주면 60일 이내에 결제하여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를 믿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2015. 7. 28.부터 2015. 8. 17.까지 합계 73,645,000원의 테이프를 납품받았다. 그런데 피고인은 위 각 거래일로부터 60일이 지나도록 위 테이프의 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위와 같이 테이프를 공급받을 당시 피고인은 자금부족에 시달리고 있었고, 위 테이프를 공급받아 이를 L에 납품하여 불과 1~2개월 뒤인 2015. 9. 및 2015. 10. 약 1억 1,000만 원이 넘는 물품대금을 지급받았음에도 피해자 회사에게는 테이프 대금을 전혀 변제하지 않고 다른 채무의 변제 등에 사용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위와 같이 1억 1,0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피해자 회사에 알리지 않았고, 그 무렵 피해자 회사로부터 대금 지급을 독촉받자 '아직 나도 못 받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N은 수사기관에서 '원래 1차 테이프 공급대금을 다받고 2차 거래를 했어야 하는데 K 차장이 현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거래를 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34쪽), K은 당심 법정에서 '1차 대금 지급기한(공급일로부터 60일)이 많이 남았고 거래에 대한 약속이므로 당연히 지켜지리라고 믿었기 때문에 1차테이프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2차로 테이프를 공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처럼 피해자 회사는 원칙적으로 1차 테이프 대금을 모두 받은 뒤 테이프를 추가로 공급하는 거래를 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1차 테이프 대금을 지급받기 전에 테이프를 추가로 공급하는 거래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2차 거래 당시 피고인이 공급받은 1차 테이프의 대금지급기한도 최소 30일 이상 남아 있었으므로,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의 자금상황을 알면서도 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고 테이프를 추가로 공급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피해자 회사의 차장으로서 피고인과의 거래를 주로 담당하던 K은 수사기관에서 '제가 V에 근무할 당시 F과 거래를 6개월 정도 해왔고 물품대금 미수금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믿고 피해자 회사로 이직한 뒤에도 거래를 추진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40쪽), 당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문제 없이 베트남에 테이프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K은 당심에서 '거래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사정이 어려워서 테이프 대금을 제때 못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아예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하였고,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으로부터 대금 지급 기한 내에 테이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도 4차에 걸쳐 테이프를 납품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만일 피해자 회사가 당시 F의 어려운 재정상황을 알았다면 위와 같이 4차에 걸쳐 테이프를 공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납품받은 테이프에 불량이 발생하여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 회사가 공급한 테이프를 다시 납품받은 L의 담당직원 W은 수사기관에서 'F으로부터 공급받은 테이프에 간헐적으로 불량이 발생하였으나 다시 새것으로 교체 받으면 되므로 이 문제로 F과 거래가 끊긴 것은 아니고, 위 테이프가 L에서 사용되는 부품에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아 거래가 중단되었다'고 진술하였고, 당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불량률은 항상 있는 것이고, 이 사건 당시 공급받은 테이프에 유독 불량이 많았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제조업체에서 불량이 난 것은 계속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긴 하나 그래도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그 당시 차후 모델에 대해서는 적용이 좀 어려웠던 상황으로 자연적으로 끊어졌다'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동일한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피해자 회사의 K은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불량에 관한 이야기는 들었으나 피고인이 불량 문제로 대금을 깎아달라고 한 적은 없고, 구체적인 수량이나 정산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다만 이 문제로 거래처와 얘기 중이니 대금 지급을 조금만 늦추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위 각 진술에 더하여, 피고인은 L으로부터 피고인이 재납품한 테이프 대금을 모두 지급받은 점, 피고인은 구체적인 불량 내역을 밝히며 정산을 시도하지 않고 피해자 회사와의 연락을 두절한 점,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불량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무변론 패소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회사가 공급한 테이프에 일부 불량이 발생한 사실은 있으나 이로 인해 피고인이 L과의 거래에서 큰 손실을 보거나 거래가 끊긴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 회사가 공급한 테이프의 불량 문제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신빙하기 어렵고, 가사 피고인이 그렇게 믿었더라도 구체적인 정산 없이 테이프 대금 전액의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거래상식에 반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사기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고, 이 부분과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유죄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쓰는판결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